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현빈(32)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인기 절정을 달릴 때 돌연 해병대를 택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한 배우. 흔히 말하는 '까방권'(뛰어난 활약으로 다른 잘못에 대한 비난을 면제받는 권리)을 획득한 몇 안 되는 연기자다. 정말 나쁜 짓을 안 한다면 그는 계속해서 '호감형'일 수밖에 없다.
그를 향한 팬들의 바람이 간절했던 것인지, 전역 후 첫 작품인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을 향한 관객의 반응은 무척이나 뜨겁다. 벌써 누적관객 330만 명(14일 영진위 기준)을 돌파했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역린'에서 현빈은 주인공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현빈을 향한 관심이 높다. 영화 마케팅도 그가 중심이었다. 본인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군대를 갔다 오고 첫 작품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영화는 정조의 이야기라기보다 그 사건이 있었을 때 주변에 얽힌 사람들에 관한 것이죠. 잘못 알고 가시면 실망이 클 테니 안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고려해서 극장을 찾으셨으면 해요."(웃음)
여심을 녹일 로맨틱한 작품으로 돌아왔어도 됐을 텐데, 그는 왜 이 작품을 택했을까.
현빈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이런 영화로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다른 작품 10여 개 시나리오가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는 단박에 '역린'을 택했다. "재미있었다"는 이유다. 중화권 팬미팅 때 숙소에서 읽었는데 마음을 빼앗겼다. 정조 역할을 제의 받았지만, 정재영과 조정석의 역할까지 탐날 정도로 매력있는 책이었다.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 막히는 24시간. 1777년 7월 28일 왕의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 자객이 숨어든 '정유역변'이 모티프인 영화는 작품 선택의 기준이 "무조건 책"이라는 현빈의 생각에 딱 맞는 작품이었다. 전역 후 약 2년을 '역린'에 올인했다. 다른 작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작품을 하고 있으면 다른 작품을 안 봐요.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미안한 일이잖아요. 어떤 작품을 할 때는 다른 일에도 잘 신경을 안 쓰죠. 제 스타일이 그래요."
'역린'에 몰두했던 그는 자신의 의견도 제시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현빈의 '화난 등근육'이 그렇다. 미국 해병대가 한다는 맨몸운동(TRX)을 찾아 단련했고, 감독에게 말해서 영화에 삽입됐다.
극중 정조가 흰 천을 양손에 감고 했던 운동이 그중 하나다. 사실 처음에는 "왕이 근육이 있다"는 게 본인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좋은 음식만 먹으니 약간의 살집도 있고, 햇볕도 가려주니 뽀얀 살결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왕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에 자기 몸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 얼마나 처절하고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몰입했다.
그는 자신의 노력을 알아봐 주고 극장을 찾아준 이들이 많은 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무대 인사 다닐 때 좋아하는 분들이 많고, 객석을 꽉 채워주셔서 감사하죠." 그러면서 '역린' 첫 촬영도 떠올렸다.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린아이가 놀이공원 갈 때의 느낌이었어요. 기다렸던 순간이라 남달랐죠. 박성웅 선배가 눈치를 채셨더라고요. 첫날 촬영을 같이 했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언론과 평단의 혹평에 대해서는 "좋은 소리를 듣는 게 좋은데 그렇지 못해서 서운함과 아쉬움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내 스타일이다, 아니다'로 갈릴 수는 있지만 '역린'이 안 좋은 영화는 아닌 것 같다"며 "많은 분이 직접 보고 판단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정순왕후를 연기한 한지민에게 쏟아진 질책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지민씨의 톤이 잘못 됐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그 상황과 대사, 톤이 맞다고 판단했고 상의해서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민씨의 기존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대변했다.
'귀신 잡는' 해병 만기 전역자이니 군대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 없다. "절대 해병대를 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현빈. 그는 "굉장히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까지 존댓말을 써야 했다는 게 쉽지 않았다. 알고 갔는데도 힘들었다"고 했지만 중요한 경험이었다. 특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게 어느 순간 일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대에서 다시 연기를 좋아서 할 때의 마음으로 돌려놓은 것 같아요. 또 촬영 현장에 복귀하니 그 마음이 더 커졌고요."
현빈은 과거 군 계획을 미리 세웠었다. '시크릿 가든'을 촬영할 때 몰래 신체검사와 면접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정해놓지 않았을까.
그는 "결혼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며 "늦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주변 분들이 결혼하고 다 가정을 꾸리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제가 부럽다고 하는데 저는 그 친구들이 부러워요.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이 자라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 그 친구들이 위너(승리자)가 아닐까 해요."
이제까지 현빈의 이미지는 옆길로 빠지지 않는 바른 청년이다. 안 좋은 소리가 없다. 그는 "좋은 말이긴 하지만 그런 이미지에 국한되고 싶지는 않다"고 바랐다. "이제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역할을 선택해 연기했다"는 그는 "내 선택을 좋아해 주신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물론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과 본인이 끌려 하는 역할이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는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식으로 연기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계속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티즌의 비난(?) 하나가 떠올랐다. 전역 후 살이 너무 빠져 이상해 보인다는 것. 시답잖은 말이었지만 그 연유를 물었다.
"제때 밥 먹고 자고, 훈련받고 운동하니 상병 4개월까지는 몸이 커지더라고요. 80㎏까지 나갔어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제대도 하고 현장에서 일도 해야 하는데 그 상태로는 못 나오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살 빼는 운동을 했죠. '역린' 때문에 뺀 것도 있지만요. 평상시 75~76㎏인데 지금은 72㎏이에요."(웃음)
철저하게 군인 김태평이었다가 확실하게 다시 연기자로 돌아온 현빈. 신중하게 뭔가를 결정하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결정을 내릴 때까지 많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시크릿 가든'도 그렇고, '역린'도 흥행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현빈은 또 '까방권' 획득자라는 말에 수줍게 웃었다.
jeigun@mk.co.kr
배우 현빈(32)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인기 절정을 달릴 때 돌연 해병대를 택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한 배우. 흔히 말하는 '까방권'(뛰어난 활약으로 다른 잘못에 대한 비난을 면제받는 권리)을 획득한 몇 안 되는 연기자다. 정말 나쁜 짓을 안 한다면 그는 계속해서 '호감형'일 수밖에 없다.
