경제
[금호그룹의 재구성] 계열 분리의 열쇠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입력 2014-07-02 09:46  | 수정 2014-07-02 15:29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등을 핵심으로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고 하면 어디까지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금호가 형제의 난' 이후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사실상 분리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열 분리 문제는 수차례 법정으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미완인 상태다. 지분 정리가 아직 완벽하게 되지 않아 아직까지 법적으로 아직 두 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묶여있다.
어지러운 경영 상황 속에서도 금호가(家) 3세들의 경영 승계 작업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분율 확보는 아직 멀어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진행된 감자와 출자전환 등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남남, 법적으론 여전히 혼인 관계
고 박인천 창업주의 별세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 승계에 있어서 아름다운 전통을 갖고 있었다. 박인천 회장의 장남인 박성용 2대 회장부터 넷째인 박찬구 회장까지 나란히 당시 그룹의 지주사격이었던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각각 3%씩 나눠 가졌다. 그리고 동생이 65세가 되면 그룹 회장직을 물려주는, 형제 공동 경영 방식이었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4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사업확장에 나섰고 결국 그룹 전체가 휘청이면서 셋째 박삼구 회장과 넷째 박찬구 회장간의 극렬한 갈등이 시작된다.
현재는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로 구성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별도의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측과 금호석화의 박찬구 회장측은 모두 상대 회사의 지분을 정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발표하는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에서 자산 기준 재계 서열 2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 오너라 할 수 있는 '동일인'에는 박삼구 회장의 이름이 올라와있다. 공정위가 판단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에는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도 포함돼 있다. 외관상 완전히 딴 살림을 차렸지만 아직까지 법적으로는 한 식구인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금호산업의 자회사 아시아나항공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했다.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했던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의 지분을 지난 2011년 모두 매각했다.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율은 계열사 판단의 기준이 되는 30%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실질적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공정위는 계열 분리를 거절했다. 이 사안은 법정으로 넘어갔지만 2심까지 금호석유화학이 졌다.
두 그룹간 계열 분리의 마지막 수순은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2459만3400주)다. 금호석유화학이 이 지분을 팔면 완벽히 계열 분리가 된다. 하지만 이 지분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의 현 주가는 4000원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4년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2조5000억원 정도로 10년 사이 이 회사의 매출은 2배 가량 늘었지만 주가는 3000원선에서 4000원선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불과 3년 전인 지난 2011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만2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금호석화 입장에서는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굳이 무리를 해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내다 팔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지분은 금호석화가 올해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의 경영 복귀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박삼구 회장측을 견제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지난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금호아시아나측은 금호석화가 계속 말을 바꿔가며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미루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취득 원가보다는 높기 때문에 지분 매각 지연을 주가 하락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2011년에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우호세력에게 매각하지만 않으면 미련 없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 매각 대금이 금호산업 증자에 쓰인 것을 확인하고 우리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번복했다"라며 "실제로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증자에 참여한 후에는 주가 핑계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
◆멀고 먼 3세 승계의 길
금호가 2세들은 모두 슬하에 아들 한 명씩을 두었다. 2대 회장이었던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 박재영씨는 이미 본인이 보유하던 금호그룹의 지분을 상당량 처분했고 그룹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하지만 고 박정구 3대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나란히 박찬구 회장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은 1978년생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박삼구 회장의 장남은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사촌지간인 박철완 상무, 박준경 상무보다 3살 위다.
하지만 이들 3세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물려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금호가 오너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장 큰 산으로 꼽힌다. 금호그룹 위기의 가장 큰 이유는 무리한 M&A 등 경영진의 판단 착오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룹이 뿌리채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총수 일가는 형제간의 싸움을 벌이며 지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금호타이어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회사를 설립한 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를 급성장시키고 이 회사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처럼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오너 일가가 오히려 경영 승계까지 챙기는 모습은 그룹 전체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또 현실적으로는 안정적인 지분 확보 문제가 남아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큰 문제가 없다. 박철완 상무의 지분을 포함해 박찬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24.3%이고 여기에 자사주도 18.4%나 된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금호석화 지분 14.0%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만일 이 지분을 통째로 다 가져간다고 해도 박찬구 회장측의 경영을 위협할 수준은 되지 않는다. 지주사 설립을 위해 금호석유화학을 분할하고 지주사와 사업회사 간의 지분 교환을 실시하면 박찬구 회장의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문제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박삼구 회장측 지분율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증자와 출자전환 등을 반복하면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쪼그라든 것이다.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의 금호산업 지분율은 각각 5.3%, 5.1%로 합쳐도 10.4%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도 마찬가지다. 금호타이어의 지분율은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이 각각 2.8%씩이다. 대신 산업은행이 18.5%, 우리은행 12.5%, 국민은행 5.6% 등 채권단이 주요 주주로 있다. 결국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지분율은 늘리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금호타이어의 현재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으로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지분율을 10% 늘리는 데 1700억원이 소요된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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