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매도 의견` 때리고 증권가 냉정해지긴 했는데…
입력 2014-05-16 09:58 

"정말 믿어도 되는 거요? 또 순진한 개미들(소액 개인투자자) 꼬시는 것 아니고."
한화투자증권 강남지역 모지점 직원인 A씨는 지난 3월 고객들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대한 매도(sell) 보고서가 나왔으니 대응책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A씨는 본사에서 하달된 대응 매뉴얼에 따라 고객을 응대했다. 매도 보고서 여파로 고객 항의가 늘어날 것을 대비, 미리 본사에서 지침을 내려줬기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간 투자의견 '매수(buy)'만 외치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놓거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
16일 FN가이드와 각 증권사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5월 14일까지 매도의견이 제시된 보고서는 총 5건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늘어난 셈.

매도 보고서는 3월 18일 현대미포조선(매도)을 시작으로 21일 대우증권(매도), 24일 GS(매도), 26일 화신(매도), LG생명과학(매도) 등이었다. 모두 한화투자증권에서 나왔다.
매도를 제시하지 않았을 뿐 매수에서 '중립(Hold)' 등으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건수도 같은 기간 총 166건에 달했다. 투자의견 중립은 사실상 매도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B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증권사 매도 보고서 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 매도 의견도 시장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 한다"며 "애널리스트의 부정적인 의견도 받아들이는 문화가 조성돼야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단기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매도 보고서는 3월에만 5건이 나왔으나 이후 끊어졌고 '매도의견을 과감히 내겠다'던 유진투자증권 또한 아직까지 매도 보고서를 낸 적이 없다. 타 증권사들도 매도 보고서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3월 매도 보고서가 나오게 된 것은) 경영진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 애널리스트들이 자발적으로 매도 의견을 내놓기에는 해당 기업과의 관계 등 상당한 각오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매도 보고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매도 보고서를 내도 영향력, 이른바 약발도 없다"며 "3월 매도 보고서에 언급된 기업들의 주가가 되려 더 올랐다는 지적도 몇 번 있었지만 해당 기간에 증권과 투신권 등 기관들은 매수에 나서는 등 시장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관들 역시 외국계 증권사 매도 의견에는 반발하지 않고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에는 반발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