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가 다음달 3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KB수뇌부에게 중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천명, KB금융호의 경영 공백상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KB금융은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는데 이번 제재가 인수합병(M&A) 추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금감원 수석부원장) 제재심의위원장 주재로 열린 26일 회의에서 임영록 KB금융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등은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 수장들은 금감원에 출석해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사태는 조직내 일부 의사소통 미흡에서 비롯된 것이며 고객정보 유출과 도쿄지점 부실대출 건은 제재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2시간여 동안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은 최 위원장 외에 금감원 법률자문관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며 금융위 1명, 변호사 3명, 학계 2명, 금융계 1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금감원 실무진이 제재안 보고를 하자마자 날선 격론이 벌어졌다.
다음달 3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이 일괄 중징계를 받는다면 리더십과 조직 통제력이 심하게 훼손되면서 사실상 중도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심사에서 대규모 징계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개 자회사 편입승인 절차는 2개월정도 걸리는 데 KB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어 승인심사에 4~5개월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
자회사 편입심사는 금감원이 재무구조 건전성과 사업계획, 경영방향,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한다.
특히, KB금융이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승인기준이 되는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경영실태평가는 재무평가 외에도 리스크관리, 잠재적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현재 KB금융은 2등급을 충족시켰으나 2012년 종합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평가라 요즘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 등으로 감점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금감원이 최근의 경영상황을 감안한 경영실태평가 잣대를 들이될 경우 승인심사 통과를 섣불리 예단키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명치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2년 기준의 경영실태평가를 적용할지, 아니면 새로 등급을 매겨 적용할지는 (KB금융에서) 자회사 편입신청이 들어오면 그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더라도 LIG손보 인수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LIG손보 인수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한다.
KB금융은 금융지주회사법상 LIG손보 지분 19.83%(6400억원)를 인수하는 것만으로는 자회사 편입요건을 갖출 수 없다. 향후 10.17%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이사회 승인여부도 미지수다.
한편 이날 오후 3시께 KB금융과 LIG그룹이 LIG손해보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
LIG그룹은 최근 금융당국의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징계여부와 상관없이 LIG손보 지분 19.83%를 당초 계획대로 KB금융에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LIG손보 직원이 포함된 실무협의를 구성해 사명변경과 전산개발, 인수 후 조직안정, 영업력 강화방안 등의 주요 과제를 선정해 추진할 방침이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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