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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차승원 “‘하이힐’ 속 쫄티…캡틴 아메리카 같더라”
입력 2014-06-15 14:25 
이건 내 선택이 아니야. 신이 날 잊은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도 완벽한 남자이자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 분)은 사실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긴 채 살고 있다.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여성성을 감추기 위해 더욱 거칠게 행동하고 몸을 사리지 않으며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 그러나 진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새 삶을 준비하려 한다. / ‘하이힐


[MBN스타 여수정 기자] 너 나 알지?”라는 간단명료한 물음에 카리스마가 넘칠 줄이야. 아무도 몰랐다. 이는 배우 차승원의 영화 ‘하이힐 속 대사 중 하나다. 개봉 전 미리 공개된 예고편에서 해당 대사는 그저 카리스마 넘치기만 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후 다시 이 대사를 접했을 때는 묘한 슬픔도 묻어난다.

차승원은 영화감독 장진과 6년 만에 의기투합해 ‘하이힐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감성 느와르라는 생소한 장르로 한번, 최강 라인업으로 또 한 번, 파격 여장으로 다시 한 번 총 3번의 놀라움으로 대중을 자극하고 있다.

주로 상남자 역을 도맡았던 차승원의 여장은 상상 그 이상으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지욱을 제대로 흡수했기에 그의 여장은 슬프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또한 너무 많으니까 다 돌보지 못하고 잊은 사람도 있겠죠. 신의 등 뒤에 있는 사람들”이라 외치며 주르륵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니 사연 있는 여장에 절로 연민을 느끼게 된다.

‘하이힐을 본 후의 반응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의 새로운 도전이라 보람을 느끼며 내가 연기한 지욱에 대해 애착도 느끼고 있다. 독특한 느와르를 찍어서 좋다. 사실 어디에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 보겠냐. (웃음) 지욱 역을 연기하기 위해고 많은 고민도 했고 배우로서 지욱이라는 캐릭터가 참 좋다. 그러나 사실 처음에는 ‘하이힐 출연을 하지 않으려 했다. 난 지욱 같은 성향의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연기할까 싶었지만 이해할 수는 있겠더라. 물론 지욱같은 역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배우도 있겠지만 난 아니었다. 다른 건 다 좋지만 액션은 내가 충분히 연습할 테니 믿고 맡겨 달라 했다. 액션은 예상처럼 세고 기발하게 나왔다.”

뭐니 뭐니 해도 ‘하이힐의 관점 포인트는 카리스마 배우 차승원의 여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충격적이지만 묘하게 어울려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그는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여장을 했을 때 견디자고 생각했다. 또한 눈썹이 많아 눈썹도 밀고 촬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그는 타이트한 의상을 입고 심지어 12cm의 하이힐도 신고 촬영에 임했다. 노력 덕분에 차승원의 여장은 빛난다.

모니터를 보고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행동도 차근차근 했다. 여성스럽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스러움 속의 여성성을 강조하려 했다. 남성적이고 여성적인 대표 자세가 있지 않냐. 그런 부분을 계속 되네였고 최대한 1차적인 여성적 행동은 자제하려 했다. 내가 워낙 힘이 많으니 이를 배제하고 일부러 힘없어 보이고 나른해 보이는 걸 유지하려 했다. 최대한 부드럽게 말도 천천히 말이다. 첫 여장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마지막 여장 때는 부담이 되더라. 그러나 쫄티는 정말 너무 쫄렸다. 마치 캡틴 아메리카 같았다. (웃음)”

사진=MBN스타 DB
차승원이 여장까지 해가며 애정을 쏟은 캐릭터 지욱은 강력계 형사이지만 그 내면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다. 본능을 거스르기 위해 거칠게 행동해 봐도 그 안의 여성성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밖으로 나오려 한다. 때문에 지욱은 강해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약하고 슬프다. 여장을 한 후 거울을 보며 눈물 흘리는 모습, 여장을 하고 만족감에 잠시나마 행복해 하는 모습 등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연기한 지욱은 불쌍한 캐릭터다. 화장을 통해 성취감, 내적 욕망을 해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상황 상 여장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같다. 과하지는 않지만 지욱의 사소한 부분들이 쌓여 저 사람이 여자구나를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는 사회의 편견과 벽에 부딪힌 채 살아간다. ‘하이힐은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떠나 욕망 등의 감정이 사회라는 벽 때문에 표출되지 못하는 것을 그린 영화다.”

앞서 차승원은 일본과 한국에서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 공연하기도 했다. 쿠사나기 츠요시, 히로스에 료코, 카가와 테루유키 등 일본 배우와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연극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일본인 야나기하라 나오키(쿠사나기 츠요시 분)와 국경과 신분을 넘어선 우정을 쌓아가는 가열의 이순우다.

당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캐릭터를 잡는데 아주 심각해 장진 감독에게 새벽에 전화해 ‘연기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고민 중이다. 일본에서의 연극 공연 당시, 연극 자체보다는 배우들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대부분의 일본 배우들은 낮에는 연극을 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힘들 텐데도 열의와 열정을 가지고 연극 연습을 임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난 너무 나태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치열한 현장과 배우들의 노력하는 자세 등이 정말 좋았다.”

연극 덕분에 많은 부분을 배웠다고 말한 차승원. 그래서인지 그는 깊어진 연기와 감성으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하이힐로 스크린을 포위하고 있다면, 현재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속 강남서 강력 3팀 팀장 서판석로 안방극장까지 포위 중이다. 다방면에서 바빠도 너무 바쁜 그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 변주가 가능하다. 영화는 캐릭터의 성격을 밀고 나가야되지만 드라마는 여러 각도에서 접근할 시간이 있다. 운동을 열심히 계속하고 있지만 드라마 촬영으로 잠을 많이 못 잔다. 사실 연기력보다는 체력이다. 체력이 있어야 집중력이 생기고 이게 있어야 상상력이 생겨 연기를 잘하는 것이다. 요즘 체력의 중요성을 느낀다.”

지욱과 판석을 통해 형사라는 직업은 같지만 그 안은 180% 다른 모습을 보인 차승원. 그는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와 매력을 충분히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 최고의 배우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사진=흥미진진
난 캐릭터 플레이를 했던 배우다. 나이가 좀 더 들면 한 시대를 타고 넘나드는 인물을 맡고 싶다. 역사적인 인물이건 아니건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희극도 사랑하기에 나를 한 장르에 규정짓고 싶지 않다. 대중에게 유쾌한 사람이자 뭐지? 이 배우 라는 다중적인 배우로 남고 싶다. (웃음) 디테일한 감정의 멜로 영화를 하고 싶다. 사람이 가진 감정 중 가장 으뜸은 사랑이다. 빵으로 친다면 겹겹이 촘촘한 페스츄리 같은. 그러나 또 모른다. 갑자기 더 센 느와르 작품을 할지도 모르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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