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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고아기업` 많아…PEF가 구원투수役 해야
입력 2014-06-12 17:36  | 수정 2014-06-13 09:34
몰트 롭스앤그레이 회장
"한국에 주인을 잃은 고아기업(Corporate Orphan)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 사모펀드(PEF)들은 이들을 구제할 9회말 구원투수(relief pitcher)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진출 '1호' 미국계 로펌 롭스앤그레이(Ropes & Gray LLP)의 브래드 몰트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기업이 영위한 모든 사업을 신경써야 하는 '선발투수'라면 PEF는 특정 사업에만 단기간 집중할 수 있는 '구원투수' 역할에 적합하다"며 "구조조정 과정서 생긴 고아기업들을 회생시키는 역할에는 대기업보다 PEF가 더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몰트 회장이 말한 '고아기업'이란 모기업으로부터 인력ㆍ자금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매각 대상에 오른 자회사들을 의미한다. 그는 이어 "보고펀드ㆍMBK와 같은 한국 유명 사모펀드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충분한 경험과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몰트 회장은 지난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의 백지신탁(blind trust) 수탁자로 잘 알려진 인수ㆍ합병(M&A) 법률자문 전문가다. 롬니의 절친으로 알려진 그는 약 2억5000만달러(약 2550억원)에 달하는 재산 운용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아 주식ㆍ사모펀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이끄는 롭스앤그레이는 전 세계에 110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M&Aㆍ지식재산권 분야의 선두 로펌이다. 롬니가 설립한 베인캐피탈(운용자산 약 650억달러) 외에도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TPG캐피탈 등이 몰트 회장의 단골 고객이다.

몰트 회장은 PEF가 다양한 분야의 매물을 눈독들이기보다 특정 분야의 매물에 집중하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PEF는 투자은행(IB) 출신의 이른바 'M&A 전문가' 들로만 구성되어선 안된다"며 "기업 CEO 출신 등 산업 현장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투자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먼저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몰트 회장이 운용에 참여하는 베인캐피탈은 버거킹, 던킨도너츠, 도미노피자 등 QSR(Quick Service Restaurant) 딜에 주력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몰트 회장은 이번 방한 직전에도 홍콩에 들러 베인캐피탈이 호주 유명 QSR인 리테일 주(Retail Zoo)를 1억7000만달러(약 173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돕고 왔다고 했다. 그는 "베인캐피탈은 애초에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서 파생된 펀드로 전략적 분석에 능하다"며 "패스트푸드점 등 소비재 분야는 화려하진 않지만 현금흐름이 꾸준해 PEF가 투자하기 적합한 분야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몰트 회장은 또 PEF시장 발전을 위해 한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선 대기업과 같은 전략적투자자(SI)에 비해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가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며 "SI와 FI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국 PEF들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트 회장은 마지막으로 "글로벌 PEF들이 최근 한국 매물들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베인캐피탈의 경우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투자를 위한 포커싱 펀드를 조성해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인수자금 조달 비용이 주변 국가들에 비해 저렴하고 경영권 매각이 자유로워 PEF들이 투자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성 기자 / 윤필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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