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수를 기억하십니까?”
그때 그 시절, 가요계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반짝 스타로 사라진 가수들. 혹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돌연 대중들의 곁에서 사라진 이들의 발자취를 쫓는다. 사라진 것들의 그리움에 대하여… <편집자 주>
그때 그 시절, 가요계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반짝 스타로 사라진 가수들. 혹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돌연 대중들의 곁에서 사라진 이들의 발자취를 쫓는다. 사라진 것들의 그리움에 대하여… <편집자 주>
[MBN스타 박정선 기자]
1992년 댄스곡 ‘눈 감아 봐도로 데뷔한 가수 박준희는 이후 김영완, 김송 등과 함께한 그룹 콜라의 리드보컬로 ‘모기야 ‘우울한 우연 등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돌연 가요계를 떠나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찾기 위해 가수의 길을 접은 그녀는 음반기획, 인터넷 방송 PD, 작가, 실용음악과 교수, 칼럼니스트 등은 물론 삼성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 간 ‘케이팝 한류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그녀는 최근 17년 만에 가요계 컴백을 예고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내달 9일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당연했던 가수 데뷔 ‘당연하지 못한 가요계
박준희는 어렸을 때부터 가수를 꿈꿨다. 막연히 가수가 하고 싶은 어릴 적의 장래희망이 아니었다. 그녀는 학교에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학우들 앞에 섰고, 심지어 가수가 되면 하지 못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패기 넘치는 학생이었다.
그러다 자신의 집을 찾아온 아버지의 친구 소개로 방송 관계자를 만났고, 그 만남이 연예계 데뷔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가요계는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무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발라드로 데뷔하기로 했는데 90년대 댄스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춤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데뷔 역시 댄스 가수였죠. 서브로 발라드를 하긴 했지만 2집에서는 더욱 강한 춤을 요구했어요.”
이후 소속사와 결별하고 소위 당시 ‘잘나간다는 소속사 라인음향과 계약했고 혼성그룹 콜라로 다시 앨범을 냈다. 이것 역시 그녀가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다. 당연히 그녀는 혼성그룹 제의를 받고 4개월 동안 이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혼자 카메라를 4분 동안 독식하다가 잠깐 돌아가도 안타까운데, 그걸 여러 명이서 나눌 생각을 하니 상상도 안됐어요. 그래도 회사가 좋으니까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을 하게 됐죠. 팀과도 잘 맞지 않았어요. 춤을 추길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죠. 요즘 들어 생각하면 그들이 봤을 때 제가 잘난 척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겟다 싶어요.”
결국 그녀는 흰 머리가 나면 다시 노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요계를 잠정 은퇴했다.
# 꿈꾸던 가수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산다는 것
가요계에서 은퇴한 그녀는 5수 끝에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가수 외에 그녀가 꿈꾸던 것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학업에 열중하면서도 그녀는 가사를 쓰고 피처링에도 참여하는 등 음악적인 활동에도 끈을 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인터넷 방송 PD, 작가, DJ는 물론 MBC아카데미 보컬 강사는 물론,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계속했다.
힘들게 이 바닥을 떠났어요. 라인음향 나왔을 때, 나이가 조금씩 드니까 뒤에서 일어나는 식사자리 같은 거 있잖아요. 적응을 못하겠더라고요. 사람들도 못 믿겠고, 속이는 사람도 많고, 이 바닥에 환멸을 느낄 정도였어요. 그 ‘흰 머리가 나면 다시 노래하겠다는 말이 어떤 누구도 믿지 않고 내 힘으로 음반을 낼 수 있을 때 다시 하겠다는 말이에요.”
나이가 들어 느꼈다지만 당시 그는 24살이었다. 여전히 그는 소녀였고, 당연히 가요계의 뒷면은 그녀에게 상처를 안겼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새로운 일들을 찾아다녔다. 그 와중에 그는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직접 치유하기 위해 나섰다. 20년이 넘게 음악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은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유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지우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담아낸 것이 지난 2010년 출간된 ‘음악 또라이들이다.
책을 내고 나니 삼성에서 강연 제안이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그 제안이 정말 부담스럽더라고요. 처음에는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는데 2년 후에 전 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해달라고 다시 제안을 해오더라고요. ‘도대체 날 뭘 믿고 이런 제안을 하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게 단번에 오케이를 했어요.”
강연을 하기로 결심한 박준희는 큰 공을 들여 준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과거 무대에 섰던 것이 그녀의 강의에 도움이 됐다. 사람들의 눈빛이 관객처럼 느껴졌고, 공연 무대에 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타고난 무대 체질이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삼성 측에서는 박준희에게 1년 동안 강연을 부탁했다.
특히 이 강연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녀에게 다시 가수로 서는데 일조했다는 것에 있다. 강연을 마무리할 시점 삼성 직원들은 박준희에게 공연을 부탁했다. 당시 그 직원들의 나이는 40~50대 정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들을 음악도, 좋아할 가수도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 것들을 현장에서 느끼면서 내가 서야할 곳이 무대라는 걸 알았고, ‘내가 사람들 앞에서 이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힘이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 17년 만에 다시 찾은 가요계
강연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박준희는 작업실 리모델링을 하고 본격적으로 가요계 컴백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오는 7월 9일 발매되는 박준희의 새 미니앨범에는 박준희의 남편이자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보아, 엑소의 곡들을 작사한 홍지유와 카라, 인피니트, 장나라 등의 곡을 작업한 이창현 작곡가, 드라마 ‘주몽과 뮤지컬 ‘청년 장준하 삽입곡과 아이유, BMK 등의 곡을 만든 이영준, 그리고 ‘산골소녀의 사랑이야기로 잘 알려진 예민 등이 참여했다. 박준희와 20년 넘게 우정을 나눠온 가수 현진영은 흔쾌히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에 수록된 6곡 중 5곡은 박준희가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오랜만에 솔로음반을 준비하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그만의 부드러운 중저음에 녹여낸 것이다. 특히 그녀는 ‘시 같은 가사를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다.
사실 이제 사람들이 나를 몰라보고 사는 것에 적응을 해버렸어요. 그게 정말 좋았어요. 어렸을 때 힘들었는데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이 정말 스트레스였거든요. 당시에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새로 나왔을 때는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봐주길 바랐고요.”
하지만 그는 아직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음악적으로 팬들을 만나길 원했고, 하고 싶지 않은 것들, 예를 들어 외적인 모습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그런 것들을 쫓지 않겠다는 것이다. 좋은 음악은 언제라도 사랑을 받기 마련이고, 그녀의 음악도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음악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이 하겠다는 셈이다.
그 당시 가요계를 떠났을 때 기억나는 게 대기실에 앉아있으면서 4분을 위해서 하루 종일 거울 앞에 있는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당연히 활동을 하는 게 홍보를 위해 당연한 것 일수도 있지만 조금 더 음악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에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저 다시 음악합니다라는 신고식을 하는 거예요.”
또 그녀는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가까운 미래의 목표를 말하기도 했다. 말을 꺼내면 무조건 해내고야 만다는 그녀가 내뱉은 말이니 더욱 귀를 기울였다.
5년 안에 토크쇼 MC를 하는 게 목표에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 자리가 하나 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이 말을 꺼냈으니 정말 가까운 미래에 MC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