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인터뷰] 한지상 “때를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죠”
입력 2014-06-25 12:04 
[MBN스타 금빛나 기자] ‘웬만해서 안 될 것은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 저에게 큰 힘을 주는 무기이자 제가 무대에서 살아 움직이는 원동력이에요.”

뮤지컬 배우 한지상은 바쁘다. 그냥 바쁜 것이 아니라 정말 쉴 틈도 없이 무척 바쁘다.

2014년의 시작을 알리는 1월부터 어느덧 상반기가 훌쩍 지나가버린 6월까지. 뮤지컬 ‘머더발라드에서부터 연극 ‘레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다시 ‘머더발라드 재연무대에 ‘두 도시 이야기 준비까지, 이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는 가운데 쉴 틈을 찾아 볼 수 없다.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또 다른 무대에 오르고, 그 무대가 끝났나 싶었더니 또 다른 무대에 오르는, 개미보다 더 부지런한 ‘베짱이 한지상을 만나자마자, 그가 자리에 앉기도 전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툭 하고 던지고 말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바쁘게 사세요?”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는지, 익숙한 질문을 들은 듯 옅은 미소를 보인 한지상은 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사실 주위에서 많이 물어봐요. 이러다 다다음주에 죽는 건 아니냐며. 그런데 제가 오래 쉬어봐서 아는데 쉬어서 좋은 건 고작 일주일뿐이에요. 3개월 넘게 쉬면 미칠 것 같더라고요. 세상은 저를 위해 움직이지 않아요. 솔직히 인간인지라 쉬고 싶은 않은 건 아니나, 다른 사람들을 제 스케줄에 끼워 맞출 수 없으니, 대신 제가 계속 움직이는 거죠. 분명 지금 시기에 제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텐데 단순히 휴식을 위해 때를 놓치게 되면 훗날 굉장히 후회할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움직인다는 한지상의 목소리는 굉장히 침착하고 얌전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연기에 대한 열정과 일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보다 뜨거워 보였다. 이와 같은 한지상의 열정은 그가 오른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지상은 단순하게 대극장 무대에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소극장 연극, 라이센스 작품, 창작극 등 그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작품을 선택한다. 마치 ‘불러만 주면 무대에 오르는 듯한 한지상의 작품선정 기준이 못내 궁금해졌다. 이에 한지상은 작품선정의 기준으로 무대 위 사람들과의 ‘케미를 꼽았다.

어떤 작품이건 간에 그 속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가진 고유의 성격보다 더. ‘머더 발라드의 경우도 작품보다는 의리가 더 먼저 작용했죠. 배우들 간에 의리, 그리고 연출자 김수로와의 의리. 그도 그럴 것이 호흡이 정말 좋았거든요. 무대에서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로망이 늘 있어요. ‘머더 발라드는 단순히 추억으로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쉬웠고, 다시 한 번 우리의 좋았던 케미를 무대에서 실현시키고 싶었어요.”

현재 한지상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머더 발라드의 탐과, 이제 막 무대에 오를 ‘두 도시 이야기 속 시드니 칼튼은 캐릭터 적으로 달라도 너무 다른 존재다. 탐의 경우 사랑했던 여자가 유부녀임에도 그 사실도 잊은 채 자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집착한다면, 시드니 칼튼의 경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녀의 남편 찰스 다네이를 대신해서 단두대 위에 오르는 숭고한 사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탐하고 시드니 칼튼은 겉보기에 확실히 달라요. 다만 다르지만 조심스럽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면, 물론 비슷한 점도 다르게 표현하겠지만요, 공통적으로 ‘취해있다는 정서가 있다는 것과, 둘 다 극 마지막에 죽는 다는 거예요. 시드니 칼튼은 극단적인 염세주의에 취해 있으며, 탐은 세상에 대한 권태에 찌들어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둘의 시점이 달라요. 오만방자한 탐은 현대사회에서의 권태로움 속 ‘사랑 따윈 없다 주의이고, 프랑스 혁명 당시를 살고 있는 시드니 칼튼은 시대적으로 밀도감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죠.”

전형적인 ‘나쁜 남자인 탐과, 순애보 시드니 칼튼를 연기하고 있는 한지상. 극과 극을 한지상은 실제 사랑에 빠지면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시드니 칼튼에 가까워지고 싶은 탐이라고 할까요.(웃음) 시드니 칼튼의 경우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죽음을 선택했잖아요. 제가 만일 그와 같은 상황에 있을 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싶어요.”

현재 탐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한지상에게 극의 넘버 중 사랑들에게 가장 자랑하고 싶은 넘버 한 가지와, 개인이 좋아하는 넘버 한 가지를 선택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무엇을 고를까 신중하게 고민하던 세 가지 넘버를 선택했다.

