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사의 연구개발비(R&D) 비용 규모가 우리나라와 10배 이상의 격차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의 R&D 투자 활성화를 본보기 삼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일본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실태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한국 제약산업의 연구비 규모는 지난 2011년 기준 20억1000만달러로 일본의 114억달러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국내 제약산업은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세계 상위권으로 도약한 일본 사례를 지속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보건산업정보통계센터 연구원은 "현재 국내 제약시장은 대규모 약가인하로 인해 침체됐던 1980년대 중반의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일본과 같이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제약업계는 198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쌍벌제 등으로 침체를 겪었으며, 1990년대에는 제약사의 20%가 감소했다. 이후 재편을 통해 살아남은 회사들이 신약개발에 잇따라 성공해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제약산업이 성장 요인으로 R&D 규모의 지속적인 증가를 꼽았다.
실제로 일본 기업 전체 연구비에서 제약산업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9%에서 2011년 10%까지 늘어났다. 반면 한국 기업 연구비에서 제약산업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3%에서 2011년 2.3%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 연구원은 "2012년 세계 R&D 투자 100대 기업에 일본 제약사는 다케다제약, 오츠카제약, 다이이치 산쿄, 아스텔라스 제약 등 4개가 이름을 올렸으나 국내 제약사는 한 곳도 없었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선진 제약시장 진입을 위해선 비슷한 시기를 보낸 일본 제약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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