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런던 데자뷰? 박주영, 다시 인생극장 가능할까
입력 2014-06-18 17:16  | 수정 2014-06-18 17:20
나락에 빠져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전 원톱 박주영은 런던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박주영의 인생극장이 절실한 한국이다. 사진(브라질, 구이아바)=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나락에 빠져있는 주전 원톱 박주영이다. 대표팀 발탁 이후 끊임없이 논란의 과정을 거쳤다. 이어 러시아전 부진으로, 대표팀의 답답한 공격력에 대한 비판이 박주영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현재 처해있는 상황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고난 끝에 오롯히 영광을 지켜내는 마무리 까지 모두 같을 수 있을까.
한국은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다. 후반 23분 이근호(상주)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리드를 잡았으나 후반 29분 케르자코프(제니트)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고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4-2-3-1 포지션의 최전방 원톱 꼭짓점으로 출전한 박주영은 후반 교체되기까지 56분을 누비며 6.38km를 뛰었다. 전반 부지런하게 러시아 수비진을 끌고다니며 기회를 연결시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정도 기대치가 아니었기 때문. 박주영은 A매치 63경기 24골로 대표팀 내 최다 골 기록을 갖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주역이자, 자타공인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결사다.
하지만 슈팅은 단 1회도 없었고, 위협적인 장면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외신들도 혹평을 쏟아냈다. 영국의 일간지 메트로는 아스날에서 악몽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박주영이 러시아전서 끔찍한 경기력을 선보였다”며 박주영이 러시아전서 55%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한 건 놀랍지도 않다. 박주영은 헤딩능력도 떨어졌다”며 일침을 가했다. AP통신은 경험 많은 박주영을 주전 공격수로 내놓았으나 그는 아스널에서의 무력한 3년 동안 길을 잃어버린 듯했다”고 보도했다. 그야말로 존재감이 없었다는 혹평세례였다.

외신의 지적대로 박주영은 지난해 아스날 소속으로 단 7분만을 뛰었다. 임대로 떠난 왓포드에서도 1시간 출전에 그쳤다. 돌아오지 못한 실전 감각 문제는 이날도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비단 러시아전의 문제가 아니다. 박주영은 대표팀 합류 이후에도 제대로 된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부진이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은 박주영의 움직임에 대해 아스널 팬들은 특색 없었던 박주영을 떠올렸을 것”이라며 운이 없었던 측면도 있지만 홍명보 감독이 후반 초반에 박주영을 교체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분석했다. 분석대로 박주영의 존재감은 현재 옅어도 너무 옅다. 마치 아스널 시절 존재감이 없었던 그와 같다.
사실 지난 3월 그리스전을 앞두고 발탁될 때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던 박주영이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한 선수를 발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던 홍 감독이 스스로의 주장을 엎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험이 일천한 현재 대표팀 구성이나 공격 자원의 면면을 볼 때 박주영의 발탁은 반드시 필요했을 수 있었지만 ‘원 팀의 가치를 중시한 홍명보호가 원칙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위험이 큰 선택이었다. 박주영은 그리스전서 전반 18분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내며 홍 감독의 선택에 100% 부응했다. 하지만 이후 봉와직염 부상에 시달리며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급기야 5월에는 귀국을 선택. 파주 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끌어올려 ‘황제 훈련이라는 논란 까지 나왔다.
박주영에게 기대하는 것은 해결사 능력이다. 사진(브라질 쿠이아바)=김영구 기자
박주영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을 거치며 현재 선수단 구성은 물론 2002 월드컵 세대 이후 대표팀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단순히 ‘정신적 지주의 존재만도 아니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박주영은 해결사였다.
당시에도 과정은 유사했다. 모나코 이중국적 취득 문제 때문에 박주영의 와일드카드 선발을 두고 잡음이 일자 당시 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홍 감독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주영을 대신해 내가 군대를 가겠다”고 나서면서까지 그를 발탁했다.
박주영은 런던올림픽 1차전 멕시코와 1-1로 비긴 이후 다음 라운드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스위스전서 선제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메달이 걸려있었던 경기인 일본과의 3·4위전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축구에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기쁨을 안겼다.
대회 내내 논란이 일었던 박주영의 경기력과 발탁의 정당성 문제는 이런 마무리로 종식됐다. 박주영 스스로도 선수 경력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었던 순간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했다.
현재도 박주영의 대안은 물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최선의 안은 박주영이 자신의 인생극장을 재현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미디어나 대중을 향해 ‘소통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박주영이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박주영이 택한 것은 묵묵히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의 역할은 골게터다. 이제 ‘무언의 시위를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기회는 많지 않다. 4년은 길고 월드컵이라는 축제는 짧다. 박주영이 골로 포효하며 인생극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라야 할 순간이 가까워 지고 있다.
[on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