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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타임머신] 흰 가운만 입었을 뿐인데…드라마 속 의사들
입력 2014-05-22 12:54 
1분 1초가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본방사수를 외치며 방영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점점 줄고 있다. 클릭 한 번만으로 지나간 방송을 다운 받고, 언제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대다.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는 현재,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이를 몰랐던 세대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남우정 기자] 지금이야 의학드라마의 불패 신화가 깨지긴 했지만 한 동안 방송가에서 의학드라마는 나왔다 하면 성공이 보장된 아이템이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만 보더라도 이 같은 속설이 증명되고 있다. SBS ‘닥터 이방인을 첫 방송부터 월화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얼마 전 종영한 tvN ‘응급남녀도 케이블 채널임을 감안했을 때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불패 신화를 달성했던 의학 드라마의 역사를 살펴봤다.

◇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신화 ‘종합병원

메디컬 드라마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MBC ‘종합병원은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의사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었다. 특히 레지던트 1년차들이 환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지금은 스타 작가가 된 최완규 작가가 집필을 맡았으며 당시 일요일 오후 10시 30분이라는 늦은 시간에 방송됐지만 높은 인기를 구사했다. 일주일에 한 회만 방송했던 덕분에 무려 2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출연진들을 지금 한번에 모으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종합병원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현재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타가 됐다. ‘종합병원이 발굴한 최고의 스타는 신은경과 구본승이었다.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여자 주인공들이 판을 치던 시기에 신은경은 짧은 숏커트에 보이시한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그런 신은경과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구본승은 어리숙하지만 지고지순한 캐릭터로 당대 최고의 스타가 됐다. 주연으로 출연한 이재룡, 전광렬, 박소현 등은 물론 간호사로 출연했던 전도연, 김지수는 연기파 배우로 현재 맹활약 중이다.


‘종합병원의 아성을 이어받기 위해 ‘종합병원2가 2008년 제작되기도 했다. 또 다른 의학 드라마인 ‘해바라기에서 감초 커플로 눈도장을 찍은 차태현과 김정은이 주연을 맡았다.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였던 이재룡이 전문의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평균 시청률 15.6%를 기록하며 순항했으나 식상한 스토리와 공감 되지 않는 캐릭터들로 인해 ‘종합병원과 비교했을 땐 실패라는 평이 많았다.

◇ 90년대 강타한 청춘스타 장동건-김희선-안재욱의 의사 변신

‘종합병원 이후 등장한 의학 드라마 ‘의가형제는 의사들의 성장 스토리에 집중을 한 ‘종합병원과는 확 다른 노선으로 성공을 거뒀다. ‘의가형제는 형제 의사들의 출생의 비밀과 경쟁을 부각시키며 쫄깃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손창민과 장동건이 완전히 상반된 성격을 지닌 형제로 출연했으며 이영애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청초한 미모를 자랑한 바 있다. 특히 ‘마지막 승부로 꽃미남 청춘 스타 반열에 오른 장동건은 ‘의가형제에선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냉정하고 욕심 많은 악역, 수형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해 호평을 얻었다.

90년대 스타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인 김희선과 안재욱이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해바라기도 의학 드라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지금은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정옥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기도 하다.

차갑고 냉정한 의사 안재욱과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김희선의 러브스토리가 주를 이뤘지만 ‘해바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환자와 의사로 만난 김정은과 차태현이다. 신인급 연기자였던 두 사람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어리숙과 의사로 분해 드라마 속 코믹요소를 책임졌다. 특히 김정은은 삭발 투혼까지 하는 열연을 발휘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 의학 드라마의 새 패러다임 ‘하얀거탑

기존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은 어떤 직업이 됐던 끝은 ‘로맨스라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변호사가 됐던, 형사가 됐던 로맨스가 중심이 됐고 이는 의학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병원도 이들에겐 연애하는 하나의 장소였을 뿐이다.

그러나 ‘하얀 거탑은 의학 드라마에서 러브라인을 쏙 빼버리고도 쫄깃한 스토리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공식을 써냈다. 무거운 이야기로도 마지막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일본 원작을 둔 ‘하얀 거탑은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병원내 정치 구조와 권력에 대해 집중한 작품이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병원내 정치에 합류한 장준혁 역을 맡은 김명민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악역이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카메오로 출연한 차인표와의 수술 맞대결을 보는 이들도 숨죽이게 만들었으며 마지막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장준혁의 모습은 김명민이 아니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흉부외과는 의학 드라마 속 인기학과? ‘외과의사 봉달희 vs ‘뉴하트

국내 의학 드라마를 살펴보면 유달리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를 비롯해 ‘메디컬 탑팀 ‘닥터 이방인도 흉부외과 의사들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실감나는 수술 장면과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흉부외과이기 때문일까. ‘외과의사 봉달희는 24.9%, ‘뉴하트는 3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그 중 ‘외과의사 봉달희는 지방대 출신의 심장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주인공이 흉부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러브라인이 존재하며 이 작품을 통해 이범수는 ‘버럭 범수라는 별칭을 얻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외과의사 봉달희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초반부터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표절 논란을 겪어 오점을 찍었다.

