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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강우 “제작환경 탓은 그만, 예술인의 자부심 필요”
입력 2014-06-28 11:0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많은 분들이 여전히 드라마의 열악한 환경을 탓하며 ‘혹사 시킨다고 말 합니다. 분명 개선돼야 할,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배우들은 이 모든 부분까지 감수해야 할 몫으로 개런티도 받는 거잖아요? 스스로 예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과 서로 믿음을 갖는다면 그저 힘든 게 다가 아니죠. 그 결과물 역시 결코 실망스러울 수 없을 것 같아요. ‘골든 크로스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처절한 복수를 끝낸 김강우(37)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난 4개월간 KBS2 ‘골든크로스로 고된 사투를 벌여온 배우 김강우. 극 중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비밀 클럽의 탐욕에 맞서는 비운의 ‘보통 남자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수차례 응급실 링거 투혼을 했을 만큼 심적․육체적으로 치열했던 기간을 보냈다. 그 노력에 보상이라도 하듯, 김강우의 성장에 쏟아지는 찬사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힘든 드라마를 끝낸 소감을 물으니, 솔직히 이 정도로 끝까지 독할 줄은 몰랐다”고 소탈하게 웃는다.
이번 드라마는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강, 강, 그리고 초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 역시 나 역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손사레를 치더니,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바뀐다. 곧바로 이 드라마는 단순히 가족에 대한 복수에 일념하는 게 아니라 사회 현실을 반영하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몰입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시청률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청률이)두 자릿수 정도만 나와도 감사하다 생각했어요. 뭔가 확 대중적인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스스로는 꼭 해야만 한다는, 어떤 사명감을 갖게 하는 드라마였어요. 극이 진행될수록 복수의 대상이 개인이 아닌 권력자에 대한 외침과 응징이 인상적이더라고요. 1시간동안 드라마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한 번쯤 ‘저게 무슨 사건이지? ‘누구랑 비슷한데? ‘나라면? 등의 어떤 물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용기가 났어요.”
김강우는 극중 소시민의 아들 강도윤부터 세계적인 펀드 매니저 테리 영까지 한 인물이 지닌 두 얼굴을 현실감 있게 소화했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양의 대사에 거친 액션신까지. ‘골든크로스 찰영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특히 대선배 정보석 김규철 등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연기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 정도면 혀를 내두르며 지칠법도 한데 오히려 배우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고. 그는 사람들이 밤을 새면서 게임을 하잖아요. 아무리 피곤해도 재밌으니까”라고 했다.
배우와 스태프도 예술하는 사람들이라 저마다의 자부심이 있어요. 사소한 부분 하나 하나까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인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죠. 그래서 표면적으로 단지 ‘혹사 당한다는 이야기에 오히려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서로 좋은 화면을 만들기 위해, 나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더 완벽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발 벗고 나서는데 단지 ‘환경 탓만 하면서 모두를 매도해버리는 일부의 태도나 말들이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거죠. 우리 드라마는 그런 면에서 팀워크가 정말 좋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받는 순간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행운이죠.”
이어 드라마 내내 신경전을 벌인 정보석 김규철에 대해 중견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게 해준 분들”이라고 했다.
솔직히 저는 선배님들이 이 정도로 열심히 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어떤 자신만의 유연함을 무기로 적당히 할 것이라는? 중견 배우들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었는데 완전히 깨졌죠. 오히려 제가 민망할 정도로 너무 최선을 다하시니까 잠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고, 배우는 게 많았어요. 진짜 ‘급이 다른 배우들이라는 걸 새삼 느꼈죠.”
영화 ‘찌라시와 ‘골든크로스, 개봉을 앞둔 영화 ‘카트에서도 김강우는 정의의 아이콘이다. 자칫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을까 부담감은 없냐고 물었더니, 이러다 한국의 브루스 윌리스 되겠어요”라고 위트있게 답했다.
한 동안 비슷한 캐릭터는 좀 멀리해야겠어요. 사실 로맨틱코미디 장르도 하고 싶고, 좀 망가지는 역할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배역에 특화되고 이미지화 되는 건 좋은 게 아니니까. 오히려 좀 찌질하고 힘을 뺀 연기가 저는 몸에 더 맞거든요. 아직 시간이 많으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또 오겠죠. 일단 ‘정의로운 캐릭터는 잠시 쉽니다. 하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30대 중반을 넘은 시점, 이미 이룬 게 많다면 많을 수도, 부족하다면 아직은 아쉬울 수도 있는 그에게 40대 전까지 배우로서 꿈꾸는 지향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명쾌하게 일과 가정, 모두 잃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 둘 다 너무 소중하니까”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욕심도 많고, 생각도 많고, 의미부여도 수없이 했어요. 너무 바짝 긴장해서 임하다 보니 연기가 경쟁 같이 느껴지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내가 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람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타이밍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내게 왔을 때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게 결국 언젠가 있을 정점에 대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다 좋더라고요. 마음을 먹기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지금도 역시나 과정입니다. 일 만큼 제 가족, 소중한 사람들도 중요하고 이 모든 건 한시라도 때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죠. 그래서 그저 열심히 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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