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는 13일 브라질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을 내세운 마케팅에 한창이다. 양사의 동시 마케팅에 국내 축구 게임 시장에서는 만년 2위에 머물렀던 NHN엔터테인먼트만 남몰래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위닝일레븐 2014 게임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UHD 화질로 축구 게임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축구 게임 화면에서 보여지는 역동성이 자연스럽게 월드컵 시청으로 이어져 UHD TV 수요를 늘릴 것이란 포석이다.
그러자 이달 초 삼성전자도 위닝일레븐을 들고 나왔다. 지난 3일 스마트TV를 통해 위닝일레븐2014를 클라우드 게임 형태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연결된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TV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2일까지 클라우드 요금제를 40% 할인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축구 게임은 네오위즈가 서비스하는 피파 온라인이다. 위닝일레븐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피파 온라인과 일대 격전을 벌였지만 패한 바 있다. 네오위즈, 넥슨을 거치면서 탄탄해진 사용자 지원과 온라인 최적화 등을 이길 수 없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닝일레븐이 국내 대표 TV 제조사 양사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이 게임이 UHD를 유일하게 지원하는 축구게임이기 때문이다. 즉 삼성, LG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UHD를 부각시키기에는 피파온라인보다 위닝일레븐이 효과적이다.
양사가 모두 위닝일레븐을 월드컵 마케팅에 들고 나옴에 따라 만년 2위였던 NHN엔터테인먼트가 오히려 휘파람을 불게 됐다. 삼성전자가 갑자기 위닝일레븐을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LG전자로서는 개발사인 코나미에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LG전자가 앞장서 조성해온 축구 게임 열풍에 삼성전자가 무임승차한 모양새다. LG전자로서는 입맛이 개운치 않을 테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위닝일레븐은 코나미가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게임 솔루션 업체인 유비투스와 협력해 위닝일레븐을 스마트TV에 내장된 게임패널로 제공한다. 유비투스는 코나미 이외에도 다른 게임사들과 협력해 일반 게임을 클라우드 형태로 만들어주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NHN엔터테인먼트는 의도하지 않게 삼성, LG 양사의 지원을 등에 업어 인지도를 톡톡히 끌어올리게 됐다. 특히 국내 게임 시장 특성상 스마트TV로 게임을 즐기다 온라인 게임으로 자연스레 넘어올 가능성이 높아 위닝일레븐 온라인의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전자도 항의는 했지만 위닝일레븐을 활용한 게임 리그가 TV 판매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5월 UHD TV 판매가 1월 대비 400% 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판매 증가에 위닝일레븐 게임 리그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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