‘외과의사 봉달희보다 뒤늦게 시작한 ‘뉴하트는 지방대 출신의 꼴통 의사가 흉부외과의 도전하는 설정이 ‘외과의사 봉달희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시작하자 ‘뉴하트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을 얻었다.

복슬 강아지 헤어스타일에 따뜻한 마음과 귀여운 행동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지성과 일 밖에 모르지만 인간미 넘치는 조재현, ‘뒤질랜드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박철민까지 버릴 캐릭터가 없었다. 또한 ‘뉴하트는 당시 센세이션 한 오프닝 영상을 제작, 드라마 예고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 2% 아쉬워던 ‘산부인과-‘브레인

2010년 선보인 SBS ‘산부인과는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산부인과가 배경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일극의 여왕 장서희가 짧은 숏커트로 변신했고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산부인과 의사지만 낙태를 결심하는 여의사로 분했다.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한 만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간간히 등장하는 러브스토리도 호평을 얻었다. 서브 커플인 송중기와 이영은의 러브스토리도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다만 낙태, 불륜 등의 자극적인 소재와 다운증후군, 구순열 논란이 빚어져 작품에 오점을 찍었다.

KBS가 첫 선을 보인 의학드라마 ‘브레인은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인간의 뇌를 소재로 삼았다. 교수가 되고 싶어하는 신하균이 정진영을 만나면서 진짜 의사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브레인은 의학 드라마의 과거와 현재 인기 요소들을 종합시켰다. 러브라인도 찾아볼 수 있고 병원내 권력 다툼이 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캐스팅이 전격 교체되면서 잡음이 들렸고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도 개연성 없는 전개와 설득력 없는 캐릭터가 문제였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무마시킨 것은 신하균의 연기력이었다. 신하균은 ‘브레인에서 한 마디로 미친 연기력을 선보였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는 시청률 상승까지 불러일으켰다. 결국 ‘브레인은 신하균에게 그 해 KBS 연기대상을 안겨주며 신하균만 남은 드라마로 기억됐다.

◇ 연기-소재, 부족한 게 없다… ‘골든타임-‘굿닥터

2012년 여름, 방송된 MBC ‘골든타임은 그 동안의 의학 드라마들이 서울의 유명 대학 병원들 속 이야기를 그렸다면 부산을 주무대로 삼았다. 배우들에겐 입에 잘 붙지도 않는 의학 용어에 사투리 연기까지 해야 되는 고충이 얹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맛깔스러운 사투리와 실감나는 의사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인상 깊은 조연이었던 이성민은 ‘골든타임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현재 충무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됐다. 로맨틱한 남자로만 인식되어 왔던 이선균은 사고뭉치에서 점점 성장해가는 새내기 의사를 제대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골든타임을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로 만든 것은 연출을 맡은 권석장 PD의 역할이 컸다. 실감 나는 의료 시술 장면부터 세련미 넘치는 화면 구성,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은 의학 드라마를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들었다. 특히 ‘골든타임을 뒤늦게 촬영이 들어가면서 내내 생방송으로 촬영이 진행되어 왔지만 생방송 드라마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로도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선보였던 ‘굿닥터는 소재의 신선함과 병원 내 정치보단 환자에 집중하는 따뜻한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다. 일단 아이들이 주인공인 소아외과를 주무대로 삼았고 여기에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 의사라는 설정이 더해졌다.

사회성이 부족한 천재 의사 박시온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특히 박시온 역을 맡은 주원은 발군의 연기력을 뽐내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실장님 이미지가 강했던 주상욱은 ‘굿닥터를 통해 ‘욱상욱이라는 별칭을 얻어냈다.

◇ 의학 드라마의 불패 신화를 깨다 ‘메디컬탑팀

모든 의학 드라마가 대박을 낸 것은 아니지만 2013년 방영된 MBC ‘메디컬 탑팀은 수목 미니시리즈라는 유리한 편성과 화려한 캐스팅 등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불패 신화를 깼다.

권상우, 정려원, 주지훈, 오연서가 출연한 ‘메디컬 탑팀은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 ‘해를 품은 달로 성공을 거둔 김도훈 PD까지 가세해 성공을 점쳐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개연성 없는 전개와 설득력 없는 캐릭터로 갈 길을 잃었다. 갑자기 러브라인으로 극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고유의 색까지 잃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3.6%로 2013년 최저 시청률 드라마라는 오명은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디컬 탑팀보다 뒤늦게 방송됐던 KBS2 ‘예쁜 남자가 2.9%를 찍으며 최저 시청률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최저 시청률 굴욕은 면했지만 의학 드라마 불패 신화 공식은 ‘메디컬 탑팀으로 깨지면서 두고두고 언급될 것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