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병언 측근 8명 첫 재판…`몸통` 없는 `깃털` 처벌
입력 2014-06-16 15:12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잠적한 가운데 측근들의 경영비리가 먼저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랐다.
이들은 유씨 일가를 도와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결과적으로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과 계열사들의 부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집중 심리를 통해 최대한 신속히 재판을 끝낸다는 계획이지만 주범인 유씨와 자녀, 유씨 핵심측근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이 아직 잡히지 않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6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기소된 이들의 공소사실은 판에 박은 듯이 비슷하다.

유씨 측근으로 주요 계열사의 대표와 감사 등을 맡은 이들은 허위고문료·컨설팅비 지급, 상표권 사주기, 사진과 주식 고가 매입 등을 주도하며 회삿돈을 유씨 일가에게 몰아준 게 받고 있는 주된 혐의다.
계열사가 사실상 유씨 일가를 위한 사금고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계열사들은 유씨와 자녀들에게 허위고문료와 컨설팅비를 지급하는가 하면 유씨와 장남 대균(44)씨, 차남 혁기(42)씨 등과 형식상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한 뒤 계열사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지급했다.
고문료 지급 등에는 유씨 부자가 각각 소유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인 '붉은머리오목눈이'와 'SLPLUS', '키솔루션' 등이 이용됐다.
유씨의 취미활동인 사진 전시회 등을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들이 조직적으로 나선 정황도 검찰 수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계열사들은 유씨의 해외 사진전시회 개최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사진판매 담당 계열사인 헤마토센트릭라이프와 이를 인수한 천해지의 유상증자에 참여, 액면가보다 훨씬 비싸게 주식을 매입했다.
유씨의 사진 작품집 '아해 컬렉션'(AHAE COLLECTION)이나 사진을 이용한 달력 등을 계열사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에게 고가에 떠넘겼다.
재벌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어주기'를 통한 오너 일가의 축재 방식도 여지없이 등장해 계열사들은 장녀 섬나(48)씨가 대표로 있는 모래알디자인에 디자인 컨설팅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같은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범죄는 유씨의 지시 아래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가 연결고리 역할을 해 계열사에 포진한 측근들이 실행에 옮겼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 송 대표 등 기소된 이들의 공소장에 적시된 거의 모든 범죄 혐의에는 유씨와 자녀는 물론 김 전 대표가 공범으로 등장한다.
유씨 일가 계열사의 거미줄 같은 지배구조 역시 김 전 대표가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첫 재판에서는 역시 김 전 대표가 유씨 측근 경영비리의 핵심 고리로 등장했다.
피고인 중 일부는 혐의 사실 대부분이 김 전 대표의 지시에 따른 일이라고 실토했다.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 중 자금 흐름에 관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했다"면서 "김필배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측 변호인도 혐의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김필배씨 지시를 어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 전 대표는 현재 검찰 수사를 피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검찰은 외교부를 통해 여권 반납을 명령하고 인터폴에 요청, 적색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검찰은 국내 도주 중인 유씨는 물론 미국에 있는 김 전 대표의 행방에 대해서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몸통'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깃털'들만 우선 처벌 대상에 오른 셈이다.
검찰이나 법원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유씨와 김 전 대표가 잡힐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은 구속된 날로부터 2개월이고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두 차례 갱신할 수 있다.
1심 선고는 최장 6개월 안에 내려져야 하므로 유씨와 김 전 대표의 기소와 별개로 이들 측근에 대한 선고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후 유씨와 김 전 대표 등이 검거돼 범죄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검찰이 추가기소 등의 방법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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