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주가 예전만 못하다. 3년여 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주름잡던 바이오주는 상위권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13일 코스닥 시장에서 시총 상위 10위권 내에 있는 제약바이오주는 셀트리온 단 하나 뿐이다. 한때 시총 1조원을 훌쩍 넘기며 코스닥 시장을 주도했던 바이오주들은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부담과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대한 우려 등 여러 변수가 맞물리면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말 줄기세포주 광풍에 한때 시총 5위까지 치솟았던 메디포스트는 44위까지 추락했고, 10위권내에 이름을 올렸던 젬백스와 씨젠도 각각 27위와 13위로 내려앉았다. 이들 세 기업은 모두 한때 시총 1조원을 넘기며 대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부진한 실적으로 과거의 명성을 잃은지 오래다.
메디포스트와 젬백스는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씨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며 아쉬움을 더했다.
씨젠의 경우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2% 가량 올랐으나 별도기준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대폭 밑돌았다. 별도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 영업이익은 11.1% 감소했다.
또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평균인 10배를 크게 초과하는 것도 주가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다.
제약·바이오주들은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 기대감,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는 이유로 대표적인 고PER 종목으로 꼽혀왔다. 거래소에 따르면 메디포스트의 PER은 439.72, 젬백스는 470.0, 씨젠의 PER도 95.22로 시장의 평균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다소 고평가됐다는 논란 속에서 향후 반등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는 가시화된 실적 개선을 보여줘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이 고PER 논란과 함께 실적 개선에 대한 우려가 섞인 제약·바이오주를 놓고 증권 전문가들은 주가와 시총이라는 단순한 기준을 넘어 바이어 업종 특유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증권사의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종목들의 PER이 전체 시장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은 사실"이라며 "게다가 적자를 내는 회사들도 있어 PER 자체를 산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하긴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이 떨어졌다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업들도 나름의 먹거리를 내세우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1분기 적자를 줄기세포 치료제 공정 개발 등에 따른 일시적 비용 때문이라고 일축하며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치료 대상 질환을 발목관절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임상 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메디포스트는 '발목관절의 거골 골연골 병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카티스템'의 제1·2상 임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메디포스트 측은 카티스템이 무릎 외 부위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확인될 경우 향후 판매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젬백스도 삼성제약을 인수하는 등 바이오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젬백스는 삼성제약 인수로 자회사 카엘젬백스가 개발 중인 췌장암 치료백신 'GV1001'의 생산시설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6월 임상 실패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젬백스는 최근 GV1001이 췌장암환자의 생존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아스코)에서 발표되면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씨젠 역시 2분기부터는 분자진단기술 수요 확대와 진단기기의 보험 적용 등의 호재로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달부터 씨젠의 자궁경부암 진단제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이미 'CE-IVD' 유럽인증을 획득해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이번 급여 적용으로 국내에도 판매될 예정이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보험급여 적용을 통해 국내 상품 포트폴리오가 기존 호흡기 진단 및 상품 중심에서 성감염증 및 자궁경부암 진단으로 확대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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