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원·달러 환율은 1020원선을 지키지 못하고 1016원 초반대서 마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3원 떨어진 1016.2원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저점을 형성했다.
1020원선이 깨진 것은 지난달 30일 1017.1원을 기록한 이후 약 10일만이다.
환율 하락에는 연휴 기간 발표된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 미국 고용지표의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ECB는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15%포인트 내리고, 시중은행이 맡기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춰 자금 유동성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또 미국 5월 고용지표도 전달에 비해 개선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짙어졌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가 21만7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4개월 연속 20만개 이상 일자리가 창출돼 미국 경기 회복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글로벌 달러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자 서울 환시장에도 고스란히 여파가 전해졌다.
수급 측면에서는 역외 세력들이 달러 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환율 하락을 주도했고 일부 은행권도 이월 롱 스탑에 가세하면서 내림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원·달러 환율은 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면서 1017원대에서 횡보하기도 했지만 하방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낙폭을 확대, 장을 마감했다.
외환 컨설팅 업체 델톤은 "외환 당국이 개입 스탠스에 바짝 고삐를 쥐면서 한달여동안 환율이 1020원대 머물렀지만 지난 현충일 연휴를 지나면서 굵직한 경제 이벤트를 소화한 끝에 1020원 아래로 밀렸다"며 "내적으로는 수출 호조가 이어져 경상 및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여건이 한층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는 당국의 '손'에 달렸다"며 "지난달처럼 고강도 달러 매수로 개입하지 않으면 연 저점을 점차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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