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말 "안정적 자금 운용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특정금전신탁(MMTㆍMoney Market Trust) 1000억원을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가 MMT 투자를 공시한 것은 올해 들어 20번째로 누적 투자액은 1조41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작년에도 총 1조6500만원을 MMT에 투자했는데, 올해는 5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연간 투자금액을 넘어서는자금을 MMT에 넣었다.
#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월 한 자문사의 롱숏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계좌로 30억원을 투자했다. 5개월 만인 6월 초 현재 10%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자문사 수수료를 떼어주더라도 7%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롱숏ELB에 투자하는 등 공기업들이 원금이 보장되는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로 정기예금만으로는 실질적인 자산가치가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여윳돈 굴릴 곳을 찾아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여유 자금을 관행적으로 은행에 묻어뒀다. 원금 손실 염려가 없는 데다 대출이 필요할 때에 대비해 평소 은행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업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주저앉으면서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뺀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예전 같으면 우대금리를 주겠다며 예금을 유치하던 은행들은 기업의 거액 예금을 아예 사절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주식이나 위험자산 투자를 갑작스레 늘릴 수는 없는 일. 보수적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수단은 MMT와 채권혼합형펀드, 증권사 RP(환매조건부채권) 등 단기 금융상품이다. 짧게 굴리면서 은행 금리보다 다소 높은 금리를 챙기려는 것이다.
MMT는 고객이 맡긴 돈을 단기자산인 콜(은행 간 단기대출)이나 기업어음, RP 등에 투자해 자금을 굴리는 신탁을 말하는데,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발생하고 유동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편입 자산에 따라 연 3%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덕분에 국내 증권사 MMT 잔액은 3월 말 현재 126조5987억원으로 지난해 말 115조5582억원에 비해 9.5% 증가했다. 2012년 말(84조957억원)에 비하면 33%나 늘었다.
최근에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롱숏ELB 등에도 기업의 여유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공기업, 학교법인 같은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 관심이 높다.
롱숏ELB는 원금보장형 ELS로 롱숏 전략을 통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회피하면서도 '예금 금리+알파(α)' 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다.
자문사에 롱숏ELB 투자 목적으로 50억원을 처음 맡긴 한 기업의 자금운용 담당자는 "파생상품 투자라는 이유로 상반기 소액의 자금을 집행했지만 수익률이 7%를 넘어서자 사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롱숏ELB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LS 발행 잔액은 3일 현재 47조7063억원으로 지난해 말(37조9890억원)에 비해 25% 증가했다.
채권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연금ㆍ보험사ㆍ자산운용사처럼 일반 법인이 채권시장 기관투자가로 등장한 것이다.
올해 들어 대기업을 포함한 일반 법인은 장외 채권시장에서 6조8500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국채나 통안증권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은행채(1조6035억원)나 회사채(2조3681억원)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기업들이 채권 투자에 직접 나선 것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상품은 운용사에 운용보수, 증권사에 판매수수료 등 이중삼중으로 수수료를 떼고 나면 실질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을 직접 사면 중개수수료만 주면 된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기업들 사이에서 보유 현금을 과거처럼 굴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기예금만 고집하던 보수적 기업들도 최근 채권을 사거나 ELS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저금리로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아 기자 / 오수현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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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월 한 자문사의 롱숏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계좌로 30억원을 투자했다. 5개월 만인 6월 초 현재 10%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자문사 수수료를 떼어주더라도 7%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롱숏ELB에 투자하는 등 공기업들이 원금이 보장되는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로 정기예금만으로는 실질적인 자산가치가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여윳돈 굴릴 곳을 찾아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여유 자금을 관행적으로 은행에 묻어뒀다. 원금 손실 염려가 없는 데다 대출이 필요할 때에 대비해 평소 은행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업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주저앉으면서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뺀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예전 같으면 우대금리를 주겠다며 예금을 유치하던 은행들은 기업의 거액 예금을 아예 사절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주식이나 위험자산 투자를 갑작스레 늘릴 수는 없는 일. 보수적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수단은 MMT와 채권혼합형펀드, 증권사 RP(환매조건부채권) 등 단기 금융상품이다. 짧게 굴리면서 은행 금리보다 다소 높은 금리를 챙기려는 것이다.
이 덕분에 국내 증권사 MMT 잔액은 3월 말 현재 126조5987억원으로 지난해 말 115조5582억원에 비해 9.5% 증가했다. 2012년 말(84조957억원)에 비하면 33%나 늘었다.
최근에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롱숏ELB 등에도 기업의 여유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공기업, 학교법인 같은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 관심이 높다.
롱숏ELB는 원금보장형 ELS로 롱숏 전략을 통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회피하면서도 '예금 금리+알파(α)' 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다.
자문사에 롱숏ELB 투자 목적으로 50억원을 처음 맡긴 한 기업의 자금운용 담당자는 "파생상품 투자라는 이유로 상반기 소액의 자금을 집행했지만 수익률이 7%를 넘어서자 사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롱숏ELB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LS 발행 잔액은 3일 현재 47조7063억원으로 지난해 말(37조9890억원)에 비해 25% 증가했다.
채권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연금ㆍ보험사ㆍ자산운용사처럼 일반 법인이 채권시장 기관투자가로 등장한 것이다.
올해 들어 대기업을 포함한 일반 법인은 장외 채권시장에서 6조8500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국채나 통안증권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은행채(1조6035억원)나 회사채(2조3681억원)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기업들이 채권 투자에 직접 나선 것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상품은 운용사에 운용보수, 증권사에 판매수수료 등 이중삼중으로 수수료를 떼고 나면 실질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을 직접 사면 중개수수료만 주면 된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기업들 사이에서 보유 현금을 과거처럼 굴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기예금만 고집하던 보수적 기업들도 최근 채권을 사거나 ELS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저금리로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아 기자 / 오수현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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