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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하이힐’…자아 둘러싼 껍데기 VS 자아 VS 잔인한 현실
입력 2014-06-02 09:44  | 수정 2014-06-02 09:59
사진=포스터
여성들에게는 그저 치장하는 도구 중 하나인 ‘하이힐이 한 남성에게는 진짜 자신을 찾는 애지중지(愛之重之) 물건이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모든 여성들에게 그저 사치품이자 치장하는 데 쓰이는 물건이 다른 이에게는 스스로를 가장 자신답게 만드는 ‘최고의 물건이 될 수 있다. 여성들의 다리를 날씬하게 만들어주는 하이힐은 엘리트 형사이자 육백만 불 사나이로 통하는 지욱(차승원 분)에게 가장 지욱다움을 알려주는 물건이다.

하이힐이 있어야만 지욱은 지욱답지만, 잔인한 세상과 자신을 둘러싼 껍데기 때문에 하이힐을 안고 울고 웃고를 반복하게 된다.

영화 ‘하이힐(감독 장진·제작 장차)은 지욱의 자아와 자아를 둘러싼 껍데기, 인정 없는 현실을 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남자 향기가 가득한 지욱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내 중 사내다. 심지어 지욱을 싫어하는 조직의 2인자 허곤(오정세 분)까지 그의 사나이다움을 인정하니 말이다.

비가 내리거나 상대가 많아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깔끔하게 상대를 제압한다. 특히 검은 바바리 코트를 입고 우산을 쓴 채 긴 다리와 팔로 상대를 공격하는 차승원의 모습은 여성은 물론 남성 관객들까지 반하게 만든다. 극 초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장면이 연이어 등장하지만, 거부감보단 살아 꿈틀대는 느와르임을 보여준다.


또한 분명 잔인한 장면이지만 감각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기까지 한(?) 배경음악 덕분에 신비롭고 점점 극에 빠져든다. 강렬한 액션으로 느와르다움을 느낄 때쯤 개그맨 겸 배우 김민교와 개그우먼 정명옥의 등장, 한껏 폼을 잡은 채 진짜 사내니까”라고 차승원을 평가하는 오정세, 차승원의 동작 하나하나에 움찔하며 즉각 반응을 보이는 오정세의 행동 등이 쏠쏠한 웃음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한다.

극이 중반부로 갈수록 지욱의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 긴장감을 높인다. 중간 중간 그의 남달랐던 어린 시절이 등장, 그가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공개돼 일말의 안쓰러움도 생긴다. 어린 시절 장면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고, 배경음악도 너무나 발랄해 오히려 현재 지욱의 비밀이 더욱 부각되고 안타깝다.

거칠고 잔인한 세상에 껍데기 지욱으로 살아온 거짓 삶을 청산하려는 진짜 지욱은 잠시나마 행복해 보인다. 속눈썹도 붙이고 립스틱도 바르고 한껏 치장하지만 슬퍼 보이는 눈빛과 내리는 비, 한 통의 전화 등이 행복의 끝을 예고한다.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로 대중을 만나오던 차승원의 여장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스스로 버티자”고 결심했다는 차승원과 절대 웃지 말자”고 다짐한 장진 감독의 말처럼 이 장면은 연기한 배우도 촬영한 감독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러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차승원의 색다른 변신이라 반갑고 남성미 넘친 지욱의 실제 자아가 드러나는 장면이라 임팩트가 강하다.

사진=스틸
거기에 자아와 껍데기, 현실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욱의 모습과 눈물은 짠하다. 너무 많으니까. 다 돌보지 못하고 잊은 사람도 있겠죠. 신의 등 뒤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지욱의 대사가 그 스스로 현실과 거리를 두고 이로 인한 고통을 전하고 있다.

‘하이힐은 성 정체성에 대해 감각적으로 담아냈고, 지욱 역을 연기한 차승원 역시 남성 안의 여성으로 고뇌하는 인물을 잘 표현했다. 그를 둘러싼 허곤, 장미(이솜 분), 진우, 홍검사(박성웅 분)의 관계도 얽히고설킨 게 아닌 일직선이라 막힘없이 그저 지켜보면 된다. 오는 4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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