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에 지난해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간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이 화려한 비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사명을 아예 제일모직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높아 상장 효과를 더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삼성에버랜드는 상장계획을 발표하며 패션부문의 패스트패션에 역량을 집중하고 신규 사업 역시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에버랜드 측은 "핵심 육성사업인 패스트패션 '에잇세컨즈'의 경우 공급망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하고 스포츠와 아웃도어 등 신규사업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패션부문은 지난해 편입되자마자 최대 사업 조직으로 부상했다. 올해 1분기 패션부문 매출은 4695억원으로 삼성에버랜드 전체 매출(1조1622억원)의 40%를 차지한다. 상장 발표 자리에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 사업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1조5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 중 제일모직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겪었다. 캐주얼 브랜드 후부, 여성복 데레쿠니에 이어 에피타프, 남성복 니나리치맨, 화장품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비효율적인 사업을 과감히 접은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시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패션 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이자 글로벌 성장을 위한 모멘텀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혀 패션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실제로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품은 삼성에버랜드는 곧장 에잇세컨즈, 빈폴아웃도어, 로가디스 등 주력 브랜드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테마공원 에버랜드에 에잇세컨즈와 빈폴아웃도어 매장을 입점시킨 한편 에버랜드 매장 전용 의류를 출시한 것이 예로, 놀이와 패션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미 지난해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도약한 에잇세컨즈를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빈폴아웃도어 역시 기존 테마파크과 골프장 운영사업과 결합해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상장으로 신규 자금이 삼성에버랜드에 유입되면 패션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더 생겨 해외진출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에버랜드의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은 더욱 힘을 받는다.
패션사업 분리 후 제일모직에 남은 소재부문은 삼성SDI와 합병을 앞두고 있다. 이후 제일모직에 대한 상호 소유권은 삼성에버랜드가 가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삼성SDI와의 합병이 완료되는 7월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사명을 삼성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으로 바꾸는 안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 "그러나 한두달 내로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그룹의 모태기업인 제일모직의 상호를 사용할 경우 그 상징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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