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정신과 전문의가 말하는 ‘박봄 사건’ 의문점
입력 2014-07-01 12:16  | 수정 2014-07-01 18:0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걸그룹 투애니원(2ne1) 멤버 박봄이 4년 전 검찰로부터 마약 밀수 혐의를 받았던 사건을 두고 연예가가 시끄럽다.
한 매체는 박봄이 지난 2010년 10월 국제 특송 우편으로 필로폰과 유사 성분의 마약류 암페타민 80여 정을 미국에서 들여오려다 적발됐다고 지난 30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검찰의 '봐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이 증빙 자료를 검토한 끝에 입건 유예로 내사 종결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해당 사건이 뒤늦게 보도화되자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박봄의 아픈 과거사까지 들춰내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미국에서 과연 '암페타민'이라는 약물의 대리 처방이 가능한지 여부부터, 수량, 복용기간, 배달 주소가 달랐던 점 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양현석의 해명과 관련해 일부 네티즌이 주장하는 몇가지 의문점을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되짚어 봤다.(박봄의 미국 주치의 자료를 공개하면 될 일이지만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상 이를 언론에 공개하기는 불가능하다. 충분히 검찰 측에 전달됐으리라 여겨진다.)

◇ 암페타민은 어떤 약인가?
- 정신과 전문의 : 메스암페타민은 이른바 필로폰으로 불리는 완전한 마약이다. 암페타민은 우리나라에 없는 약일뿐 미국에서는 항우울증제로 쓰인다. 요즘에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로 더 많이 쓰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가끔 유학생 출신들이 내원해 이 약의 처방을 원할 정도로 미국에서는 일반화 돼 있다.
- 양현석 : 박봄은 2NE1 데뷔 전 오랜 기간 미국에서 자랐고 어릴 적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불행히도 같은 경기 도중 친한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고 그 이후 박봄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충격과 슬픔에 빠져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 이후 수년간 정신과 상담과 심리 치료를 함께 병행해 왔으며 미국의 유명한 대학 병원에서 정식으로 처방해주는 약을 꾸준히 복용해 왔다.

◇ 본인이 아닌, 대리 처방이 가능한가?
- 정신과 전문의 : 초진이라면 당연히 본인이 가야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꾸준히 약물을 처방받고 있었다면 보호자가 대신 받는 융통성이 통하기도 한다.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잘못된 일이고, 블랙마켓(암시장)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검찰에서 자료를 검토하지 않았겠나.
- 양현석 : 박봄은 4년 전까지 미국 대학 병원에서 정식으로 처방받은 약을 수년간 복용해왔다. 다만 바쁜 스케줄로 미국에 갈수 없게 되자 박봄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우편으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국내에는 금지된 약품으로 세관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다행히 미국 대학병원 측으로부터 박봄의 지난 몇 년간의 진단서와 진료 기록 처방전 등을 전달받아 조사 과정에서 모두 제출했다. 이 모든 정황과 증거가 인정돼 무사히 마무리가 된 일이다.

◇ 82정이면 얼마나 많은 양인가?
- 정신과 전문의 : 조금 많은 양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복용량이 달라지는 점을 떠올리면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복용량이 무조건 한 알이 아니다. 한 번 복용량이 2~3정인 사람이라면 82정은 한달 치 분량일 수 있다. 해외 장기 체류 중인 환자인 점을 고려해 넉넉한 기간의 처방을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점은 미국 측 확인이 필요하다.
- 일부 주장 : 암페타민은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몇 개월 분량씩 탈 수 있는 일반적인 약이 아니다. 환자의 개인 면담 없이 과거 병원력을 바탕으로 80정이나 처방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장기 복용시 부작용은?
- 정신과 전문의 : 남용의 가능성이 있는 약물이긴 한데 의사의 처방이 있었다면 이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 수면제 역시 장기 복용은 권하지 않지만 환자에 따라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약물이긴 하다. 장기 복용하면 안 된다는 경고는 절대적인 사안은 아니다.
- 일부 주장 : 미국 학술지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암페타민을 안전하게 복용하고 있으나, 약품의 중독성과 중추신경계에 끼치는 부작용의 영향으로 인해 장기복용 치료는 강하게 경고되고 있다.

◇ 풀리지 않는 의문점 = 왜 다른 주소와 명의로 약을 받았나. 암페타민이 우리나라에서 불법이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 세계일보 보도 : 박봄은 두 가지를 위장했다. 먼저 우편물 수취 주소지를 다르게 했다. 당시 박봄은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에 살고 있었지만 우편물은 인천 계양구의 한 다가구주택으로 배달되도록 했다. 박씨는 수취인 이름도 자신이 아닌 인척 명의로 했다.
- 양현석 : 박봄의 경우 미국에서 몇 년간 먹던 약이 국내에 없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 그것이 수입 금지 약품이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듯 합니다. 4년 전 조사 과정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국내 대학병원에서 다른 약으로 대처하여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도움말 :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는
연세대학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연세의대, 성균관의대, 한림의대 외래교수이자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이다. 한국편집기자협회 자문의원이기도 하다.

fact@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