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李행장案 표대결서 `부결` 갈등봉합 못해
입력 2014-06-01 18:20  | 수정 2014-06-02 00:01
지난달 30일 저녁 7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전산 서버 교체를 둘러싼 국민은행 내부 갈등이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시 이사회에서는 표결에 따라 은행 경영진이 제시한 안이 부결되고 사외이사들 제안이 채택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공은 금융감독원으로 넘어간 셈이다.
◆ 이사회 표결 7대3으로 갈려
1일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는 두 가지 안을 두고 표결이 이뤄졌다.
첫 번째 안은 이건호 행장이 지난달 30일 은행 경영협의회에서 의결한 것으로 IBM 메인 프레임을 유지하는 것을 포함해 전산 서버 교체 건을 처음부터 재검토하자는 것이었다. 반면 사외이사들은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닉스 서버로 전환하는 것을 잠정 중단하자는 두 번째 안을 내세웠다.
긴 논쟁 끝에 표결이 이뤄졌고 △두 번째(사외이사) 안이 7표 △첫 번째(은행 경영진) 안이 3표가 나와 잠정 중단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날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내놓은 결과도 사외이사들이 내세운 안이었다.

정병기 감사의 감사보고서도 30일 감사위원회에 접수됐으나 최종적으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당초 이번 사태는 지난달 19일 정 감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접수조차 되지 않자 정 감사가 이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정 감사는 유닉스 전환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주 개입과 왜곡이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사회 투표를 통해 사외이사와 경영진 간 대립 구조가 극명히 드러났다.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는 2대8로 이 행장과 정 감사만 유닉스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번에는 7대3으로 나타나 박지우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이 이 행장 편에 선 것으로 추정된다. 박 수석부행장도 경영협의회 멤버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공식적인 회의체에서 표결을 했고 결론이 났으므로 이를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 은행 경영 불확실성 확대
결국 사외이사들과 경영진 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향후 국민은행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 임기 전까지 경영 기치인 '스토리금융'을 정착시켜야 하는 이 행장으로서는 사외이사들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갑수 이사와 박재환 이사는 각각 올해 9월과 11월까지가 임기다. 김중웅 이사회 의장은 내년 4월, 강희복ㆍ송명섭 이사는 내년 9월까지가 임기다. 이 행장 임기 시한은 2016년 7월이다.
그러나 이런 경영진과 이사회 간 갈등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은행 측은 설명하고 있다. 정 감사는 30일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를 내부 갈등으로 보지 말고 내부통제 절차가 살아 있다는 측면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공은 결국 금감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 감사가 제기한 문제점이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면 이를 당초 보고받기를 거부한 이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닉스 전환 과정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금감원 조사 결과는 일러도 이달 말이나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제재 결과는 7월 중순이 넘어야 확정된다. 금감원은 5일까지 현장검사를 끝낼 예정이나 이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30일 이사회에서는 이사회 내용에 대한 억측이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사들은 다음 이사회에서 회의록 공개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다음 이사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이사회 결의에 따라 IBM 메인 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산 서버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덕주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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