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년 전 가혹행위로 자살…군 당국, 순직 처리 묵살

【 앵커멘트 】
구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이병에 대한 순직 처리가 20년이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군 당국은 재심의 권고를 받고도 심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박준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1990년 12월 신병 훈련을 마치고 전방부대 포병으로 배치받은 박경민 이병.

전입하자마자 상급자의 견디기 힘든 구타와 가혹행위가 이어졌습니다.

선임병의 지시로 곰팡이가 핀 돼지족발을 먹는가 하면 배탈이 나 밥을 먹지 못하자 꾀병이라며 구타당하길 수차례.

박 이병은 부대 배치를 받은 지 불과 8일 만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자 / 고 박경민 이병 어머니
- "경민이가 목 맨 밧줄 내놔라 하니까 밧줄이 없다고 해요. 그럼 왜 현장을 안 찍었냐고 물으니까 그 큰 부대에 사진기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하지만, 군 당국은 박 이병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2년 가혹행위에 따른 자살자도 순직이 인정되도록 훈령이 개정됐지만, 군 복무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특히 해군과 공군은 비슷한 사례에 대해 모두 순직을 인정했지만, 육군은 달랐습니다.

군마다 순직 처리 심사 기준이 제각각이란 것도 문제입니다.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9월 군 사망사고의 재심사를 국방부가 하도록 권고했지만, 국방부는 아직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통합 심사를 하게 해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였지만, 국방부는 납득할 수 없는 핑계를 대며 훈령 개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

▶ 인터뷰(☎) : 국방부 관계자
- "국방부에 재심의기구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는 인사법이 지금 국회 심의 중에 있습니다."

국방 의무를 다하다 억울한 죽음을 맞은 꽃다운 넋이 군 당국의 무책임한 업무 처리로 영면에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