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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내조와 외조로 영화 홍보효과 톡톡…이채현·이나리 자매
입력 2014-06-02 09:23  | 수정 2014-06-03 01:41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제작진, 의상팀, 무술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다양한 영화가 쏟아지는 극장가에서 영화만큼 많은 홍보사도 넘쳐나고 있는 요즘, ‘자매의 힘을 과시하며 영화 홍보의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영화홍보사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대표와 이나리 실장은 성공과 실수를 거듭하고 소중한 경험을 통해 얻은 그들만의 노하우로 관객에게 영화의 첫인상을 강렬하게 심어주는 것은 물론, 영화를 예쁘고 멋지게 포장해 관객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다.

2011년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으로 문을 연 호호호비치는 이후 다양한 크고 작은 영화를 도맡아 영화를 빛내는데 큰 몫을 해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듯, 올해 호호호비치는 ‘겨울왕국부터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인간중독 ‘신의 한 수 ‘은밀한 유혹 그리고 ‘어벤져스2까지 국내 홍보를 맡아 열심히 뛰고 있다.

‘호호호비치의 시작, 그리고 성장

Q. 호호호비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가.


A. 이나리(이하 나리): 2011년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을 시작으로 창립됐다. 원래 홍 감독님과 긴밀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홍 감독님이 연락 와서는 ‘북촌방향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근데 홍보를 하려면 두 명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언니한테 SOS를 치면서 언니와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다. 사명은 메일링에 박을 회사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영화 ‘해변의 여인과 ‘하하하의 여성스러운 제목을 붙여 ‘해변에서 호호호로 시작하게 됐다.

Q. 호호호비치의 비전은 무엇인가.

A. 이채현(이하 채현): 궁극적인 비전은 좋은 필모그래피를 남기는 거다. 영화의 흥행여부를 떠나서 몇 십년이 지나도 ‘참 좋은 작품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고, 전집처럼 쌓여져 있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외적으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보고 싶다. 배우들도 다작하는 배우들이 연기력 늘듯 ‘우리도 마케팅을 잘하려면 무조건 많이 해보자는 주의로 열심히 하고 있다.

Q. 마케팅 파트에서 하는 일이 정말 많다. 어떤 업무를 소화하고 있는가.

A. 나리: 배우의 취향부터 체크하고 배우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간파한 다음에 그 사람에게 맞게 홍보를 하는 일을 한다. 대중과 친밀해질 것이냐, 말 것이냐도 중요한 부분인데, 이런 판단에 있어서 내부적으로 많은 스태프들이 머리를 모아서 아이디어를 짜낸다. 그렇게 해서 나온 플랜을 마스터플랜이라고 한다. 우린 그 마스터플랜을 밟아나가는 행동대장 같은 사람들이다.

Q. 그렇게 홍보 포인트를 두고 계획해 작업한 작품 중 효과가 크게 난 작품들은 어떤 게 있는가.

A. 채현: 대표적으로 ‘숨바꼭질 ‘겨울왕국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다. 굉장히 포인트들이 정확했던 것 같다. ‘겨울왕국은 처음 극장에서 보고 마케팅플랜을 짜는데 너무 포인트가 많더라. 이 영화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보자고 했는데 다행히 국내 개봉이 늦은 편이었고, 실제 나왔던 해외 리뷰, 해외 박스오피스 등을 퍼다 나르는 작업을 많이 했다. 그게 입소문처럼 퍼지면서 큰 효과가 나타났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홍보했다. 예술영화가 아니라 블록버스터로 사이즈 확대하는 걸 포인트로 잡았다.

Q. 홍보하는 작품마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호호호비치 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A. 나리: 내조와 외조가 정확히 업무 분배돼있다. 외부담당은 이채현 대표, 내부담당은 내가 하고 있다. 그게 어쩌면 동업자들 간에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우린 자매이기 때문에 강점인 것 같다.

채현: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도 감사한 게 우리는 멀티플레이어로 일하라고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는 일단 한 사람에게 처음부터 끝가지 다 시키고 본다.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이때 이 실수를 했었지를 터득하는 게 생긴다. 홍보마케터들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모든 걸 파악하고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Q. 마케터로 살면서 보람되고 희열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채현: 자식이 100점짜리 시험지를 가져 왔을 때 기분이 좋은 것처럼 영화 흥행이 잘 됐을 때가 기분 좋다. 예전엔 ‘실수하지 말아야지, 흥행 해야돼 이런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남이 기뻐하는 게 나도 기쁜 거구나 등의 협업의 흥미를 이제야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배우들이 웃어주면 좋고, 관계자들이 웃어주면 좋다. 그런 거에서 흥미와 재미,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또 내가 먼저 문자를 안 보냈는데 따뜻한 문자를 보내주시는 기자님들의 연락을 받을 때도 기분이 너무 좋다.

