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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타임머신] 보기만 해도 짠한 드라마 속 짝사랑男
입력 2014-06-20 09:46 
1분 1초가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본방사수를 외치며 방영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점점 줄고 있다. 클릭 한 번만으로 지나간 방송을 다운 받고, 언제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대다.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는 현재,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이를 몰랐던 세대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남우정 기자] 드라마에는 남녀 주인공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부모도, 가족도 극에 필요하고 심지어 이웃주민도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빛나게 만드는 인물들은 일명 ‘서브남, 주인공에게 밀려 여주인공을 한없이 바라봐주는 짝사랑남들이다. 보면 볼수록 짠한 이들을 모아봤다.

◇ ‘국민 짝사랑에 등극하다…응답하라 1994 유연석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유연석은 성나정(고아라 분)을 7년 동안 짝사랑하는 칠봉이 역을 맡아 여심을 사로잡았다. 20살 시작한 첫사랑은 쓰레기(정우 분)에게 가로막혀 고백 조차 힘들었지만 시간을 돌고 돌아서도 그는 짠한 모습은 여전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던 그가 길고 긴 짝사랑을 마쳤을 때 오히려 시청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이런 유연석이 ‘국민 짝사랑남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작에서부터 철저하게 짝사랑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MBC ‘런닝, 구와 ‘심야병원에서도 풋풋한 짝사랑을 그려냈으며 영화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에선 삐뚤어진 짝사랑으로 인해 나쁜 남자로까지 변신했다. ‘구가의서(MBC)에선 정인인 여울(수지 분)을 강치(이승기 분)에게 빼앗기기까지 했지만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오지랖까지 보여줬다.

◇ 짝사랑의 새로운 패러다임…‘상속자들 김우빈

서브남이 이렇게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것도 못된 행동을 남발했는데 말이다. SBS ‘상속자들의 김우빈은 호텔 상속자 최영도로 분해 나쁜 짝사랑의 정석을 보여줬다. 하지만 오히려 이 모습이 메인 커플보다 뜨거운 환호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


자신과 완전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차은상(박신혜 분)을 우연히 봤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고 그 이후 발걸기, 왕따 주도하기, 비밀 폭로하기 등 못된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너 오늘부터 내꺼야” 눈 그렇게 뜨지마. 떨려” 싫어도 참아. 안 싫으면 더 좋고” 등 직설적이고 오글거리는 대사를 쏟아냈지만 여성 시청자들을 ‘영도앓이에 빠졌다. 여지조차 주지 않는 대쪽 같은 차은상 덕분에 영도의 짠함은 폭발했다.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영도의 짝사랑은 김우빈과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도 센스있게 소화했으며 소년의 성장 모습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결국 김우빈은 서브남이었지만 이제 연예계 대세로 자리잡았다.

◇ 짝사랑남의 원조… ‘가을동화 원빈

지금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어 버린 재벌남과 평범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는 2000년 ‘가을동화가 방송된 후 더 진화됐다. ‘가을동화에서 은서(송혜교 분)을 짝사랑하는 재벌남 태섭 역을 맡은 원빈은 이 작품을 통해서 스타가 됐다.

잘생긴 얼굴에 집안까지 빵빵한 그가 매달리는데도 송혜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마면 돼? 사랑, 웃기지마 이제 돈으로 사겠어”라는 대사가 성대모사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만 봐도 ‘가을동화 속 원빈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한다.

◇ 항상 전지현 뒤에서 ‘별에서 온 그대 박해진

1~2년도 아니고 무려 15년이다. 이렇게 긴 짝사랑은 흔하지 않다. 거기다 마음이라도 표현 안 했으면 모르겠지만 속마음도 여러 번 드러냈고 고백도 했지만 여신 천송이에겐 통하지 않았다.

박해진은 ‘별에서 온 그대에서 한류 여신 전지현을 중학교 때부터 짝사랑한 재벌가 아들 이휘경으로 분해 순수하면서도 안타까운 로맨스를 선보였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모두가 천송이에게 등을 돌렸지만 이휘경만큼의 그의 옆을 지켰다.

심지어 자신을 오랫동안 짝사랑한 세미(유인나 분)이 참지 못하고 고백을 했지만 천송이를 향한 일편단심을 보여줘 그에게 비수를 꽂는 대쪽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외계에서 온 도민준(김수현 분)에게 천송이를 보내주며 끝까지 멋있는 남자로 남게 된다.

◇ 학생 때나 성인되나 짝사랑은 여전히...윤시윤

윤시윤이 짝사랑의 대명사가 된 건 지난 2009년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MBC)의 영향이 컸다. 자신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세경에 대한 마음을 품고 일편단심 소년, 준혁의 풋풋한 사랑을 표현했다. 반에서 꼴찌를 할 정도로 공부에 벽을 쌓았지만 검정고시를 보려는 세경을 위해 스스로 공부까지 하는 놀라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삼촌 지훈(최다니엘 분)을 짝사랑하는 세경의 모습을 보고 질투와 분노 끝에 결국 눈물로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했다.

그런 그가 성인 역을 맡았다고 해서 짝사랑에서 벗어난 줄 알았지만 변함없이 윤시윤은 짝사랑남으로 남았다. 지난해 방송된 ‘총리와나에서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 중 가장 어른스럽고 차가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총리와 위장 결혼한 남다정(윤아 분)을 짝사랑하며 키다리 아저씨가 됐다. 언제쯤 제대로 된 사랑을 이룰 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 짝사랑은 집착이 되고 결국 찌질남으로 지창욱

‘웃어라 동해야(KBS) ‘총각네 야채가게(채널A) ‘무사 백동수(SBS)를 통해서 반듯하고 성실한 청년이자 착한 남자로 인식되어 왔던 지창욱은 2012년 방송된 SBS ‘다섯손가락을 이후 달라졌다. ‘다섯손가락에선 형에 대한 자격지심과 적개심을 가진 유인하로 분해 첫 악역을 선보였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까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집착을 보여주더니 결국은 찌질함을 장착하며 멀어져갔다. 그 찌질함은 ‘기황후에서도 터졌다. 고려로 유배 온 나약한 왕의 모습에서 기승냥(하지원 분)에게 빠진 후 그에게 집착, 끝내 광기까지 표출하면서 찌질함의 정점을 찍었다. 물론 지창욱은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은 계기가 됐지만 짝사라의 최후는 비참할 뿐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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