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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좀비만화`, 무슨 3D영화 제목이 이래?
입력 2014-05-13 15:05 
[사진=류승완 감독의 "유령" 스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스펙터클한 자연경관이나 우주 공간의 신비로움, 지구를 구하는 영웅들의 거침없는 액션, 손에 잡힐 듯한 물체의 움직임이나 활강 장면도 거의 없다. 김태용 감독의 '피크닉'을 제외하고는 다른 3D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마주할 만한 이렇다 할 입체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게 3D영화가 맞나 할 정도다. 15일 개봉하는 옴니버스 '신촌좀비만화' 얘기다.
3차원 입체영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3D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기획의도와 도전의 의미는 인정할 만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PA, 카파)가 3D 영화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실험 프로젝트로 기획했다. 영화 '부당거래', '베를린'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한지승ㆍ김태용 감독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뭉쳤다.
앞서 에로틱한 '나탈리'와 해저 괴물을 다룬 '7광구', 야구하는 고릴라 '미스터고'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3D로 기획돼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는가 싶었으나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미스터고'는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그에 맞는 관객 감성을 자극하지 못했다는 평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샀다.
[사진=한지승 감독의 "너를 봤어" 스틸]
그 때문일까. '신촌좀비만화'는 3D 효과에 충실한 기술에 치중했다기보다 관객 감성과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드라마에 더 신경을 쓴 한국형 3D 영화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옴니버스라 하면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 것 같은데 세 영화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일관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영화의 제목은 각각의 중심 소재를 나열했을 뿐이다. 류승완 감독의 '유령'은 2012년 실제 발생했던 '신촌 사령카페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한지승 감독의 '너를 봤어'는 좀비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남녀의 로맨스이고, 김태용 감독의 '피크닉'은 만화책 보기를 좋아하는 초등학생 소녀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을 절에 떼어놓고 오는 길에 마주하는 만화 같은 일을 담았다.
관객이 흔히 생각하는 3D 효과를 잘 살린 작품을 굳이 따진다면 '피크닉'이다. 수민이 동생을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숲 속에서 마주하는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남녀 캐릭터들의 판타지 신에서 3D 효과가 빛을 발한다. 두 캐릭터의 영혼이 분리되어 바람에 나부끼는 것 같은 영상과 까마귀떼가 날아가는 장면 등이 3D 효과를 배가한다.
물론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2D로도 충분히 구현될만할 것 같은데 굳이 3D로 이 영화를 만들어야 했나 하는 의문은 영화가 끝나도 남을 만하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투입돼 시각적인 재미를 극대화하는 할리우드와 달리 '신촌좀비만화'는 소규모 자본으로도 다양한 재미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각 에피소드당 4억 원이 든 영화는 나름의 신선한 시도로 제작환경이 열악한 국내에 3D 영화의 가능성을 높였다. 실재감이 느껴지게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사진=김태용 감독의 "피크닉" 스틸]
우리가 사는 세계는 3차원이다. 현실과 영화가 동일 선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관객이 느끼는 감각이 달라질 게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액션 연출이 나올까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겠지만 '유령'은 류 감독의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선보인다. "3D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고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류 감독은 이번 작업을 통해 "3D에 가능성을 발견한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다음 영화에 3D를 도입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영화는 새로운 기술로 여전히 도전을 이어가고, 발전하고 있다. 올여름에는 공포영화 '터널'이 3D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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