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마트폰 성능은 하늘 찌르는데 정작 소비자는
입력 2014-06-20 07:02 

스마트폰 업계가 다시 '고사양'의 유혹에 빠졌다. 쿼드HD(QHD)를 처음 탑재한 LG G3가 인기를 끌자 삼성전자도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갤럭시S5의 디스플레이를 QHD로 갈아치웠다. 팬택도 올 하반기 QHD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놀 계획이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QHD가 고가에 걸맞는 혜택을 주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스마트폰 제조사 고사양 집착 '여전'
올해 스마트폰 업계의 최대 이슈는 고사양 스마트폰의 퇴조였다.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스마트폰의 중앙연산장치(CPU)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감에 따라 고성능보다는 범용화가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범람하는 중국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이 나쁘지 않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상반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재 아직도 스마트폰 시장은 고사양 스마트폰이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갤럭시S5를 필두로 LG G3, 팬택 베가 아이언2, 소니 엑스페리아 Z2 등이 불법 보조금을 등에 업고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 갤럭시 네오 등과 같은 보급형 스마트폰은 여전히 대리점 한켠에 밀려나 아는 사람만 찾는 제품이 됐다.
고사양 스마트폰의 질주에는 LG G3가 한몫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G3는 출시 3주가 지난 지금 판매량이 2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하루 1만대꼴로 판매되는 양상이다.

G3의 판매 호조에 삼성전자가 콧등에 불이 붙었다. 지난 4월 비교적 무난한 사양으로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S5가 G3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자 광대역 LTE-A 지원에 QHD를 전격 탑재했다. 퀄컴의 최신형 AP인 스냅드래곤 805도 적용했다. 다시 성능 경쟁에 불을 당긴 셈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실 고사양 스마트폰이 계속 인기를 얻는 것이 더 이득이다. 보급형보다 고사양 제품이 대당 마진이 높기 때문이다. 보조금 문제가 발목을 잡긴 하지만 통신사와 같이 부담하기 때문에 제조사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결국 문제는 소비자다.
◆고사양, 고성능이 제공하는 가치란?
QHD 디스플레이는 HD보다 4배 선명한 해상도의 화면이다. 선명도를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되는 인치당 픽셀 수(ppi)는 G3의 경우 538에 달한다. 이 정도면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업계에서도 300ppi를 넘으면 보통 사람이 선명도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QHD를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도 많지 않다. QHD 해상도를 지원하는 동영상이나 이미지가 아직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모바일 컨텐츠들은 HD나 풀HD를 지원한다. LG G3는 직접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 그리고 LG전자가 제공한 컨텐츠만 QHD 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다. 다른 모바일 컨텐츠들은 해상도에 맞게 늘리는 형태로 이용해야 한다.
AP 성능도 이와 유사하다. 삼성전자, 퀄컴 등이 만들고 있는 AP는 개인용 컴퓨터(PC)의 CPU와의 성능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거꾸로 보급형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미디어텍의 AP 성능은 갈수록 높아져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동하는 데 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AP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성능보다 LTE를 통합 칩에서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고사양이 주는 잇점을 충분히 누리는 얼리 어댑터도 있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체감상 느끼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들은 결국 제조사, 통신사의 마케팅에 혹해 고가의 스마트폰을 덥썩 구입한 뒤 애물단지처럼 사용하기 십상이다. 고장이라도 나면 고가에 걸맞는 수리 비용과, 마케팅 비용에 걸맞는 통신비는 덤이다.
◆'빠릿함'보다 '편안함' 주는 스마트폰은 없나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성능 이외에 다른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 중이다. 구글이 만들고 있는 새로운 인증 프로그램 '실버'는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에 불필요한 앱을 너무 많이 설치하는 것을 막는 등 사용자의 편의에 초점을 맞춘다. 아마존은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3차원 기능을 적용한 '파이어폰'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올해 자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모두 손본 상태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갤럭시S5는 얼리 어댑터들에게 사양은 기대에 못 미친 반면 최적화나 UI는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평을 받았다. G3도 UI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팬택도 베가 아이언 2에 플럭스 3.0 UI를 적용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은 성능 경쟁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고사양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UI 뿐 아니라 사용자 지원 생태계라는 측면에서 국내 제조사들이 아직 취약하다는 점도 일조한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는 이같은 측면에서 시사점을 준다. 애플은 아이폰 성능 뿐 아니라 운영체제인 iOS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구형 아이폰에도 최신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용자는 매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올해 발표된 iOS8에는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보관하는 헬스 기능이 추가됐다. 출시된지 근 3년 가까이 된 아이폰4s에서도 이 기능은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에 부족한 면모 중 하나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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