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불합리한 장기 대기발령 무효"

회사가 불합리하게 오랜 기간 대기 발령을 내렸다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인사권은 회사에게 있지만 합리적인 이유와 근로자가 받게 될 불이익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영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한 자동차 업체에서 14년간 근무한 최 모씨.

그러나 지난 2000년 12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 발령을 받았습니다.

2년 뒤 외국계 기업이 고용승계를 약속하며 회사를 인수했지만 그후로도 최 씨는 보직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최 씨는 부당한 인사로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최 씨의 주장이 이유없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최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근로자가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다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사회 통념상 불합리하게 장기간 대기발령을 내는 것은 무효라는 것입니다.

또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이 석달이 넘도록 보직을 받지 못하면 해고한다는 취업규칙에도 불구하고 오랜기간 대기발령을 유지한 것은 회사책임이라며, 이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 차액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뷰 : 변현철/대법원 공보관
-"인사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이지만 그 목적과 근로자가 받게 될 이익을 넘어 부당하게 장기간 대기발령은 위법하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고용을 승계한 외국계 회사가 이전 회사의 대기 발령을 그대로 유지한 부분도 세밀하게 심리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mbn뉴스 이영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