그를 향한 팬들의 바람이 간절했던 것인지, 전역 후 첫 작품인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을 향한 관객의 반응은 무척이나 뜨겁다. 벌써 누적관객 330만 명(14일 영진위 기준)을 돌파했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역린'에서 현빈은 주인공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현빈을 향한 관심이 높다. 영화 마케팅도 그가 중심이었다. 본인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군대를 갔다 오고 첫 작품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영화는 정조의 이야기라기보다 그 사건이 있었을 때 주변에 얽힌 사람들에 관한 것이죠. 잘못 알고 가시면 실망이 클 테니 안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고려해서 극장을 찾으셨으면 해요."(웃음)
여심을 녹일 로맨틱한 작품으로 돌아왔어도 됐을 텐데, 그는 왜 이 작품을 택했을까.
현빈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이런 영화로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다른 작품 10여 개 시나리오가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는 단박에 '역린'을 택했다. "재미있었다"는 이유다. 중화권 팬미팅 때 숙소에서 읽었는데 마음을 빼앗겼다. 정조 역할을 제의 받았지만, 정재영과 조정석의 역할까지 탐날 정도로 매력있는 책이었다.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 막히는 24시간. 1777년 7월 28일 왕의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 자객이 숨어든 '정유역변'이 모티프인 영화는 작품 선택의 기준이 "무조건 책"이라는 현빈의 생각에 딱 맞는 작품이었다. 전역 후 약 2년을 '역린'에 올인했다. 다른 작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작품을 하고 있으면 다른 작품을 안 봐요.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미안한 일이잖아요. 어떤 작품을 할 때는 다른 일에도 잘 신경을 안 쓰죠. 제 스타일이 그래요."
'역린'에 몰두했던 그는 자신의 의견도 제시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현빈의 '화난 등근육'이 그렇다. 미국 해병대가 한다는 맨몸운동(TRX)을 찾아 단련했고, 감독에게 말해서 영화에 삽입됐다.
극중 정조가 흰 천을 양손에 감고 했던 운동이 그중 하나다. 사실 처음에는 "왕이 근육이 있다"는 게 본인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좋은 음식만 먹으니 약간의 살집도 있고, 햇볕도 가려주니 뽀얀 살결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왕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에 자기 몸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 얼마나 처절하고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몰입했다.
그는 자신의 노력을 알아봐 주고 극장을 찾아준 이들이 많은 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무대 인사 다닐 때 좋아하는 분들이 많고, 객석을 꽉 채워주셔서 감사하죠." 그러면서 '역린' 첫 촬영도 떠올렸다.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린아이가 놀이공원 갈 때의 느낌이었어요. 기다렸던 순간이라 남달랐죠. 박성웅 선배가 눈치를 채셨더라고요. 첫날 촬영을 같이 했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언론과 평단의 혹평에 대해서는 "좋은 소리를 듣는 게 좋은데 그렇지 못해서 서운함과 아쉬움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내 스타일이다, 아니다'로 갈릴 수는 있지만 '역린'이 안 좋은 영화는 아닌 것 같다"며 "많은 분이 직접 보고 판단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정순왕후를 연기한 한지민에게 쏟아진 질책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지민씨의 톤이 잘못 됐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그 상황과 대사, 톤이 맞다고 판단했고 상의해서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민씨의 기존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대변했다.
'귀신 잡는' 해병 만기 전역자이니 군대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 없다. "절대 해병대를 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현빈. 그는 "굉장히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까지 존댓말을 써야 했다는 게 쉽지 않았다. 알고 갔는데도 힘들었다"고 했지만 중요한 경험이었다. 특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게 어느 순간 일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대에서 다시 연기를 좋아서 할 때의 마음으로 돌려놓은 것 같아요. 또 촬영 현장에 복귀하니 그 마음이 더 커졌고요."
현빈은 과거 군 계획을 미리 세웠었다. '시크릿 가든'을 촬영할 때 몰래 신체검사와 면접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정해놓지 않았을까.
그는 "결혼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며 "늦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주변 분들이 결혼하고 다 가정을 꾸리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제가 부럽다고 하는데 저는 그 친구들이 부러워요.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이 자라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 그 친구들이 위너(승리자)가 아닐까 해요."
물론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과 본인이 끌려 하는 역할이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는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식으로 연기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계속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티즌의 비난(?) 하나가 떠올랐다. 전역 후 살이 너무 빠져 이상해 보인다는 것. 시답잖은 말이었지만 그 연유를 물었다.
"제때 밥 먹고 자고, 훈련받고 운동하니 상병 4개월까지는 몸이 커지더라고요. 80㎏까지 나갔어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제대도 하고 현장에서 일도 해야 하는데 그 상태로는 못 나오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살 빼는 운동을 했죠. '역린' 때문에 뺀 것도 있지만요. 평상시 75~76㎏인데 지금은 72㎏이에요."(웃음)
철저하게 군인 김태평이었다가 확실하게 다시 연기자로 돌아온 현빈. 신중하게 뭔가를 결정하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결정을 내릴 때까지 많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시크릿 가든'도 그렇고, '역린'도 흥행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현빈은 또 '까방권' 획득자라는 말에 수줍게 웃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