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복만이 아닌 문화를 만들죠"…한복 세계화·대중화에 앞장서는 김예진 원장
입력 2014-06-17 17:57  | 수정 2014-06-17 18:04
정부 관계자와 패션업계, 한복디자이너들이 모인 가운데 17일 한복진흥센터 출범식이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렸다.

한복의 문화적 가치를 끌어올리기까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그중에서도 김예진한복의 김예진 원장의 감회는 새롭다.


김예진한복을 창립한 지 25년.

김예진 원장이 영국 런던의 헤롯백화점 한가운데에 걸려 있던 기모노를 보고, 기모노보다 더 훌륭한 한복을 알리기 위해 한복디자이너로 변신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화다.

한복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알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대통령 영부인부터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김예진한복을 찾기 시작했다.

상업적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업체와는 달리 한복 하나만 파고들면서 실력을 당당히 인정받았고 여러 명사와의 인연도 쌓아갔다.

"세계적 배우인 안소니 퀸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때는 대배우로서가 아닌, 조각가로 한국에 오셨을 때인데요. 최고의 스타임에도 격의 없이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셨어요. 한복이 무척 편하다고 좋아하셨던 표정이 생각나네요."

안소니 퀸을 비롯해 니콜라스 케이지 부부, 하인즈 워드 가족은 물론이고, 김대중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 반기문 UN 사무총장, 클라우스 패스밴더 로레알 코리아 사장 등 김 원장의 한복을 거친 유명인사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김 원장은 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한복 디자이너로서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할 때마다 한복을 입고 우리의 전통의상을 만방에 알리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그 나라의 정서에 맞게 배려를 한다는 느낌이 와 닿았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그 나라가 어떤 색상을 좋아하시는지 그걸 선별해서 입으셔서 행복합니다. 제 한복이 아니어도 행복하죠. 요즘엔 많이 마르신 것 같은데 만약 제 한복을 입으실 수 있다면 조금은 넉넉해 보이는 것을 해드리고 싶고 색상은 온화한 쪽으로 입혀 드리고 싶습니다."

김 원장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자 인기 드라마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시청률 50%에 육박했던 인기드라마 '인어아가씨'부터 '신기생뎐', '오로라공주'까지, 극 중에서 한복이 눈길이 갔던 작품은 김예진한복이 등장한 드라마들이었다.

'오로라공주'에서는 의상협찬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깜짝 과시하기도 했다. '오로라공주' 110회에서 한복집 원장으로 출연하면서 비교적 많은 분량의 연기와 대사까지 소화한 것이다. 이전에도 드라마나 교양프로그램 섭외는 많았지만 여러 번 고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기회가 된다면 안방극장에 얼굴을 비추려 한다. 한복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김예진한복이 평탄한 길만을 걸어왔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김예진한복의 성공이 단기간에, 노력 없이 이뤄진 것으로 오해하지만, 그 뒤에는 피땀 어린 정성이 숨어 있었다. 한복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재봉틀을 수도 없이 망가뜨린 것은 약과다.

"어떤 걸 하고자 했을 때 그게 안 됐을 때가 잦았어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려고 했을 때, 안 됐을 때도 힘들지만 그건 이겨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한복 자체가 외면당할 때 가슴이 정말 아팠습니다."



원석을 선별해내고 그것을 커팅해야 비로소 다이아몬드가 되듯이, 한복도 좋은 옷감을 골라내서 재단과 재봉의 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완성된 한복이 된다. 좋은 옷감은 한복의 첫 번째 조건이다. '여름에는 한삼 모시, 겨울에는 명주'처럼 김예진 원장은 항상 최고의 옷감을 추구한다.

김 원장은 앞으로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크게 이바지할 예정이다. 그러기까진 김 원장의 장점 중 하나인 국제적인 감각과 열린 사고가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한복을 입어보면 감탄사를 연발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이러한 외국인들이 더 많아지도록 우리 한복을 줄기차게 소개할 예정이다. 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고급한복을 새색시나 새신랑 등 대중이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한복 사랑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한복을 만드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배로 노력하겠습니다."

[ 이동훈 기자 / no1medic@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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