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인턴기자]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공연 1시간 전부터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한 노부부는 소파에 앉아 팜플릿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커플은 예전에 봤던 영화 ‘레미제라블 얘기를 하며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극장 입구 한 편에는 포토월이 설치돼 있었다. 극중 인물들이 등장하는 포스터로 장식된 포토월이었다. 그곳엔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혁명군 흉내를 내며 저마다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관람객들은 연령대는 다양했다.
저 편에 중년 남성이 멀찍이 혼자 서 있었다. 슬쩍 다가가 가족끼리 뮤지컬 관람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 중년 남성은 아내랑 둘이 본 적은 있는데 아이랑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뮤지컬은 90분으로 짧게 구성됐다. 특히 기존 뮤지컬 티켓은 고가여서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이번엔 저렴한 가격으로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다. 수, 목요일에 예매하는 아버지들은 일명 ‘플라이대디 티켓으로 단돈 천 원에 공연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제작사 NA뮤지컬컴퍼니 태양섭 대표는 주 관객층인 20~30대를 넘어 온 가족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무대 전체를 가린 프랑스 국기 문양의 장막이 눈에 띄었다. 무대 뒤에서 치열하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배우들의 기운이 장막 너머로 느껴졌다. 한 가운데 적힌 ‘레미제라블이라는 제목은 관객을 향해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말하는 듯 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공연이 시작됐다. 우선 ‘레미제라블은 우리를 1795년 혁명기의 프랑스 파리로 이끈다. 가난에 신음하며 희망을 잃은 사람들, 그 속에 장발장이 있다. 그는 빵 하나를 훔친 대가로 5년의 감옥생활을 했다. 하지만 네 번의 탈옥으로 형이 늘어나 19년을 견뎠다.
이런 장발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빈곤층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노동력 착취 그리고 고단한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판틴의 모습에서 계층간의 갈등이 부각된다. 억압과 순응의 고리 속에서 자유를 얻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혁명으로 승화되는 장면이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포인트다.
끊임없이 장발장을 쫓는 집념의 형사 자베르, 따뜻한 마음으로 장발장을 다시 태어나게 한 밀르에르 신부, 엄마를 잃고 숨어 지내며 외로움에 허덕이는 코제트, 코제트의 유일한 친구 에포닌, 두 여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마리우스, 마리우스와 혁명을 이끄는 앙졸라까지 극을 구성하는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장발장 역의 권한준(좌) 자베르 역의 정찬우(우)
이번 작품의 배우들은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됐다. 오페라 연기로 다져진 바리톤 권한준(장발장 역)을 비롯한 성악 전공자들이 대거 출연해 음악적 수준을 높였다. 주목 받는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김재만(떼나르디에 역), 개성있는 연기와 안정된 스타일로 무대를 채우는 배우 정찬우(자베르 역) 등이 투입됐다.
특히 장발장 역의 권한준은 가장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장발장이 독창할 때 소름 돋았다. 성량이 어마어마하다. 그 중 장발장 노래가 제일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뮤지컬에 삽입된 곡들은 모두 새로 창작된 노래들이다. 작곡가 황태승이 직접 참여해 작업했다.
‘레미제라블의 백미는 프랑스의 시민혁명을 다룬다는 점이다. 연령을 불문하고 공연을 본 후 여러 사람들이 혁명 장면을 가장 인상 깊었다고 꼽았다.
총 연출을 맡은 김재한 감독은 우리만의 특유의 느낌과 맛을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들었다”며 공연이 끝나고 절로 흥얼거리며 나가는 관객도 많다”고 전했다.
<왜 고전을 읽는가>의 저자 이탈로 칼비노는 (고전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명저 ‘레미제라블 역시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거듭나며 대중들과 만나왔다. 그리고 매번 사람들에게 전하는 진한 감동과 뜻 깊은 메시지는 새로이 전해지고 있다.
곱씹을수록 풍미가 더해지는 차의 깊은 향미처럼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오는 21일까지 공연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