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M&A 트라우마` KB금융, LIG손보 인수전도 `탈락위기`
입력 2014-06-10 13:12 

'ING생명, 우리투자증권, LIG손해보험…'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KB금융지주가 인수전에서 초반 유력한 인수 후보군이었다가 이사회'불협화음'등으로 인수합병(M&A)에서 고배를 마셨거나 마실 것으로 예상되는 피금융회사들의 명단들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절실한 KB금융 입장에서는 잇따른 'M&A 실패'가 향후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LIG손보 인수전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룹차원의 성장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수년째 보험·증권 등 비은행 분야 M&A를 추진하는 것은 그룹 매출의 83%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개선키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LIG손보를 비롯해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가 무산되면서 KB금융의 경영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국민은행의 잇따른 금융사고와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 등을 이유로 임영록 KB금융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이후 당사자의 소명을 거쳐 제재 수위가 최종결정된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중징계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
만약 금융당국이 사전 통보내용 처럼 중징계를 내릴 경우 사실상 '컨트롤 타워'를 상실한 LIG손보 인수전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KB금융은 LIG손보 인수계획을 공식화한 뒤 교보·동양생명 등 경쟁업체 보다 많은 60여명의 인력을 실사작업에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여기에다 LIG손보노조가 공개적으로 KB금융에 힘을 실어주면서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LIG손보 입찰 당일 불거진 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 변경계획에 따른 논란이 제동을 걸었다.
내분이 은행과 지주사간의 힘겨루기로 치달은데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시스템을 문제삼아 특별검사에 착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수주체인 KB금융에 대한 징계가 경징계(기관경고)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기관경고를 받은 보험사는 같은 업종 M&A가 제한을 받으나 KB금융은 보험사가 아니어서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유권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가 LI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B금융이 LIG손보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신다면 3번 연속 좌절이다.
앞서 어윤대 회장시절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사외이사진과의 불협화음으로 중도에 포기했고, 지난해에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전에서 NH농협금융에 참패했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전 초기에도 KB금융의 인수가능성에 무게 중심이 쏠렸다. 그룹의 비은행 부문 강화가 타사보다 절박했고, 자금조달 능력도 우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수가격 등을 결정짓는 KB금융 이사회를 거치면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판도는 농협금융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다른 지주사들에 비해 이사회 입김이 강한 편"이라며 "이사회가 순기능을 하는 측면도 있으나 경영진의 판단 후 이사회 승인까지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의 성장사는 결국 'M&A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M&A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해 어떠한 식으로든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LIG그룹은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이번주 프로그레시브 협상(경매 호가식 재협상)을 진행,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이달말까지 LIG손보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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