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라크 수니파 무장단체, 남쪽으로 진격…내전 위기 고조
입력 2014-06-12 13:55 

이라크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남쪽으로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알카에다에서 퇴출당한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10일(현지시간) 정부군과 교전 끝에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장악했다. 이어 하루만인 11일 살라헤딘주의 티크리트까지 확보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이로써 ISIL은 서부 안바르주 라마디 일부와 팔루자 전체에 이어 니네바주와 살라헤딘주에 이르기까지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 지역 가운데 30%를 장악했다.
키르쿠크 주 남부에서도 ISIL과 정부군의 교전이 벌어지는 등 4개 주에서 정부 군경과 ISIL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ISIL이 최근에 장악한 티크리트는 북부 모술과 수도 바그다드의 중간 지점으로 ISIL의 통제력이 남쪽으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ISIL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축복받은 침략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라크 정부는 전날 무장세력에 저항하는 일반 시민에게 무기와 장비 지원을 약속하며 민병대 구성을 촉구한 데 이어 이날은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에 협조를 요청했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비상사태 선포를 위해 의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함에 따라 이라크 의회는 12일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AP통신은 ISIL이 남쪽으로 진격하고 있지만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수도 바그다드가 즉각적인 위험에 처할 것 같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ISIL이 모술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전체 180만 명의 모술 인구 가운데 피란길에 나선 주민이 50만 명에 달한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ISIL은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티크리트 인근 바이지에도 접근, 일부를 장악했다고 알자지라와 CNN 등이 현지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모술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바이지의 정유공장은 하루에 3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전체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
BBC방송은 그러나 정부군과 경찰 병력이 다시 집결하면서 ISIL이 잠시 바이지 외곽으로 물러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유 시설 외에 주요 유전이 남쪽에 몰려 있어 ISIL의 남하 속도와 내전화 여파에 따라 석유 생산과 세계 원유 거래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또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관계자는 바그다드와 키르쿠크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바이지의 발전소를 ISIL이 손에 넣었다고 전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ISIL의 공격으로 위기에 몰린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미 정부는 이라크 정부가 반군 세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이라크에 미군을 파견할 계획이 없다"며 구체적인 지원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킨 후 이라크에 군비를 지원해왔으며, 10억 달러의 군비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이 의회에 계류 중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 사태를 "이라크 국민에게 자행된 테러 공격"이라고 강하게 규탄하면서 ISIL을 알카에다 제재 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터키 정부 요청에 따라 이날 저녁 긴급 회동을하고 이라크 사태 파악에 나섰다. 터키 정부는 ISIL이 모술에 있는 터키 총영사관을 급습해 외교관과 가족 등 터키 국민 48명을 납치하자 나토에 긴급 회동을 요청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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