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돼. 길게 통화 못한다."
세월호 침몰 당시 탈출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를 위해 배를 지키다 숨진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씨(45)에 대해 의사자 선정이 추진된다.
인천 서구는 양 사무장에 대한 기본 서류를 준비중이며 유족 동의하에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면 다음주께 의사자 선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양 사무장은 지난달 16일 오전 세월호가 거의 90도로 기울어진 긴박한 상황에서 부인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수협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 아들 학비 내라"고 말한 뒤 부인이 "지금 상황이 어떠냐"고 묻자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돼. 길게 통화 못한다"고 말하고 승객 구조에 나섰다.
이후 양 사무장은 승객 구조에 전념하다 탈출 시기를 놓쳤고 세월호 침몰 한달만인 지난 15일 사고해역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세월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송모씨(19)는 "사무장님이 싱크대를 밟고 창문을 열어주며 '빨리나라가'고 해 나왔다"고 말했다.
조리담당 김모씨도 양 사무장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양 사무장의 시신은 이날 오전 진도에서 인천으로 옮겨져 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고인의 큰형인 대환씨(56)는 "어젯밤 꿈에 동생이 나왔는데 '물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몸이 불어 힘들다'고 했다"면서 "가슴이 미어진다"고 오열했다.
대환씨는 "청각장애인이신 어머니가 막내가 올 때가 됐는데 안온다며 계속 찾으신다. 아직도 막내 아들의 죽음을 모르는 어머니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평소 검소했던 고인의 정신을 기려 부의금을 사양하고, 영정 위에 '사무장 양대홍은 끝까지 비겁하지 않았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인은 18일 발인해 인천 부평승화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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