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진그룹의 재구성] 3세 승계 작업 순항 중…"한진칼·한진에 주목을"
입력 2014-06-17 09:39  | 수정 2014-06-17 13:59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육해공의 수송 물류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진그룹은 재계 서열 10위권 내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지주체계 전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며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3세들의 입지가 크게 강화된 모습이다.
◆ 한진家 3세, 그룹 전면에 포진…장남 조원태, 광폭 행보
한진가 3세들은 최근 들어 그룹 내 계열사에서 발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해가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진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한항공에서 요직을 꿰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선 한진그룹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조원태 부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조양호 회장과 함께 한진그룹의 지주사가 될 한진칼홀딩스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대한항공에서는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직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또 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의 사내이사직도 맡고 있다.
조현아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CSO)직을, 계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막내 딸인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및 여객마케팅부 전무, 진에어 마케팅본부장 겸 전무, 정석기업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의 후계 구도에 대해 첫째인 조현아 부사장이 호텔 사업을, 둘째인 조원태 부사장이 대한항공 등 핵심 사업을, 셋째인 조현민 전무가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를 물려 받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분율을 놓고 볼 때는 세 남매간의 우열을 따지기 어렵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25.1%를 갖고 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은 각각 8.37%만 갖고 있다.
하지만 조원태 부사장, 조현아 부사장,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 주식을 나란히 1.1%씩 보유하고 있고 지주사격인 한진칼의 지분도 1.1%씩 보유하고 있다. 정석기업도 1.3%, 한진은 0.03%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동일하다.
사실 한진그룹의 승계 문제를 두고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들 3세의 연배나 기업 경영 경력에 비해 무거운 중책을 맡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막내 딸인 조현민 전무는 1983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불과 32세다. 조원태 부사장은 1975년생, 조현아 부사장은 1974년생이다.
또 기업의 규모에 비해 조 회장 일가의 경영 지배력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 조원태 부사장, 조현아 부사장 등 3명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여서 전체 사내이사 6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 성과 측면에서는 별다른 흠이 없다. 특히 조원태 부사장은 지난해 7월 오랜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화물 부문의 구원 투수로 투입돼 올 1분기 매출 반등을 이끌기도 했다.
◆ "지주사 전환에 한진칼·한진의 기업 가치 부각"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대한항공을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한진칼홀딩스와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지주사 전환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 작업에 나서면서 지주사 전환은 후순위로 밀린 형국이 됐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은 지주사인 한진칼홀딩스를 설립만 해놓은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한진해운 문제는 단순히 한진해운의 경영을 정상화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진해운은 한진칼의 손자회사가 됐다. 이렇게 되면 한진해운이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의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리거나 아예 계열 분리시켜야 한다. 평택터미널(50%), 광양터미널(59%), 한진해운신항물류센터(60%), 한진해운 경인터미널(85%)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문제도 한진그룹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한진그룹 지주사 전환의 중심축인 순환출자를 푸는 시나리오로는 여러가지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현재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 6.8%를 보유한 대주주다.
다른 지주사 전환 작업과 마찬가지로 한진그룹도 오너인 조양호 회장의 지분율은 최대한 높이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 지분 매입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지주사 전환 작업의 포인트다.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정석기업은 조양호 회장이 2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대주주의 지분율이 가장 높다. 또 한진은 그룹 핵심인 대한항공의 지분을 9.87% 보유하고 있다. 결국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정석기업 주식과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의 주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칼·한진·정석기업을 모두 합병하는 방안 ▲한진의 투자부문을 분할한 뒤 한진칼·정석기업과 합병하는 방안 ▲정석기업과 한진칼을 합병하는 방안 등이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한진을 분할해 한진의 투자부문과 한진칼, 정석기업 등 세 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에서 한진의 지분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또 비상장사인 정석기업을 끌어안게 되는 한진칼의 수혜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PBR 측면에서 현재 한진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3개 회사 합병시 한진의 투자부문 자산가치가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석기업과 한진칼이 합병하는 시나리오에서도 한진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대주주의 주식스왑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가 되든 한진에게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진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해 정석기업, 한진칼과 합병하는 방안이 가능하려면 한진칼의 주가 수준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라며 "한진이 한진칼의 자회사로 편입돼 한진칼의 순자산가치(NAV)와 주당순이익(EPS)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