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계열사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S-Oil)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보유 주식을 안파는 것인지 못파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한 상황. 특히 매각이 늦어지면서 한진그룹이 얻게 될 매각이익이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사실상 매각이 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에쓰오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기준 한진그룹의 계열사 한진에너지가 보유 중인 에쓰오일 주식은 3198만3586주다. 한진그룹은 이중 3000만주를 매각,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도울 계획이다.
이 같은 한진그룹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주식 매각은 왜 늦춰지고 있는 것일까.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 측이 돈이 필요한 입장이니까 보유 주식을 팔려는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한진 측이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게 프리미엄을 요구하다 매각이 늦춰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순 최초 지분 매각 계획이 알려졌을 당시 에쓰오일의 주가는 7만3200원으로 당시 가격으로 모두 매각했을 경우 매각이익은 2조2000억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16일 종가 5만8500원으로 계산할 경우 매각이익은 1조7550억원으로 4500억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비싸게 팔려다 되려 매각 시기를 놓쳐버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람코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람코가 에쓰오일 주식을 시가보다 더 비싸게는 사줄 것으로는 보이지만 현 주가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정유업계 영업환경이 엄청 좋아지지 않은 한 에쓰오일 주가가 많이 오르기 힘들 것"이라며 "한진 측은 지분 매각을 발표하고 나서 팔았어야 한다. 시장이 이미 대규모 지분 매각 계획을 알고 있는데 주가가 쉽게 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에쓰오일 주식은 다시 오를 수 있을까.
석유화학·정유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실적과 배당 매력이 사라지면서 에쓰오일 주가가 쉽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애널리스트는 "에쓰오일이 대표적인 배당주인데 생각 만큼 배당이 나오지 않아 투자매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2000원대 배당을 하던 주식이 지난해 880원 배당했다"며 "올해 전망도 밝지 않고 실적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배당 매력도 계속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에 시장 전망치 1220억원에 61.3% 못 미치는 472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보다 85.5%나 줄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부문은 공급과잉 우려로 주력 제품인 PX 매출이 부진,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보다 60%나 감소했다"면서 "2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여서 적자폭이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며 PX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아 앞으로 이익 개선 속도도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