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진 환자가 283명으로 늘었다.
사우디 보건부는 메르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다시 집계한 결과 사망자 수는 190명에서 약 50%가 늘어난 282명으로 확인됐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어 제다에서 70세 여성 감염 환자가 사망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사우디에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환자는 모두 283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부는 감염 환자 수도 기존의 575명에서 20% 가까이 늘어난 688명으로 바로잡은 데 이어 메디나에서 50세 남성 환자의 감염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사우디에서 확인된 메르스 감염 환자는 689명으로 늘었다.
숨진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메르스 감염 환자 가운데 353명이 완치됐으며 53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건부는 덧붙였다.
이처럼 메르스 감염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은 사우디 보건부가 지난달부터 과거 통계 수치를 정밀 재집계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치사율도 33%에서 41%로 급증했다.
사우디 보건부의 자문위원장인 타리크 마다니 박사는 다만 "정밀 재집계 결과 감염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했지만 지난 몇 주간 추가 감염 사례가 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우디 보건부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그래프에 따르면 재집계를 통해 감염 환자가 추가로 확인된 기간은 지난해 5월 첫째 주부터 지난 달 첫째 주 사이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 4월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매주 감염 환자가 최소 60명에서 최대 110명까지 추가로 확인되는 등 메르스 감염 사례가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 달에는 첫째 주에만 60명에 육박하는 감염 환자가 새로 확인됐을 뿐 둘째 주와 셋째 주에는 각각 20∼30명, 넷째 주에는 10명 미만으로 추가로 확인된 감염 환자 수가 줄었다.
메르스는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해 약 800명이 사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사촌'격 바이러스로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고 폐렴과 신부전증을 동반한다.
작년에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동물이 박쥐이고, 매개동물이 낙타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각각 나왔으나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렌 토마스 대변인은 사우디 보건 당국의 메르스 통계 수정과 관련,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확인하고 공유하는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대변인은 급증한 치사율에 대한 질문에는 "중요한 점은 전체 인구 대비 감염 환자 수가 아직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WHO의 최신 공식 통계에 따르면 첫 감염 환자가 확인된 2012년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전 세계에서 메르스 감염 보고된 환자는 636명이며 이 가운데 193명이 숨져 30.3%의 치사율을 기록했다.
WHO는 지난달 중순 국제보건규제 긴급회의를 열고 메르스 확산이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을 주지만 아직 사람 사이에 지속적으로 전염이 이뤄진다는 증거가 없어 세계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사우디 보건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 아델 파키흐 노동장관이 지아드 메미시 보건차관을 해임했다고 사우디 보건부가 발표했다. 보건부는 해임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메르스에 대한 대응 미숙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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