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감원, 3大 신평사 중징계 통보
입력 2014-06-17 20:43  | 수정 2014-06-17 23:34
금융감독원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김현열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지난 13일 3대 신평사와 임직원들에게 '기관경고'나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면서 "7월 중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정확한 제재 수위를 확정할 것"이라고 17일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도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에 나섰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법정관리 신청 직후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한기평과 나이스신용평가는 동양시멘트 기업어음(CP) 등급을 투자 적격인 'A3-'로 부여해 오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나서 다섯 단계를 강등했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경우도 법정관리 신청 전부터 투기 등급이기는 했지만 신청 이후 디폴트 수준으로 강등하기도 했다. 동양 사태뿐 아니라 과거 LIG건설 CP 발행 사건, 웅진그룹 CP 발행 사건 등에도 어김없이 신용평가사들의 부실 평가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 사태에서도 금감원 기업공시국에서 동양 회사채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동양이 회사채 발행을 포기한 시점, 오리온이 지원을 거부한 시점 등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는 여러 모멘텀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에야 등급을 강등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신평사 검사 결과 신용평가 수주를 위해 피평가 업체에 호의를 제공하는 등 '평가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는 사례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평가 업체가 신용등급을 책정할 신용평가사를 직접 선정하고 신평사는 피평가사로부터 받는 보수를 주된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애초에 신평사들이 공정하게 등급을 책정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금감원 검사 결과 신용등급 강등을 해당 기업이 회사채 발행 이후로 미뤄주는 편법을 동원한 사례도 나타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평가사들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았다. 영업조직과 신용평가조직이 철저히 분리돼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호 간에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업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평사의 영업 부문이 아닌 신용평가조직 임직원이 피평가 업체 관계자들에게 술과 골프 접대를 하는 등 사실상 영업과 신용평가 업무가 '한몸'이 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쟁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평가 업무를 넘겨 받으면서 "신용등급을 올려주기로 하며 수주했다"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는 조건으로 수주했다"는 등의 정보를 사내에서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조직과 신용평가조직은 상호 독립적으로 업무가 수행돼야 한다"면서 "양쪽 간 협업이 있었다면 평가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중대한 문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초까지 진행됐던 금감원의 고강도 현장 검사가 끝난 뒤 신용평가 업계에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 계열사나 포스코의 신용등급 강등은 과거 관행에 따르면 발생하기 어려웠던 사건"이라면서 "이번 중징계가 신용평가사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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