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서청원과 김무성, 누가 대통령을 더 서운케 했을까?
입력 2014-07-01 11:58  | 수정 2014-07-01 17:05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하루하루는 어떨까요?

저녁에 관저에 들어가면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낼까요?

세월호 참사라는 전대미문의 참극이 일어난데다,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겠죠.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50%에 달했습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20대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층은 17%에 불과했습니다.

이럴 때 누군가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7월14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해줄까요?

청와대로서는 그런 이유로 전당 대회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청원과 김무성, 청와대는 내심 누가 당 대표가 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까요?

두 사람 모두 원조 친박이고, 박 대통령을 측근에서 도왔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은 박 대통령에게 가슴 아픈 말들을 했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선택한 문창극 총리 카드를 앞장서 꺾어버린 주역입니다.


서청원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 (6월17일)
- "문 후보자 스스로가 언행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문회까지는 가야 한다고 했던 서청원 의원이 자진사퇴로 돌아서면서 당내 분위기와 여론도 사퇴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기 때문입니다.

문창극 살리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습니다.

물론 서 의원은 자신이 나서서 문창극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이 진정 박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고 했습니다.

이틀 뒤에는 박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야당이 박 대통령을 공격하자 지킴이로 나선 겁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6월19일)
- "비서실장과 대통령에게 직격탄이 날아가는 인사 시스템은 바뀌어지고 그런 정치적 부담을 덜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습니다."

박 대통령도 그렇게 서 의원의 진심을 받아들였을까요?

지난 대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더 센 발언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독선에 빠진 권력이라고 규정하진 않겠지만, 일부 그런 기미가 나타났다"(6월 27일)

"(박 대통령이) 소통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대통령을 제대로 만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권력서열 2위부터 9위까지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발언이 너무 센 탓인지 김 의원은 너무 앞서갔다며, 강연시간을 채우려다 보니 할 말이 없어서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렀고, 말은 입 밖으로 나온 뒤였습니다.

안대희 낙마 후 고심 끝에 선택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 카드를 꺾어버린 서청원 의원.

자신에게 독선의 기미가 있다고 말한 김무성 의원.

박 대통령은 누가 더 서운했을까요?

그러나 정말 박 대통령이 서운한 것은 지금 새누리당의 당심과 민심일지 모릅니다.

김무성 의원에게 열세였던 서청원 의원은 문창극 후보 사퇴를 촉구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당내 지지율이 많이 올랐습니다.

원조 친박에서 이제는 멀어져 버린 듯한 김무성 의원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면서 '할 말은 한다'는 강한 카리스마를 구축했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이 아닌 수평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박 대통령이 여전히 당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쉽게 '박심'이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박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호소가 세월호 참사에 따른 필패론을 눌렀으니까 이 말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을 때 통하는 얘기입니다.

지금 여론조사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거의 대등하게 나옵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당 지지율보다 낮다면 역대 대통령들처럼 탈당하라는 얘기까지 나올 수도 있습니다.

7월30일 재보궐 선거와 2016년 총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당 대표와 의원들은 자신이 살고자 박 대통령과 등질지 모릅니다.

우리는 역대 정권들에서 그런 모습을 쭉 보와 왔으니까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과연 박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이어갈까요?

청와대 못지않게 우리도 7월14일 전당대회 결과와 그 이후 새 당 대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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