일단 탐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라가 아닐까요. ‘머더 발라드에서 가장 유명한 솔로곡 중 하나거든요. 극 전체로 따지다면 ‘위 플라이즈라고 생각해요. 네 인물이 당구대 돌면서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죠. ‘너는 내 꺼야라는 가사가 있는데, 모두의 집착과 욕구가 하나로 응집되는 거죠. 그때 극의 클라이막스가 다가오죠. 마지막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넘버는 바로 ‘아윌비데어에요. 사라에게 집착하는 장면이죠. 모든 것을 버리고 이 여자에게 하는 마지막 발악, 갈 때까지 갔다는 느낌으로 연기해요.”

한지상은 정말 욕심이 많은 배우다. 그것이 단순하게 그가 다작(多作)배우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선택하는 캐릭터 모두 자랑하는 특색이 다르고, 그 다름을 모두 소화할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이상의 부분을 연기하기 때문이다. 한지상의 무대는 늘 에너지가 넘치고, 연기에는 호소력이 있으며 눈길을 뗄 수 없는 존재감까지 갖추었다. 작품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이유에 대해 한지상은 장난스럽게 "가격대비 효율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진짜로 그가 끊임없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뛰어난 실력과 무대에 대한 성실함 때문이리라.

저라는 배우의 정체성과 관련이 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웬만해서 안 될 것은 없다예요. 유연한 척 잘난 척 한다고 생각 하실 수 있겠지만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는 것이 연기의 필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엇을 연기하든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 사이 서로 소통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죠요. 저는 이를 위해서 두 가지를 준비해요. 상대방이 어떻게 오든 받아두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오픈한 뒤, 다음으로 기술적인 준비를 하죠. 오픈이 됐다는 것은 잘 듣는 것이에요. 상대방이 A라고 반응하면 어떻게 제 식으로 반응을 하고 뱉어낼까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물론 제가 기술적으로 늘 준비가 돼서 유연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웬만해서 안 될 것은 없다가 제가 추구하는 연기와 삶의 방향이죠. 만약 그러다 막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고, 그럴 때면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되뇌며 힘을 내죠.”

‘웬만해서 안 될 것은 없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 시작한다며 강조하는 한지상을 보니 그를 향해 신뢰를 보내는 제작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 멋모를 때 연출에게 제 의견을 말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저는 대사 외적으로 할 말이 점점 더 없어진다는 것이에요. 연출가와 배우 사이 굳은 믿음과 소통, 그리고 대사 가사 외에 할 말이 없어요. 물론 이는 배우와 배우 사이도 마찬가지죠. 무대 외적으로 말이 많아졌다는 것은 자칫 비효율성과도 가까워질 수 있다고 봐요. 배우란 무대에서 대사로서 소통해야 하는 존재 아니겠어요.”

휴식이 없는 한지상이지만, 그래도 쪼개고 쪼갠 뒤 하루 이틀 나오는 휴식에는 무엇을 하냐 물어보았다. 당연히 집에서 잠을 잔다든지, 하루만큼은 여유롭게 보낸다든지, 것도 아니면 운동을 즐긴다는 등의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격투모임에 나간다고 한다. 한지상의 휴일은 그의 무대 일정 못지않게 무척 빡빡해 보였다.

매주 배우들끼리 ‘패대기라는 격투 모임에 나가요. 그 곳에서 그야말로 죽기 직전까지 훈련을 하죠. 복근운동 200개는 기본이에요. 그렇게라도 강제성이 없으면 게을러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모두 함께 합의된 강제성을 만들었죠. 지각비는 물론이고, 무단결석 세 번 이상하면 제제가 가해져요. 사실 그렇잖아요, 집단을 이뤄 결속된 마음으로 서로 다그치고 부딪치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거. 같이 하는 이들이 있다 보니 마음대로 그만 둘 수도 없어요. 꽤 많은 배우들이 ‘패대기에 소속돼 있어요. 존경하는 김도신 선배님도 계시고, 김진수, 박건형 등 최고 선배들과 함께 하죠.”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 계획에 대해 살짝 물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지만 벌써 4작품 이상 출연이 확정됐다고 한다. 인터뷰 시작할 무렵, 낯을 가린다는 한지상은 세 번째 인터뷰 때 애교를 보여주겠다며 호언장담한 바 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고, 앞으로 두 번 남았다. 2014년 하반기 역시 상반기 못지않게 쉬지 않고 달려갈 테니, 한지상의 애교를 보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은 듯싶다.

‘머더발라드 오는 29일까지 서울 동숭동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두 도시 이야기 25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장충동2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