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손절·시장 대응 않는데 랩 수익률이 연평균 30%?
입력 2014-06-03 19:04  | 수정 2014-06-05 09:11

"손절? 안해요. 시장 대응? 안하죠."
김창연(사진)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의 한마디에 투자자들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 장세의 좋고 나쁨을 치밀하게 따져 고수익을 얻는 비법을 듣길 원했는데 그의 말은 이와 거리가 멀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장이 강연을 이어가는 동안 투자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고 점차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나왔다. 최근 더욱 주목받는 '가치투자' 원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3일 신영증권 김창연 고객자산운용부장은 명동지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가치투자에 대해 강조했다. 기업의 가치를 따져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것', 그가 말하는 가치투자의 초간단 설명이다.
"물론 누구나 저평가된 주식을 사려고 하지 고평가된 주식을 사려고 하지는 않죠. 그렇지만 시장상황이 어떻든, 외국인 수급이 어떻든 전혀 상관없이 기업가치를 따져 저평가됐다면 사는 게 곧 가치투자의 원칙입니다."
가치투자의 운용전략은 '매수 후 보유(Buy and hold)' 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오래토록 보유해도 무방한 기업을 찾기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
최대 3년 동안 한 곳의 기업 분석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는 김 부장은 "가치투자를 위해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 아는 기업에 대해서만 투자한다"며 "특히 기업의 성장 방향은 최고경영진(CEO)의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에 CEO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데 주력한다"고 전했다. 경쟁사, 협력사 등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주변 환경 파악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기업 현장에서 직접 뛰어 고른 종목이다보니 신영증권 자산운용부에는 9년 동안 팔지 않고 들고 있기만 한 종목도 많다.
지금은 8~9년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고객들도 처음에는 이같은 운용전략에 황당해하기 일쑤. 주가는 떨어지는데 도무지 주식을 팔 생각을 하지 않으니 증권사에 전화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하기도 했다. 모멘텀 투자에 익숙한 투자자일수록 그러했다.
그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당연히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니 일부 현금화한 다음 오를 때 다시 투자하고 싶다는 거였죠"라며 "하지만 가치투자 원칙상 시장상황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일일이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의 투자철학인 '以不變 應萬變(이불변 응만변)', 즉 변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변화에 대응한다는 뜻을 고객들에게 전파한 것이다.
그가 주식을 전혀 팔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래 3가지 경우에 해당하면 가차없이 해당 종목을 매도해 버린다.
첫째,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여 좋은 회사라고 고른 후라고 해도 투자 근거를 무력화시키는 무언가가 발생했을 때다. 가령 CEO 분석을 철저히함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만큼 좋은 CEO가 아닌 경우 미련없이 파는 식이다.
둘째, 주가가 적정가치에 이르렀을 때 매도하며 셋째, 더 좋은 주식을 발견했을 때 역시 기존 주식을 팔고 이를 산다.
굳이 보유 종목을 팔고 난 뒤 더 좋은 종목을 사는 이유는 그만큼 투자한 종목에 대한 분석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신영증권은 타증권사가 주식형펀드에 70~100개의 종목을 편입해 관리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10개 안팎으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 부장은 "신영증권 자산운용의 한계일수 있으나 우리는 정말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한 기업에만 투자하려고 한다"며 "때문에 계속해서 기업에 대한 분석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가치투자의 효과는 실적을 통해 입증된다. 김 부장이 운용하고 있는 '신영가치투자형 랩'은 최근 1년 평균수익률 37.36%(최저 2.24%, 최고 44.84%), 3년 평균수익률 113.46%(최저 100.56%, 최고 120.32%. 5월 23일 기준)를 기록, 장기투자 수익률이 특히 뛰어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1년 출시한 '신영고배당형 랩'도 최근 1년 평균수익률 32.19%(최저 6.59%, 최고 46.81%)를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투자자들은 자신이 팔아버리고 나온 종목의 주가는 더 떨어지길 바라는 심리가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팔고 나와도 주가가 오르는 계속 성장 기업을 발굴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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