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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박스권 탈출 `돌다리` 이젠 건널 때
입력 2014-05-22 17:24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다. 의사결정이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돌다리를 충분히 두들겨 본 뒤에도 건너지 않는다면 신중한 게 아니라 우유부단한 것이다. 어떤 결정이든 신중하게 심사숙고해 검토할 단계가 있고, 그동안의 숙고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단계가 있는 법이다. 여전히 돌다리를 두들길 때인지 아니면 다리를 건너갈 때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필자의 선택은 후자다.
지난 3년간 박스권 장세는 기업 실적 역성장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었다. 박스권을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삼아 올해 1분기 실적이 개선됐고, 2분기는 더 나아질 것이다.
보수적으로 봐도 2014년에 실적 역성장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 3년간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정당화해 왔던 기업청산가치와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대한 불신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은 이러한 변화에 불을 지폈다. 말 많은 주식시장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까닭은 주가가 사실보다는 기대에 의해 형성되고, 뉴스 자체보다 시장이 뉴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시나리오 중 사업지주회사로 전환될지, 현 구조가 계속 갈지 필자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ROE 레벨 격상에 의한 PBR 재평가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또 삼성전자 밸류는 지배구조 변화 이후 시가총액 규모를 염두에 두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삼성전자가 견인하는 코스피 상승은 충분히 가능하다.
성장이 멈춰 있는 가운데 '주주 친화 정책'이라는 새로운 박스권 돌파의 동력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의 현금 쌓기로 인한 ROE 하락이 글로벌 대비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낳았다. 기업 사내유보금 등 현금이 투자로 이어지거나 배당으로 나온다면 ROE는 개선되고, 주가도 화답할 것이다,
추세적 상승을 말하기에는 2% 부족하고, 검증이 필요한 변수도 남아 있다. 하지만 주가는 애널리스트들 분석과 투자자들 심리보다 한발 앞서 추세를 형성한다. 이제 돌다리를 건너가자. 코스피는 2분기 중 지난 3년간의 박스권을 뒤로하고 전진할 것이다. 기업 ROE 개선에 힘입은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를 전망한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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