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노래를 하고 싶다던 십수 년 전의 꿈을 이룬 한 가수가 있다. 강한 듯 여려 보이고, 또 한편으론 여린 듯 강해 보이던 스물 두 살 그녀는 당차고 다부지게도 일찌감치 솔로 여가수 톱클래스의 위치에 본인 이름을 올려놓고 10년 넘게 ‘롱런하고 있다. 4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가수 거미(33, 본명 박지연)다.
평생 노래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의 데뷔 초 바람은 변함없다. 다만 현재의 목표는 보다 구체화 돼 있다.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게 이번 앨범을 통해 바랬던 큰 꿈이었다고.
앨범 발매 일주일 후 만난 거미는 대중에게도 인정받고 싶었지만 함께 음악 하는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했다. 어느 정도 그 꿈을 이룬 게 쑥스러운 듯 엷은 미소의 그녀가 말을 이었다.
거미 너니까 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감사했죠. (박)유천씨 같은 경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고, 환희(플라이투더스카이)씨는 딱 세 글자 ‘죽이네라는 연락이 왔어요.(웃음)”
지난 10일 발매된 새 앨범 ‘사랑했으니..됐어는 오랜 공백 끝 나왔음에도 음원차트에서 선전하며 시쳇말로 ‘터졌다 할 만한 대중적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음악이 단기간 소비되고 대중의 뇌리에서 지워지는 추세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운 눈치다. 마지막 미니앨범 발매 시점인 2010년과 비교했을 때도 터무니없이 빨라진 가요계 신곡 교체 주기는 거미에게 일종의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회의감도 들더군요. 이렇게 열심히 힘들게 하면 뭐하나, 어차피 며칠 있으면 없어질 것... 음악도 음악이고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홀대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전엔 그렇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죠.”
이런 거미의 심적 혼란을 다잡아준 건 오히려 ‘배우였다. 한솥밥 먹는 회사 식구, 연기자들이 음악과 가수의 위대함에 대해 많이 일깨워주셨어요. 특히 ‘음악은 모든 예술의 바탕 ‘많은 가수 중에서도 오랜 시간 잊혀지지 않고 사랑받는 거미는 얼마나 훌륭한가라는 최민식 선배님의 말씀에 힘이 많이 났습니다.”
그는 데뷔 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 사실 크게 잊혀지거나 한 적은 없고 오히려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오만했던 것 같더라”며 새 앨범 작업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큰 욕심보단 작은 행복부터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만 좋아해줘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그 와중에 대중도 좋아해주시면 감사한 거고요. 비록 (음악이) 잊혀지는 주기는 짧아졌지만 노래는 내 인생에 평생 남는 거니까요. 그런 생각 때문에 음악을 안 만들거나 안 내놓으면 지금 할 수 있는 걸 놓치는 게 되는 거고요.”
그렇게 야심차게 내놓은 이번 앨범에선 일종의 변화가 감지된다. 음악 스타일도, 디테일도 기교도 눈에 띄는 듯 띄지 않게 달라졌다. 심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걸까.
특별히 변화를 의도하고 만든 건 아니에요. 기교의 차이는 곡마다 다른 것일 뿐이고, 이번 곡들은 현란한 기교가 필요 없는 곡들이었죠. 디테일이 주는 느낌 측면은, 여유가 생겨 그렇게 들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장르나 창법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닌데, 음악을 받아들이는 감정이, 내면이 변했기 때문에 표현도 자연스럽게 달라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데뷔 12년차. 서른 셋이란 나이는 한편으론 무게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지친 거미를 일으켜준 힘이 되기도 했다.
우리 또래들은 시작할 때부터 중간(가요계 허리)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중간 역할이죠. 우리가 R&B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음악의 유행을 바꾼 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선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아이돌 음악 사이에서도 우리 세대 친구들이 나오면서 흐름이나 유행이 바뀌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이구나 생각해요. 앨범 만들면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이렇게 무너지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우리가 으쌰으쌰 해서 하면 가요계에 더 좋은 영향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선배님들도 계속 열심히 음악 하시잖아요. 이선희 선배님 쇼케이스에 가서 생각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죠.”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 대세를 이루며 평균 데뷔 연령이 뚝 떨어진 최근 몇 년 사이가 아닌, 거미 데뷔 당시로선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가요계에 몸을 담은 그녀다. 데뷔 초부터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거미는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누군가(후배)의 ‘롤모델으로 으레 손꼽히곤 했다.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거미는 고맙고 재미있기도 하면서도 사명감도, 책임감도 크게 든다”고 했다.
앨범을 만드는 순간에도 이같은 책임감은 꽤나 크게 작용했다. 창피하지 않은 노래를 해야지 싶었어요. 솔직히 ‘그대 돌아오면이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같은 발라드로 컴백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느낌의 음악은 앨범 활동 쉬는 동안 OST를 통해서도 계속 해왔거든요. 그런 곡들로 나왔을 때 차트 순위나 인기가 좋을 수는 있겠지만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은 아닐 거라 생각했어요.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 속에서도 대중을 놓치고 싶지 않았죠. 그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키고 싶었던 게 이번 앨범이었어요.”
