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펀드에 가입한 주부 이모(32·서대문구 북가좌동)씨는 최근 거침없이 떨어지는 원·달러 환율에도 별 걱정이 없다. 환 헤지를 미리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환율 변동이 크지 않았을 때에는 환 헤지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요즘 같아선 환율이 크게 출렁여도 선방할 수 있어서 환 헤지 하기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화가 장기간 강세를 이어가면서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환 헤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환 헤지란 환율 변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화와 외국 통화의 교환비율을 고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해외펀드의 수익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수익이 줄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환 헤지 여부만 다른 펀드 86종(43쌍)의 지난 10일까지 1년 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43쌍 모두 환 헤지 상품의 수익률이 환 노출 상품의 수익률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월드광업주자' 펀드는 환 헤지를 한 상품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5%였지만, 환 노출 상품은 -8.4%로 손실을 봤다.
'교보악사글로벌마켓파워자' 펀드의 경우 환 헤지를 한 상품은 14.5%로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 수익률 4.5%을 10%포인트나 따돌렸다.
특히 아베노믹스 효과에 엔화가 현저히 약세를 보인 일본 펀드는 환 헤지를 한 상품과 하지 않은 상품 간 수익률 격차 대부분 10%포인트를 넘어섰다.
장기간 수익률이 저조한 중국 펀드 역시 그나마 환 헤지를 한 상품의 손실이 환 노출 상품보다 작았다.
'미래에셋차이나A셰어자 1' 펀드는 환 헤지 상품 수익률이 -18.3%였으며 환 헤지가 되지 않은 펀드는 -27.1%로 8.8%포인트 더 손실이 컸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화 강세를 고려한 환 헤지 펀드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은 1020원선이 붕괴됐다. 3분기 중에는 1000원을 밑돌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같은 수익을 냈더라도 원화가 강세를 지속하면 환 헤지를 한 펀드가 더 높은 수익을 거두거나 손실을 덜 보게 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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