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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남규리, 어딘가에 있을 법한 좀비로 ‘반짝’ 빛나다
입력 2014-06-04 10:05 
사진=김승진 기자
미안해요”
알 수 없는 이유로 좀비가 생겨났지만 치료제 개발로 인간과 좀비 출신 치료자들이 세상에 공존하게 됐다. 좀비 치료자인 시와(남규리 분)는 공장 매니저이자 좀비들을 경멸하는 여울(박기웅 분)의 구박에도 늘 그를 따른다. 그리고 여울과 처음으로 단둘이 마주하게 된 어느 날, 시와는 그동안 그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천천히 고백한다. 시와의 고백에 당황하며 천천히 과거를 떠올리는 여울.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이야기는 무엇이며, 왜 눈물짓게 할까. / ‘신촌좀비만화 속 ‘너를 봤어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신촌좀비만화 잘 보셨어요? (좀비 분장) 리얼하죠?” 가수 아니 이젠 배우라는 타이틀이 제격인 남규리는 돌아올 답변을 매우 궁금해 하는 듯했다. 2D도 보고 3D도 봤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라는 말에 원하는 대답을 얻은 듯 그제야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남규리는 6년 만에 3D 옴니버스작 ‘신촌좀비만화 속 ‘너를 봤어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극에서 그녀는 좀비 치료자 시와 역을 맡아 여성스러우면서도 강하고 신선한 좀비를 표현해냈다. 특히 기존에 우리가 알던 남규리가 아닌 좀비 시와를 비주얼 적으로나 행동적으로나 제대로 그려내 놀랍다.

조금은 헝클어진 머리와 신비로운 동공, 얼굴에 남은 상처와 흔적, 흐느적거리면서 절도 있는 걸음걸이 등 시와 역을 위한 남규리의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중에서도 팝핀을 연상케 하면서도 느릿한 걸음걸이는 단연 돋보인다.

사실 걸음걸이가 이상할까봐 걱정했다. 그러나 나 스스로 편하면 화면에서도 편하게 나오기에 또한 시와가 여자이면서도 섬세한 좀비니까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내가 편한 한도 안에서 연기를 했다. 걸음걸이는 연구했고 다른 부분은 좀비 연기를 하니 저절로 나온 리액션이다. (웃음) 평소에 좀비 영화나 판타지 등을 좋아한다. ‘너를 봤어에는 좀비도 나오고 판타지적인 부분도 나오며, 한국적이고 인간적인 멜로가 나와 좋다.”

남규리의 자랑대로 ‘너를 봤어에는 판타지와 수많은 좀비, 애절한 사랑 등이 나온다. 때문에 3D지만 낯설지 않고 친숙하다. 3D 최초의 옴니버스작으로 알려진 ‘신촌좀비만화는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세 명의 감독이 다양한 배우들과 의기투합해 제작한 작품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겨서인지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개봉 전 이미 관객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배우들의 연기도 완벽했고, 3D가 가진 매력을 관객에게 제대로 알려준 착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니 출연한 배우에게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신촌좀비만화는 ‘고사-피의 중간고사(2008) 후 6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이다. 사실 처음 영화를 찍을 때는 언론배급시사회 일정, 영화제 개막작 선정 등을 예상도 못했다. 그러나 영화제 개막작 선정 소식을 듣고 영화가 9시 뉴스에도 나오는 것을 보고 역시 진정성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니 결과도 좋구나를 느꼈다. 큰 기대를 하고 찍은 건 아닌데 결과가 좋아 기쁘고 의미가 깊다. 종종 ‘좀비 역할이었는데 부담감은 없었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전혀 부담감은 없었고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빠져 무조건 출연하고 싶었다. 과거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를 하는 재미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연기가 아닌 해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커 제대로 못 들긴 작품들도 있다. 그러나 늘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건 자부할 수 있다. ‘너를 봤어는 정말이지 감정을 타고 촬영을 즐겼던 것 같다. 정말 즐겁게 촬영했고 우리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자부심을 가질 만큼 ‘신촌좀비만화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높았고, 한 작품 안에서 세 가지 다른 느낌의 작품을 골라보는 재미도 신선했다. 그것도 3D로 골라볼 수 있으니 관심을 끌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다.

사진=김승진 기자
한국영화에서는 주로 다루지 않는 좀비를 소재로 했기에 ‘너를 봤어는 ‘유령, ‘피크닉보다 임팩트가 강했고, 궁금증을 유발하기에도 가장 좋았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좀비 분장과 연기, 그 안에서의 깨알 같은 로맨스, 우정까지. 남규리의 좀비 연기도 여기에 한 몫 더해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남규리의 연기와 분장이 아닌 그저 예쁘장한 외모, 예쁜 외모 속 좀비 분장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한 배우가 그것도 여배우가 좀비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 영화에서 얼마나 되겠으며, 실감나는 좀비 역을 위해 고군분투했을 남규리의 노력 등이 외모에 가려진 것이다.

(연기가 아닌 외모 등을 언급하는 게)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더라.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좋아 선택한 부분도 있지만 내 외모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깨고 싶었다. 나에게 좀비 시와는 새로운 시도였는데 다들 외모 쪽으로만 집중해 아쉬웠다. ‘꽃좀비로 홍보를 하거나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눈이 예뻐서 또는 좀비 분장을 해도 예뻐서 남규리를 선택하게 됐다는 한지승 감독님의 말도 분명 연기적인 부분도 언급했는데 그 부분은 자르고 외모에 대해서만 기사가 나와 속상하더라. 감독님도 속상해하시더라. 좀비 분장도 열심히 했는데 다들 외모에 대한 이야기뿐이라 서운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남규리의 외모가 아닌 그녀의 좀비 연기에 시선이 간다는 걸 안다. 좀비 분장도 리얼했고 고기를 향한 무시무시한 탐욕, 조근 조근한 듯 새로운 좀비 시와의 말투, 특별한 걸음걸이, 시선처리 등 그녀를 칭찬할 거리는 영화 안에 한 가득이다.

난 영화 촬영 현장이 정말 좋다. 사실 내 자랑으로 들리겠지만 (웃음) 연기에 대해 칭찬을 받았다. 보통 촬영 시 한 카메라 속 연기가 부족하면 다른 카메라 속 연기를 쓰기 위해 A와 B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한다. 그런데 두 대의 카메라에서 동시에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웃음) 양쪽 카메라에 감정 전달이 잘 된 것이다. 현장에선 정신이 없어서 칭찬인 줄도 몰랐는데 회식자리에서 다시 듣고 정말 좋았다.”

A와 B 카메라에서 동시에 ‘오케이 사인이 난 남규리의 연기가 단지 외모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게 그저 아쉽다. 그러나 그녀는 만약 좀비가 이 세상에 있다면 어딘가에 있을 법한 리얼한 좀비로 변신을 성공했기에 박수 받아 마땅하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배역을 멋스럽게 표현할 차기작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사진=김승진 기자
‘어딘가에 있을법한 좀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자 듣고 싶은 최고의 극찬이다. (웃음) 지금이 딱 어른스럽지도 그렇다고 소녀답지도 않은 적절한 시기 같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만나고 싶다. 과거에는 배역을 만나면 내가 지금 이걸 연기해도 될까 싶었지만 지금은 어떤 배역을 맡아도 편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깨는 캐릭터는 물론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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