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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처럼 부드럽게...이디어의 경쟁 생존법
입력 2014-05-29 06:01 
이디어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멀티 플레이어가 됐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뭐든지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가끔은 갈대처럼 몸을 바람에 맡기는 것이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다. LA다저스의 외야수 안드레 이디어는 그렇게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고 있다.
다저스는 이디어를 포함해 맷 켐프, 칼 크로포드, 야시엘 푸이그까지 네 명의 올스타급 외야수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스캇 반 슬라이크까지 포함하면 외야수는 다섯 명이다. 매 경기 누군가 두 명은 벤치에 앉아야 한다.
돈 매팅리 감독의 행복한 문제 상황”이라는 반어적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것은 팀에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한다. 매 경기 상대 선발의 성향이나 매치업에 따라 다양한 야수 조합을 구성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디어도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선수 중 하나다. 이들 중 다저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그는 한동안 주전 우익수로 입지를 다졌으나, 지난 시즌 야시엘 푸이그가 들어온 이후 이 자리를 내줬다. 2011년에는 우익수 자리에서 골드글러브까지 받았던 이디어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신인 선수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을 쉽게 수긍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디어는 달라진 현실을 인정했다. 포지션 변화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켐프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을 때는 거의 경험이 없다시피 했던 중견수로 변신,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올해는 칼 크로포드와 함께 좌익수를 나눠 보며 수비력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수비 슬럼프에 빠진 켐프를 대신해 다시 중견수로 뛰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외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됐다. 다저스에서 외야 전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이디어가 유일하다.
이는 켐프의 자세와 대비된다. 켐프는 수비 보완을 위해 좌익수를 같이 볼 것을 권유받자 내부적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이후 그는 최근 필라델피아 원정과 신시내티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이디어는 다저스에서 외야 전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이디어는 지난 28일 신시내티와의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내 이름이 불리면 나가서 뛸 수 있게 준비하는 것밖에 없다. 선발이든, 대타든, 대수비이든 간에 나와서 내가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매일 어느 상황에서든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고 있는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갈대처럼 바람에 몸을 맡기며 이 난국을 극복하고 있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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