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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배우 "좀 써달라", 감독 "배우가 없다" 그 아이러니
입력 2014-06-20 15:3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한 배우가 어느 술자리에서 "날 왜 안 써주는 거지?"라고 하소연한 게 기억났다. 동시에 한 감독이 "쓸 만한 배우가 없다"고 한 말도 떠올랐다.
한국영화 부흥기의 재현이라 할 정도로 이렇게나 많이 한국영화가 개봉하고 흥행하고 있는데 일자리가 없다고? 영화를 보면 주목할 만한 인물들이 많은 것 같은데 감독 입장에서는 쓸 만한 배우가 없다고?
아이러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여러 사정에 따른 서로의 이해관계 탓이다. 하지만 주로 상업영화에서나 해당하는 소리다. 독립영화로 눈을 돌리면 상업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다.
최근 개봉한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의 중견 배우 김중구는 언론시사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섭외 연락이 왔을 때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같이 작업하는 편"이라며 "특히 독립영화가 탄탄해져야 한국영화가 발전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영화 '황제를 위하여'와 '표적', '도희야', '10분' 등으로 잇따라 관객을 찾는 그의 작품 출연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가 '젊은 감독'이라고 표현했으나 이는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신인 연출가들을 포함하는 단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김중구는 데뷔 감독들과 꽤 많은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댄 나의 뱀파이어' 역시 김원회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가 돈을 벌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출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저예산 독립영화는 돈이 되지 않는다. 주인공이 아니고야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출연료는 짜다.
이 중견 배우의 발언은 배우로서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배우들이 생각해봐야 할 게 아닌가 한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독특한 시각의 연출자에 의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물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건 배우들이다.
하지만 이름깨나 알린 배우들은 독립영화 출연을 꺼린다. 돈이 안 되니 소속사도 달가워할 리가 없다. 배우가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들어 출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배우들이 무턱대고 아무 영화에나 출연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몇몇 배우들이 이용만 당하고 낭패를 당한 바 있다. 신중한 작품 선택의 과정은 있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김중구 같은 열린 마인드는 품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가 유명하지 않아서 하는 말이라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이 같아야 한다.
요즘 한국독립영화들의 성과물과 해외에서 들리는 평가는 상업영화 못지 않게 뛰어나다.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상업영화들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재능 있는 감독이 연출한 괜찮은 작품들이 꽤 많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됐던 영화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도 CGV무비꼴라쥬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독립영화 형태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응을 받은 영화에 CGV가 숟가락을 얹었고, 양쪽이 '윈윈' 할 수 있었다. 물론 상영관들은 흥행을 보증할 수 없다며 문을 걸어 잠그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재기발랄한 영화들이 더 많이 관객을 만나면 좋겠다.
이 중견 배우의 또 다른 말 한마디는 여전히 귓가에 남는다. "젊은 감독과 작업하니 나도 젊어지는 것 같아 좋았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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