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을 촉발한 급진 수니파 반군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의 무장세력이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쿠르드족 학생186명을 납치해 한달째 억류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시리아 국경을 넘나들며 이라크 서북부를 장악한 ISIL은 납치한 쿠르드족 학생들을 점령지역 내 학교에 가둔 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교육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납치사건은 지난 5월 말 발생했으나 시리아 내전과 ISIL의 이라크 봉기에 가려져 알려지지 않다가 쿠르드 부모들의 구명운동을 통해 최근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14~16세의 학생들은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서 150km 떨어진 알레포에 가 단체로 시험을 치른 뒤 미니버스 10대에 나눠 타고 집에 가던 중 ISIL 대원들에게 납치됐다.
나흘 만에 탈출에 성공한 무스타파 하산 군은 ISIL이 무력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으며 탈출하다 잡히면 목을 자를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하산 군은 친구 한 명과 함께 종교 교육 중 혼란한 틈을 이용해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빠져나와 천신만고 끝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무장대원들로부터 지하드 투신과 ISIL 가입을 종용받았으며 반항하면 전깃줄로 맞았다고 말했다.
쿠르드와 ISIL의 교전 지역에 인접한 코바니의 쿠르드 부모들은 아이들 소식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납치세력이 자발적으로 풀어주기 전에는 해결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피랍 학생의 한 아버지는 "알레포 지역에 사는 아랍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도 요청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건강도 약한 아이가 과격주의자로 세뇌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학부모들 사이에는 아이들이 참수당했다는 추측부터 납치세력이 아이들과 쿠르드군에 붙잡힌 포로와의 교환을 요구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납치 사건 이후 코바니와 알레포간 이동로가 봉쇄됐다고 전했다. 이에 시험 보러 갔다가 발이 묶인 수백 명의 다른 학생들은 시리아 적신월사의 도움을 받아 2시간 거리를 터키로 우회해 며칠씩 걸려 귀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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