나리: 사무실 이사했을 때 가장 좋았다. 노트북 한 대 놓고 일하던 오피스텔에서 역삼동 사무실로 이사했을 때, 그리고 회사를 차린 지 1년 만에 엄마의 빚을 청산하고 이사했을 때다. 당시엔 사람들이 정말 언니와 나를 보는 눈빛이 ‘회사 잘 다니던 사람들이 왜 저렇게 고생하고 있을까라는 눈빛이었다. 영화 일을 한다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던 일이라서 회사 이사했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았다.

Q. 반대로 마케팅 업무를 소화하면서 고충을 느낄 때도 있을 거다.

A. 채현: 외적인 시선이 부담된다. 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남들이 봤을 땐 워커홀릭처럼 보이고 일이 너무 많아 보이는 게 불합리하다. 평생 동안 이 부분을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 사실 다른 회사들이랑 업무하는 건 비슷하다.

나리: 콜센터 직원 취급할 때 정말 기분이 안좋다. 우리는 감정노동에 해탈한 상태지만 2-3년차는 감정노동에 시달릴 때다. 한 번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시사회 사전신청을 받고 있는데, 사전신청도 안한 매체 기자님이 와서 표를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사전 신청 안했기 때문에 그 기자님에게 ‘신청하신 기자님 우선으로 드린다고 했더니 ‘언제 몇 시 몇 분 몇 초에 줄 수 있냐고 하더라. 당장 내놓으라고 하면서 콜센터 직원처럼 직원들을 대했다. 이런 티켓 배부는 우리의 주된 업무가 아닌데 마치 그것만 평생 하는 것처럼 대하니까 기분이 나빴다. 직원이 하대 받는 걸 봤을 때 기분이 나쁘다.

가족이자 사회 동기, 이채현-이나리 자매

Q. 영화일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나리: 대학시절부터 아트영화관 매표 알바를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영화일을 시작한 건 2005년 홍보대행사에 취업하면서부터다.

채현: 2005년 수입사에서 일을 하다 제작사로 옮겨갔다. 동생과 사회 동기다.(웃음)

Q. 가족이지만 사회에선 업무 파트너다. 서로의 장점을 꼽아보자.

A. 나리: 언니는 진취적이고 크레이티브한 면이 있다. 항상 새로운 걸 먼저 생각해본다. 항상 새로운 걸 최우선순위에 두고 그 다음 안정적인 걸 간다. 도전 젊은 의식이 있는 게 너무 좋고, 그게 자극이 된다.

채현: 동생은 평정심이 있다. 나는 정이 많아서 평정심이 흐트러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냉정하게 잡아줄 때가 있다.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내가 외부로 아버지처럼 돌아다녀도 동생이 내부를 엄마로서 지켜주고 있어 든든하다.

Q. 영화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채현: 우선 힘들다.(웃음) 회사와 영화에 대한 애정도 큰데 가족들이 이해를 못해준다. 남편조차도 내가 하는 일에 이해를 못한다. 그런 게 제일 마음이 아프다. 나는 내 아이에게 지금까지 맡은 작품들을 전집처럼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야근이 많고 너무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이 있긴 있다. 그런 게 마음이 제일 안 좋다. 반면에 행복한 시점도 있다. ‘인간중독이란 작품의 경우 배우, 감독이 작품에 중독이 되어 있는 상태고 그게 너무 눈에 보인다. 그래서 더 애정이가고 더 파이팅 넘치게 일하게 된다. 나도 이 작품에 중독이 돼 잇는 상태다.

나리: 지금 영화인으로서 ‘난 영화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살까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버리니까 일에 대한 굉장한 행복함이 찾아오더라. 이런 고민을 영화인들이 많이 할텐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한번 이런 고민을 놓고 1년 정도 일 해봤으면 좋겠다. 예전에 한 실장님께서 영화쪽에서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일을 잘 하는 거라고 했는데 그땐 힘든 판에서 몇 년을 어떻게 버텨야해 했는데 지금은 와닿는 게 많다. 결국엔 우직하게 해온 사람들은 어느 곳에선가 한자리씩 하고 계시고 항상 고민하고 불만 가졌던 사람들은 일 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다. 그런 걸 어린 마케터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여수정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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