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마켓레이더] 자동차 주가가 더 오르려면
입력 2014-05-26 17:05  | 수정 2014-05-26 19:21
현대ㆍ기아차는 환율에 따른 어려움과 경쟁 심화, 모델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분명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참여자들은 주가 상승을 좀처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선도기술 부재, 연구개발비 상대적 열위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주가 부진을 설명하고 있지만 필자는 가장 큰 원인으로 현대ㆍ기아차의 '중장기 성장계획 부재'를 꼽는다.
이미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성장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GM의 중국 500만대 생산계획을 시작으로, 마르틴 빈터콘 회장이 이끄는 폭스바겐의 2018년 세계 1위 등극 및 중국 420만대 생산계획, 카를로스 곤이 이끄는 닛산의 'Power88(2016년까지 시장점유율 8%, 영업이익률 8% 달성)' 전략 등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도요타 역시 '3대 중장기 발전전략'에 입각해 중국 120만대 추가 증설을 목표로 삼고, 세르조 마르키온네도 공격적인 FCA 성장전략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중장기 경영계획을 종합해보면 글로벌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아울러 프리미엄 브랜드들 역시 '대중화'와 '영역 파괴'에 나서 기존 업체 진영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다임러도 2018년까지 세계 1위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겠다며 아우디와 BMW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챕터11(기업 파산보호 신청)' '공급과잉 심화' '1+1 프로모션(대형차 1대를 사면 소형차 1대를 주는 프로모션)' '공장 셧다운(폐쇄)' 등 어두운 단어들이 업계를 뒤덮었다.

그러나 자동차 소비가 회복되면서 이제는 모두 성장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업체들의 전략과 자신감을 예의 주시하며 반응하는 분위기다.
물론 빈 수레가 요란할 수도 있다. 차분하게 한발 한발 내딛는 신중함이 요구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성장전략 제시로 현대ㆍ기아차의 저성장과 신규 공장 착공 지연에 대한 염려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주주들은 꿈과 희망, 무엇보다 자신감을 보여온 애플, 구글, 테슬라 같은 업체들에 환호해 왔다. 3년간 지루한 박스권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지금 현대ㆍ기아차가 주주들에게 먼저 미래 성장에 대한 지속성과 자신감을 피력한다면 어떨까. 막대한 현금이 쌓여 있음에도 성장 주도권을 회사가 갖지 못한다면 국내외 주주들의 배당 요구는 점차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아직까지 현대ㆍ기아차가 '가치주'로 만족하기엔 너무 이르며 여전히 앞날이 창창한 '젊은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큰 그림의 부재가 아쉽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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