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넘버 3의 반란] 팬택, 대기업도 못만드는 제품 우리 손으로
입력 2014-05-13 15:49  | 수정 2014-05-13 17:03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갖는 입지는 매우 높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애플 아이폰에 맞설 유일한 회사로 꼽히기도 한다. LG전자는 지난해 G2, G프로2 등을 앞세워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 기준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삼성전자, LG전자만 있다고 보는 건 오산이다. 오히려 삼성, LG가 해내지 못한 것을 뚝딱 만들어낸 회사가 있다. 바로 팬택이다.
팬택은 지난해 애플도 만들어내지 못한 '엔드리스 메탈' 디자인을 채택한 베가 아이언으로 기술력을 증명했다. 5인치 스마트폰, 지문인식 기능도 삼성전자보다 먼저 내놓았다. 비록 지난 3월 2년 2개월만에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올해도 팬택은 특유의 기술력과 적극적인 행보로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의 산 증인"
팬택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산 증인이다. 1991년 무선호출기 제조사로 시작해 1997년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한 뒤 2001년 현대큐리텔 인수에 이어 2005년에는 SK텔레텍도 합병해 국내 휴대전화 업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때 매출이 3조원, 직원 수가 45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였다.

삼성전자, LG전자보다 먼저 시장을 선도한 휴대폰도 많다. 지난 2002년에는 33만화소 카메라폰을 가장 먼저 출시했으며 2004년에는 세계 최초로 지문인식 휴대폰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수합병(M&A)으로 몸을 불린 것이 시간이 지나자 독으로 작용했다. 때마침 모토롤라가 내놓은 휴대폰 '레이저'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내수 시장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했다. 팬택은 결국 2007년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박병엽 부회장은 사재 4000억여원을 털어넣었으며 이후 경쟁사인 삼성전자, 그리고 퀄컴의 전략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팬택은 이후 기사회생하는 면모를 보인다. 2007년 3분기부터 2012년 2분기까지 2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스마트폰 시장에도 비교적 빠르게 대응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다시 어려움에 부딪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LG전자가 옵티머스에 이은 G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 복귀하자 다시 판매가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LTE-A 지원 스마트폰을 조기에 내놓은 것이 재고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악영향을 줬다. 결국 팬택은 올 3월 두번째 워크아웃을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애플도 못만든 '엔드리스 메탈' 스마트폰
두번째 워크아웃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팬택이 가진 기술력은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지난해 내놓은 베가 아이언이 대표적이다. 애플이 아이폰4에서 안테나 수신 등에 차질을 빚어 테두리를 메탈로 만들고도 이음새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팬택은 이 문제를 해결해 '엔드리스 메탈'이라는 새 디자인을 내놓았다.
베가 아이언은 소비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광고는 '단언컨대'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인기를 바탕으로 내용을 패러디한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지문 인식 기능도 팬택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한 베가 LTE-A에 이어 베가 시크릿 노트를 내놓음으로써 지문 인식의 확산에 기여했다. 애플 아이폰5S보다 한발 빠른 행보다.
남다른 기술력은 3월 워크아웃 이후 외국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2위 휴대폰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지분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전자업체들이 한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 그 당사자가 팬택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팬택은 우선 독자 회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스마트폰 총 240만대를 판매함으로써 손익 분기점을 넘어 흑자로 돌아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1, 2월에는 월 20만대 판매를 넘어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생의 비밀 병기 '베가 아이언2'
팬택의 회생을 가늠할 제품은 지난 8일 출시된 베가 아이언2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팬택의 주력 기종인 베가 아이언의 후속작이며 이제는 팬택 기술력의 대명사가 된 '엔드리스 메탈'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5, 소니 엑스페리아Z2, 그리고 조만간 출시될 LG전자의 G3 등 경쟁사들의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할 때 버금가거나 더 높은 성능과 사양을 자랑한다.
이준우 팬택 사장은 "베가 아이언2는 단지 한개의 신제품이 아닌 팬택의 새로운 시금석"이라며 "팬택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팬택은 베가 아이언2의 판매 목표량을 70만대로 잡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스마트폰 240만대를 판매함으로써 흑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성능 향상과 더불어 기존 시장을 비트는 새로운 시도도 모색하고 있다. 현대카드와 진행하는 일명 '브루클린 폰'이 그것이다. 디자인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대카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함으로써 디자인과 최신 기술을 접목한다는 취지다.
이번 협력을 통해 현대카드는 스마트폰 외관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디자인과 마케팅을 맡아 새로운 관점의 디자인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스마트폰에 적용한다. 팬택은 연구개발(R&D)과 제품 양산을 비롯해 이동통신사를 통한 판매 지원을 담당한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스마트폰은 내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이준우 사장은 팬택의 향후 행보에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이 사장은 베가 아이언2 출시 행사장에서 "팬택이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지난 1월과 2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흑자를 기록했으며 이동통신사 영업중지 사태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후로 팬택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말이 회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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