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3년만기 돌아오는데…`차화정ELS` 10개중 4개 원금손실
입력 2014-06-15 17:14  | 수정 2014-06-15 22:21
◆ ELS의 그늘 ◆
2011년 6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종목형 ELS를 매수하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증권사 직원의 말에 60대 B씨는 은퇴자금 중 일부를 ELS에 투자했다. 당시 ELS는 낮은 투자위험에도 연 10~20% 고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상품으로 알려지며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 B씨가 투자했던 'A증권 5675 ELS'의 경우 GS와 만도의 주가가 55% 이상 폭락하지 않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연 17.2%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였다. B씨는 "GS와 만도는 실적이 양호하고 주가흐름도 탄탄한 기업들이라 손실이 발생할 것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만기일인 지난 5일 수익은커녕 원금의 절반만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2010~2011년 코스피 강세를 이끌었던 '차화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 장세가 끝난 지 3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차화정 몰락의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쾌조의 상승세를 보이던 차화정 종목들이 돌연 급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1년 8월로 이전까지 잘나가던 이들 종목을 기초자산 삼아 봇물처럼 발행됐던 원금보장형 ELS의 만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차화정 주가의 부진은 3년째 계속되고 있어 이른 시일 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차화정 E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5개 대형 증권사가 2011년 6~7월 발행한 3년 만기 종목형 ELS 중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 비중은 40.1%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이들 5개사가 발행한 종목형 ELS 발행 총액은 3442억원. 이 중 현재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액은 1379억원이다.

원금 비보장형 ELS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발행시점 기준가 대비 절반 넘게 빠지지만 않으면 연 10~20% 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가 많다.
하지만 주가가 손실가능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한 경우 만기 때 일정 수준(대략 기준가의 70% 내외)으로 주가가 회복하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이들 종목형 ELS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지난 3년여 전 발행 후 기초자산 종목 주가가 5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얘기다.
만약 조만간 도래할 만기일까지 ELS 발행 당시 기준가의 70% 이상 수준으로 주가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해당 ELS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률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은 이들 ELS가 발행될 당시 한국 증시를 주도하던 차화정의 몰락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 5개 대형 증권사가 2011년 6~7월 사이 발행했던 종목형 ELS 중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ELS들의 기초자산 종목들을 살펴보면 현대차, 기아차, 만도, 현대모비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차화정 종목들이 즐비하다. 이들 차화정 종목 중에서 LG화학, OCI, GS, 한화케미칼, S-Oil, SK이노베이션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가 회복구간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일례로 LG화학은 2011년 7월까지 주가가 50만원을 웃돌았지만, 한 달 뒤 주가가 3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현재는 30만원을 밑돌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2011년 7월 20만원을 상회하다가 8월 들어 14만원대까지 추락했고 현재 10만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3년 전 발행된 ELS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증권사 영업점에선 투자자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투자자는 "당시 증권사들은 ELS를 낮은 위험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광고했고 지금도 중위험ㆍ중수익 상품 대표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그러나 3년 전 발행된 ELS 상당수가 조기상환에 실패했고 반 토막 난 상품도 부지기수인 만큼 어느 상품보다 고위험 자산이 아니었느냐"며 불만을 표했다.
[김혜순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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