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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타이밍’ 배우들이 말하는 “내 인생의 타이밍”
입력 2014-06-23 09:42  | 수정 2014-06-23 23:1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인턴기자]
연예인들의 데뷔 비화를 듣다 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다. 우연히 친구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우연히 길에서 명함을 받아서” 그냥 연기 시험을 봤는데 우연히 붙어서” 등 ‘우연히 데뷔하게 됐다는 스타들이 많다. 사소한 우연이 인생의 틀을 뒤바꿔버렸다는 것이 재밌다. 그들에겐 그 우연이 인생의 타이밍이었을 테다.
요즘은 소속사를 통해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절만 당하던 노래가 특정 가수를 만나 공전의 히트를 치고, 이리저리 떠돌던 시나리오가 특정 배우를 만나 명작으로 남기도 한다. ‘우연이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인생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우연이 차지하는 부분은 꽤나 크다. 연애도 사랑도 마찬지다. 그리고 ‘우연의 순간이 찾아온 순간, 차곡차곡 쌓여있던 앞서의 사연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나를 위해 숨어있었던 것처럼. 찰나의 타이밍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다.
복합 버라이어티 코믹연극 ‘타이밍은 20년 지기 친구 셋이 겪는 황당 소동극을 통해 ‘우연의 순간이 인생과 사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네 배우를 만나 그들의 ‘타이밍에 대해 들어봤다.

- 안녕하세요. 우선 연극 ‘타이밍 중 본인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서지훈 : 안녕하세요. 극중 강건을 맡은 서지훈입니다. 강건은 전직 픽업아티스트이자 현직 심리학 교수예요. 사람 마음을 꿰뚫는 기술로 모든 여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죠.
이현규 : 안녕하세요. 모태솔로 오호를 맡은 이현규입니다. 모태솔로지만 술집에서 만취상태로 연인 티파니를 만나게 되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입니다. 강건에게서 배운 사랑의 기술이 큰 도움이 됐죠.
차형은 : 안녕하세요. 정민 역의 차형은입니다. 저는 데릴사위로 지내면서 늘 내게만 쌀쌀맞은 아내를 바라만 보는 역할을 맡았어요. 하지만 결국 진심이 통해 다정한 부부가 되죠.
정다혜 : 안녕하세요. 미경을 연기한 정다혜입니다. 일에만 관심있는, 정민을 무시하는 차가운 여자입니다.

- 이번 연극엔 여러 가지 ‘타이밍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죠. 그 중 정민과 미경이 결혼하게 된 에피소드를 더 듣고 싶어요.
차형은 : 음, 우선 극중에서는 미경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때 제가 과감히 나서 도와줌으로 그걸 인연으로 미경과도 결혼하게 되죠. 덧붙이자면 정민이란 인물은 어릴 때부터 히어로를 좋아했어요. 그런 막연한 영웅 심리가 과감히 나설 수 있었던 동기가 된 거죠. 미경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인정받지 못해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는 것, 바로 한 여자의 영웅이 되고 싶은 거죠. 철저히 정민의 방식대로 결정하고 사랑을 표현했어요. 결론적으로 교통사고를 목격한 바로 그 시점이, 정민의 사랑이 시작된 ‘타이밍인 거죠.

- 정말 기막힌 우연이자 타이밍이네요.
서지훈 : 결국 교통사고 목격, 친구들의 방문으로 틀어진 계획, 그로인해 미경과 정민이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까지 모든 것이 다 타이밍인 거죠.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요. 적절한 타이밍이든 부적절한 타이밍이든, 선택의 순간이 있죠. 정민과 미경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런 순간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다혜 : 미경은 정민과는 좀 달라요. 처음엔 매정하지만 점점 변하죠. 미경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극중에서 익명의 편지를 2년 동안 받는 부분이에요. 사실 정민이 쓴 편지라는 걸 알면서도, 아는 척하지 않고 편지에 담긴 사랑을 느끼죠. 여자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를 좋아하니까요. 아이처럼 철 없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설렌 거죠.

- 정민과 미경의 사랑 이야기에는 강건과 오호도 한몫 하는데요. 정민의 리마인드 프러포즈를 망치게 한 주범이잖아요. 특히 강건은 다른 이벤트로 미경의 마음을 돌리자고 제안하지만, 결국 미경의 마음을 돌린 건 정민의 진심이었죠.
서지훈 : 네 맞아요. 극 중 오호의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티파니와 자존심 대결을 펼쳤죠. 티파니는 진심으로 다가서는 게 좋다고 했고요. 결국 진심이 통하긴 했는데, 강건을 대변하자면 그것 때문에 상심하거나 성격이 바뀌거나 하진 않아요. 다만 정민을 부러워하는 심리는 있어요. 이 부분은 극 중 강건이 용감한 시민상을 받는 것으로 표현돼요. 교통사고를 목격함으로써 부잣집 딸과 결혼한 정민처럼, 강건도 그런 우연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죠. ‘혹시 나도?라는 마음에 정민을 부러워하긴 하지만 티파니에게 졌기 때문에 변화가 생기는 건 없어요. 오호도 제 조언 때문에 여자친구를 얻었잖아요? (웃음)
이현규 : 그래요. 저는 티파니와 술김에 만나게 되는데 강건의 연애 코치가 효과적이었죠. 술에 취해 강건에게 배운 기술을 쓰는데 이게 아주 재밌는 부분이에요. 이건 직접 공연을 보고 확인해야하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웃음)

