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기성 기자의 유레카]용수철, 자동차 만나 ‘용’됐네
입력 2014-05-13 16:50 

자동차는 2만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이 중 작지만 큰 기여를 하는 부품이 용수철이라 부르는 스프링(Spring)이다.

용수철은 꼬불꼬불한 용의 수염을 닮은 쇠라는 뜻이다. 힘을 가하면 변하고 힘을 제거하면 원형으로 되돌아가는 탄성 있는 물체다.

스프링의 역사는 인간이 자연의 탄성을 생활에 활용하면서 시작됐다. 10만여년 전 인류는 수렵활동을 할 때 나뭇가지 탄성을 이용한 활과 덫을 만들었다.

휘어진 청동판을 겹쳐 만든 투석기는 판스프링의 원조다. 서스펜션(현가장치)용 판스프링은 17세기 후반부터 마차에 사용됐다.


스프링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시계에 사용한 태엽 스프링이다. 태엽이 발명되기 전까지 시계는 무게추나 진자를 사용해 휴대할 수 없었으나 태엽을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휴대용 시계가 탄생했다.

스프링 산업은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다. 1883년 독일 다임러가 발명한 4사이클 가솔린 엔진에 코일 스프링이 사용됐다.

한국에서는 광복 이후 스프링 산업이 시작됐다. 1946년 9월 문을 연 대한철강주식회사는 이듬해 여름에 스프링 시제품을 내놨다. 당시에는 국내에 스프링을 만들 수 있는 특수강이 나오지 않아 철도국에서 불하받은 헌 기차 레일의 머리 부분과 기차 차량 바퀴를 압연해 스프링을 제작했다. 대한철강은 현대자동차그룹 협력사인 대원강업의 모태다.

현재 자동차에는 100여종의 스프링이 사용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게 충격을 흡수하고 선회 때 균형을 유지해주는 현가 스프링이다. 서스펜션에 사용되는 현가 스프링은 쇽업쇼바와 함께 차량의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좌우한다.

현가 스프링에는 승용차 서스펜션으로 주로 쓰이는 코일 스프링, 좌·우측 현가장치를 연결해 코너링 때 차량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스테빌라이저바, 화물용 상용차 서스펜션에 사용되는 판스프링, 버스 등 대형차 서스펜션으로 쓰이는 에어 스프링이 있다.

현가 스프링이 없다면 편안한 장거리 드라이빙은 생각할 수 없는 셈이다. 노면 충격이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엔진·변속기에도 스프링이 들어간다. 엔진 내 밸브 작동에 필요한 엔진밸브 스프링, 변속기 클러치 드럼 내에 장착되는 오토클러치 리턴 스프링,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변속기로 전달할 때 생긴 충격·진동을 흡수하는 커브드 스프링, 고속주행 때 소음 진동을 줄여주고 핸들링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리바운드 스프링이 대표적이다.

스프링이 자동차 성능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다보니 자동차메이커가 새 차 개발 단계부터 스프링 제작업체와 공동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대원강업도 현대차 연구소와 차량 콘셉트 단계부터 공동으로 설계를 진행하고, 각 개발 단계마다 튜닝한 제품을 공급하며, 실주행 조건을 고려한 시뮬레이션 시험을 통해 최종 제품을 양산한다.

최근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와 신형 쏘나타에는 고응력 소재와 사이드로드 코일 스프링을 개발·장착했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등과 공동 개발한 자동차 엔진용 고강도 경량 밸브 스프링을 통해 IR25 장영실상을 받았다.

볼펜에도 들어가는 하찮은(?) 부품인 스프링이 자동차를 만나 봄날(Spring)을 맞이한 셈이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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