오는 7월에는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거미가 데뷔 후 최초로 선보이는 어쿠스틱 공연이다. 구상은 끝났고 이제 본격적으로 편곡이 들어갈 거예요. 처음 선보이는 어쿠스틱 공연이라 기대가 커요. 재미있는 공연을 위해 여러 가지 기획 중이에요. 기대해주세요.”
psyon@mk.co.kr/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노래를 하고 싶다던 십수 년 전의 꿈을 이룬 한 가수가 있다. 강한 듯 여려 보이고, 또 한편으론 여린 듯 강해 보이던 스물 두 살 그녀는 당차고 다부지게도 일찌감치 솔로 여가수 톱클래스의 위치에 본인 이름을 올려놓고 10년 넘게 ‘롱런하고 있다. 4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가수 거미(33, 본명 박지연)다.
평생 노래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의 데뷔 초 바람은 변함없다. 다만 현재의 목표는 보다 구체화 돼 있다.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게 이번 앨범을 통해 바랬던 큰 꿈이었다고.
앨범 발매 일주일 후 만난 거미는 대중에게도 인정받고 싶었지만 함께 음악 하는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했다. 어느 정도 그 꿈을 이룬 게 쑥스러운 듯 엷은 미소의 그녀가 말을 이었다.
거미 너니까 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감사했죠. (박)유천씨 같은 경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고, 환희(플라이투더스카이)씨는 딱 세 글자 ‘죽이네라는 연락이 왔어요.(웃음)”
지난 10일 발매된 새 앨범 ‘사랑했으니..됐어는 오랜 공백 끝 나왔음에도 음원차트에서 선전하며 시쳇말로 ‘터졌다 할 만한 대중적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음악이 단기간 소비되고 대중의 뇌리에서 지워지는 추세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운 눈치다. 마지막 미니앨범 발매 시점인 2010년과 비교했을 때도 터무니없이 빨라진 가요계 신곡 교체 주기는 거미에게 일종의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회의감도 들더군요. 이렇게 열심히 힘들게 하면 뭐하나, 어차피 며칠 있으면 없어질 것... 음악도 음악이고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홀대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전엔 그렇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죠.”
그는 데뷔 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 사실 크게 잊혀지거나 한 적은 없고 오히려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오만했던 것 같더라”며 새 앨범 작업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큰 욕심보단 작은 행복부터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만 좋아해줘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그 와중에 대중도 좋아해주시면 감사한 거고요. 비록 (음악이) 잊혀지는 주기는 짧아졌지만 노래는 내 인생에 평생 남는 거니까요. 그런 생각 때문에 음악을 안 만들거나 안 내놓으면 지금 할 수 있는 걸 놓치는 게 되는 거고요.”
그렇게 야심차게 내놓은 이번 앨범에선 일종의 변화가 감지된다. 음악 스타일도, 디테일도 기교도 눈에 띄는 듯 띄지 않게 달라졌다. 심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걸까.
특별히 변화를 의도하고 만든 건 아니에요. 기교의 차이는 곡마다 다른 것일 뿐이고, 이번 곡들은 현란한 기교가 필요 없는 곡들이었죠. 디테일이 주는 느낌 측면은, 여유가 생겨 그렇게 들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장르나 창법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닌데, 음악을 받아들이는 감정이, 내면이 변했기 때문에 표현도 자연스럽게 달라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데뷔 12년차. 서른 셋이란 나이는 한편으론 무게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지친 거미를 일으켜준 힘이 되기도 했다.
우리 또래들은 시작할 때부터 중간(가요계 허리)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중간 역할이죠. 우리가 R&B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음악의 유행을 바꾼 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선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아이돌 음악 사이에서도 우리 세대 친구들이 나오면서 흐름이나 유행이 바뀌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이구나 생각해요. 앨범 만들면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이렇게 무너지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우리가 으쌰으쌰 해서 하면 가요계에 더 좋은 영향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선배님들도 계속 열심히 음악 하시잖아요. 이선희 선배님 쇼케이스에 가서 생각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죠.”
앨범을 만드는 순간에도 이같은 책임감은 꽤나 크게 작용했다. 창피하지 않은 노래를 해야지 싶었어요. 솔직히 ‘그대 돌아오면이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같은 발라드로 컴백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느낌의 음악은 앨범 활동 쉬는 동안 OST를 통해서도 계속 해왔거든요. 그런 곡들로 나왔을 때 차트 순위나 인기가 좋을 수는 있겠지만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은 아닐 거라 생각했어요.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 속에서도 대중을 놓치고 싶지 않았죠. 그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키고 싶었던 게 이번 앨범이었어요.”
오는 7월에는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거미가 데뷔 후 최초로 선보이는 어쿠스틱 공연이다. 구상은 끝났고 이제 본격적으로 편곡이 들어갈 거예요. 처음 선보이는 어쿠스틱 공연이라 기대가 커요. 재미있는 공연을 위해 여러 가지 기획 중이에요. 기대해주세요.”
psyon@mk.co.kr/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