- 티파니와의 만남도 타이밍이 좋았군요. 그런데 그런 사랑이 과연 진실된 사랑일까요?
이현규 : 오호는 어쨋든 강건에게 배운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로 티파니와 만나게 되죠. 이때까지는 진심이 아니었어요. 기술이니까요. 하지만 술에서 깬 이후에는 진심으로 티파니를 사랑하게 돼요. ‘금사빠라는 말도 있잖아요. 티파니의 꾸밈없는 매력에 빠지는 거죠. 그리고 연극을 보면 알겠지만 극 전체가 타이밍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 극에선 표현되지 않았던 캐릭터들의 이면을 잘 설명해주셨는데요. 각 캐릭터마다 사랑하는 스타일이 모두 다른 것 같네요. 본인들의 실제 사랑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서지훈 : 음, 사랑을 말로 정의할 수 있다면 첫사랑을 떠나보내진 않았겠죠. (웃음) 아무튼 저는 사람을 대할 땐 극 중 강건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성격이 비슷하다는 거지 사랑에 있어서 강건처럼 진심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강건처럼 여자를 꼬셔본 적도 없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저의 사랑은 돌다리 같은 사랑인 것 같네요. 두드리고 또 두드리죠. 함부로 안 건너려고 해서 떠나보낸 사람도 있고요. 엄청 재는 거예요.
차형은 : 오히려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빨리 빠져들어요. 그렇게 나무 같은 사랑을 해요. 나무는 심으면 계속 자라잖아요. 저도 사랑을 계속 받으면 더 쑥쑥 커가는 사랑을 하는 거죠. 하지만 나무는 잘려나가면 밑동만 남아 흉터처럼 변하죠. 저도 잘려나가 상처만 남게 되면 계속 자라지 못하는 나무처럼 돼요.
이현규 : 너의 사랑은 나무, 그러면 연애 스타일은 식목일? 여기저기 막 심고, 죽을 건 금방 죽고 흔적도 없이? (웃음)

- 식목일 스타일이라면, 극중 정민과는 정반대인데요?
차형은 : 아니, 상처는 있죠. 다만 티를 안내는 거죠. 이 점이 극 중 정민이랑 비슷한 거 같긴 하네요.
이현규 : 농담이고, 저야말로 극 중 정민이랑 비슷해요. 들어줄 건 다 들어주면서도 내가 할 말을 잘 못하는 지고 사는 남자예요. 그래서 제 사랑은 기다림인 것 같아요. 실제로 지금 여자친구한테도 세 번을 고백했거든요. 세 번을 다 차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고요.
정다혜 : 저는 예전엔 극중 미경처럼 쌀쌀맞고 떽떽거리고 막말도 서슴없이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더군요. 지금은 완전 조선여자예요. 내조도 이런 내조가 없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지극정성을 다해요. 그리고 남자배우 세 분이 연애스타일을 이야기했는데, 그 중 가장 좋은 건 이현규 스타일이죠. 이야기 잘 들어주고 져주고. 단언컨대 식목일 스타일은 정말 아닌 것 같네요. (웃음)

- 사랑이야기로 분위기가 너무 뜨거워진 것 같네요. 이제 차분해질 수 있는 질문인데요. 각자의 인생에 ‘타이밍이 있었다면요? 일종의 터닝포인트 말이죠.
서지훈 : 전 간단해요. 28살 때가 인생의 타이밍이었어요. 그때부터 배우를 꿈꿨거든요.
차형은 : 군인 시절이 생각나네요. 군대에 가기 전엔 연기를 좋아하긴 했었는데 열성적이진 않았어요. 그런데 군대에선 2년 동안 하고 싶어도 못하니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괜히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 그랬죠. 그때 앞으로의 계획을 차분히 세워야겠다고 결심했죠.
이현규 : 전 고등학교 2학년 때예요. 그때 우연히 학생회를 들어가게 됐는데, 사실 학생회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주로 들어가잖아요. 저는 공부는 못 했지만 체육부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들어갔거든요. 거기서 모범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어떻게 살아야 보람찬 20대를 지낼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래 계획을 세웠죠. 삶을 허비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철이 든 것 같아요. 그때부터 공부도 열심히 했고 어떤 일에든 성실해지더라고요.
정다혜 : 저도 고2때가 생각나요.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는데 어느날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지루하게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3 때 전과해서 연극영화과 입시 준비를 했죠. 한 가지 더 있어요.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게 된 타이밍이 참 신기해요. 사귀기 전부터 1년 정도 알고 지냈는데 그땐 사귀게 될지 몰랐거든요. 신기한 인연이죠.

- 마지막 질문입니다. 연극 ‘타이밍을 봤던 또는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이현규 : 제가 대표로 말할게요. 우리 연극은 코믹극이예요. 많이 웃고 즐겁게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하지만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연극 뿐만 아니고 다른 연극들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텐데, 유쾌한 관람도 좋지만 그런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모든 관객분이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 : 위 사진은 공연 장면으로 인터뷰 배우들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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